원금보장·수익률 뒤에 가린 불확실성·혈세낭비 가능성
국책사업과 펀드, 한 바구니 담기 어려운 상충된 개념”
투자수익 보전 위해 혈세 투입 불가피…불공정의 극치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판 뉴딜’ 정책 중 '뉴딜펀드’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원금이 보장되고 일부 수정된 부분이 있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 단위 규모 펀드 운용계획 등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뉴딜펀드를 향한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 뉴딜펀드가 내재한 모순성·위험성 때문이다. 펀드란 기본적으로 수익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데 뉴딜은 대단위 재정 지출을 기반으로 한 경제충격 흡수를 목표로 한다. 뉴딜과 펀드의 목적이 상충된다는 얘기다. 결국 뉴딜펀드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세금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뉴딜펀드 투자자’라는 일부 국민들의 수익을 위해 국민 전체가 낸 세금이 소모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공정성 측면 등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투자처가 불분명하고 정권이 교체될 경우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뉴딜펀드를 명분으로 민간시장에 개입하거나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文대통령 야심작 뉴딜펀드, 원금보장·수익률 그럴싸하지만 투자처·수익성·지속성 '깜깜’
문재인 대통령이 야심차게 발표한 뉴딜펀드는 한국판 뉴딜 사업 재원을 민간으로부터 끌어옴과 동시에 사업성과를 국민과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을 금융 분야로 돌리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정부는 뉴딜펀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펀드인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세제 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금융을 지원하는 '민간 뉴딜펀드’ 등이다.
이 중 좁은 의미의 뉴딜펀드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를 말한다. 이 펀드는 5년간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기관이 4조원 등을 각각 출자해 총 7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돈은 모(母)펀드를 만드는 데 쓰인다. 나머지 13조원은 민간에서 끌어와 자(子)펀드를 만든다.
이렇게 조성된 20조원 규모 펀드는 뉴딜 관련기업, 뉴딜 프로젝트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여기서 정부·정책금융기관이 내놓는 7조원은 후순위 출자자 역할을 한다. 펀드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부담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원금을 보장해주는 것과 다름 없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 수익률은 '국채수익률(1.5%)+알파(a)’다. 앞서 여당은 뉴딜펀드 출범 단계에서 연 3% 안팎의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자본시장법 위법 소지가 있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에 따라 일부 수정됐다.
정부는 뉴딜펀드를 증시에 상장시켜 매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현금 확보 용이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세제 혜택도 강화했는데 3억원 이내 투자금에 대해선 이자소득 5%만 과세하고 3억원 이상은 분리과세를 한다는 방침이다. 펀드 만기는 미정이나 관련업계는 3년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부가 각종 혜택을 앞세워 뉴딜펀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모순된 내용이 많은데다 목표 자체가 이상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실가능성이 적은 '국민기만 펀드’라는 비판도 나온다.
뉴딜펀드가 비판을 사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펀드 상품의 기본적인 구조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딜펀드는 펀드 조성액, 수익률 등을 제시한 상태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 투자 계획이 불분명한 상태서 펀드 규모와 수익률만 제시한 점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발표된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일종의 '뉴딜 인증’을 달아준 기업이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뉴딜펀드 투자자는 정부가 찍어준 곳에 투자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정부 입맛대로 투자금을 운용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성격 탓에 '관제펀드’ 논란도 제기된다.
수익성과 지속성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는 △수소충전소 구축 등 민자사업 △육상·해상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시설 △수소·전기차 개발 △데이터센터·스마트산업단지 등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투자대상으로 지목했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지목되는 분야들이다. 다만 해당 사업들이 가까운 미래에 정부가 제시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해당 사업 대부분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인프라 등 공공성이 강한 사업은 단기간 내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게 관련업계의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뉴딜펀드 조성 절차를 내년 1월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들의 투자가 가능한 시점은 빨라야 내년 2분기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임기가 1년 남짓 남긴 시점에나 국민들이 뉴딜펀드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뉴딜 펀드 이전에 한국판 뉴딜의 지속 여부부터가 불투명하다. 뉴딜펀드가 지닌 가장 큰 위험요소다.
투자상품에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뉴딜펀드 손실을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사실상 국민의 세금이 담보로 잡힌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일부 투자자를 위해 전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것과 다름 없다는 이유에서다. 펀드가 원금을 보장한다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 “뉴딜펀드란 말 자체가 모순…시장 왜곡·기업 압박 가능성 우려”
전문가들은 뉴딜펀드가 기본적으로 펀드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펀드는 철저하게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반면에 정부주도 사업은 수익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관점으로 살펴볼 때 뉴딜펀드는 정부의 '전시성 행정’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률 보전을 위해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부적절한 상황 발생 가능성도 점쳐진다.
만약 뉴딜펀드가 수익률이 좋다고 판단되면 민간에 맡기면 될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수익률이 좋은 사업이라도 굳이 정부가 나서 사업을 전개할 경우 시장을 왜곡할 수 있으며 민간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뉴딜펀드를 명분으로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많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뉴딜펀드는 펀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정부 사업에 따른 채권발행과 유사한 구조로 보인다”며 “나중에 바로잡긴 했지만 미리 수익률을 설정하는 건 곤란하며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은 결국 세금으로 보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성이 높은 사업들은 이미 민간에서 했을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은 민간이 굳이 할 필요가 없으니 정부가 나서게 될 텐데 이 경우 세금을 통해 특정 펀드에 대해 수익성이 보장되는 문제가 뒤따른다”며 “필요한 사업이라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먼저고 더 필요할 경우엔 국채를 발행하는 등 일련의 과정은 국가부채를 관리하면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도은 “펀드라는 건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가기 때문에 경쟁논리와 상업논리가 밑바탕이 되는데 이를 정부주도 사업으로 지켜낼지 의문이다”며 “뉴딜은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가 어려워진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기본적으로 펀드 특성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점에 비춰보면 전시성 행정이 되거나 세금만 잡아먹는 상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뉴딜펀드로 인해 금융사들이 정부 눈치를 보게 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금융사들의 역량이 낭비될 수 있고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박사(서강대학교 겸임교수)는 “뉴딜펀드가 좋은 상품이라면 민간이 하면 될 일이다”며 “만약 뉴딜펀드가 손해난다면 용인·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등 적자난 민간사업처럼 정부가 메워야 하는데 이 경우 국세만 낭비하는 사업을 벌인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금에 3% 안팎의 수익률까지 보장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위 '대박상품’이겠지만 투자하지 않는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 낭비로 보일 수 있다”며 “돈을 누가 가져가는지도 모른다는 점도 부당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것이 말뿐인 정책사업이거나 정권 교체 시 변동 가능성이 있다면 상황이 바뀔 우려도 있다”며 “정부가 뉴딜펀드를 명문으로 금융사 등을 압박할 가능성도 남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민간과 시장의 활성화가 경제위기 극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각종 규제로 민간을 위축시키면서 뉴딜펀드 등 정부주도 사업 전개에만 집중하는 건 경제위기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애꿎은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승노 원장은 “정부는 뉴딜펀드같이 탁상공론적 상품을 낼 것이 아니라 민간이 비즈니스를 원활히 전개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등에 나서야 한다”며 “자꾸 규제를 만들어 민간을 위축시키면서 정부 사업만 일으키는 건 세금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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