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조차 무시한 맹목적인 北퍼주기… “주적 배불리는 행태 멈춰야”
올해도 어김없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 돌아온 가운데 현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은 제재 강화가 아닌 협력 쪽으로 점점 더 기우는 모습이다. 최근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책임을 물어 북한에 가한 제재인 5·24 조치에 대해 “남북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의 전면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항해 불허 등을 골자로 한다. 이번 발언은 연초부터 개별관광 개방, 코로나 방역협력 제안 등과 더불어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물밑 작업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두고 다수의 국민과 전문가는 하나같이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경제 제재에 동의한 데다 우리 국민에 대한 무력도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배를 불려주는 것은 사실상 국민의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국민 목숨 걸린 국방예산은 깎고 주적 퍼주기 예산 늘리는 정부… “누굴 위한 정부인가”
'코로나 추경’을 위해 이미 F-35 등 관련 사업비를 삭감하고 유류비를 반납했던 국방부가 기획재정부(기재부)와 추가 삭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삭감 규모는 7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미 2차 추경에서 국방예산은 1조4700억원이 삭감됐다. 만약 이번에도 기재부의 요청대로 국방예산이 삭감되면 2·3차 추경으로 전체 2조원 이상의 국방비가 삭감된다.
국방부는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절감·취소가 가능한 사업 위주로 삭감했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 대응 때문에 군 전력증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북한의 대남도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안보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방예산에 칼질을 가하는 정부가 우리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에 꾸준히 경제적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박보단 협력을 강조했다. 2016년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난해 북한에 지원할 쌀 5만톤 분량의 포대 130만장을 미리 제작해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북한이 남한 쌀 수령을 거부하며 예산만 낭비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심지어 북한매체에 '광고놀음’이라는 비난을 들은 바 있다.
당시 쌀 포대 비용 8억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WFP에 지급한 1177만달러는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에서 각각 나왔다. 통일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남북협력기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지원(WFP) 1건’에 137억8200만원이 지출됐다.
정부는 철도 등 인프라 개선을 언급하며 간접적 경제지원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계기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 구간을 53년 만에 복원하겠다고 밝히고 기념식까지 열었다. 해당 사업은 전체 사업비가 2조8520억원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릉~제진 철도 공사를 '남북협력사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했다.
동해북부선 건설 사업은 2000년부터 추진돼 왔던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판문점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결렬되면서 판문점선언의 합의사항 중 지금까지 이행된 것은 없다. 특히 판문점선언의 핵심인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다. 북한은 오히려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서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정부는 올해 남북협력기금을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이 책정하는 등 북한 퍼주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약 1조9028억원으로 지난해(약 1조4903억원)와 비교해 약 28% 증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남북협력기금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라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남북협력기금 예산 중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비공개 예산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시선이 쏠린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약 1555억원으로 전체 액수인 약 1조9708억원의 약 8%에 불과했으나 2018년 약 16%(약 2645억원), 지난해 약 36%(약 5392억원) 등으로 매년 급증했다.
올해는 산림협력과 공공연락사무소 운영비용이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됐음에도 약 4672억원이나 비공개 예산으로 책정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예산이 비공개에 포함됐다면 지난해 비공개 예산규모를 뛰어넘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안보·경제 전문가들 “북한 퍼주기는 체제 유지 돕는 꼴… 변화 없인 지원 절대 없어야”
안보·경제 전문가들은 '비공개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는데 매년 증가한다는 것은 미심쩍은 일이라 평가했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국익을 위해 맹목적인 '해바라기 사랑’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현 정권은 경제협력과 지원을 통해 교류를 늘려 북한의 문을 열고 평화를 가져온다는 전제 아래 한결 같은 기조로 북한을 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스며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북한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교류가 아닌 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맹목적인 지원은 북한 체제 유지만 도울 뿐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서독이 동독을 대했던 정책처럼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조건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북한 퍼주기는 더 이상 안 된다”며 “당사자 간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국제질서에 따라 그 안에서만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공개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의혹만 낳을 뿐이다”며 “좀 더 기금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것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인 목표인데 비공개 예산을 통해 숨기고 뒤로 돕는다면 심각한 문제다”며 “우리나라는 그간 주고도 뺨을 맞아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쌀 지원도 오히려 정부가 정치적으로 북한을 이용할 뿐이지 소통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만 커졌다”며 “이 과정에서 예산이 낭비됐는데 이런 일은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철도를 통해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만 A라는 곳에 돈을 쓴다는 것은 B라는 곳엔 덜 쓴다는 것으로 A에서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은 B사업에 돈을 써도 창출된다는 의미와 같다”며 “북한과 관련된 사업에 쓰는 예산의 정당화를 위해 엄청난 고용창출이 일어나는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돈은 다 똑같은 돈이다”며 “예를 들어 쌀과 의약품을 지원했을 때 북한에선 그것을 살 돈을 군량미나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도 결국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의 꿈을 버리지 않는 한 그들의 체제를 도와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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