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결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으로 전체 국회 의석의 2/3를 차지했다. 개헌 외에 모든 국정과제를 더불어민주당이 소신껏 밀어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이념지형상 더불어민주당은 중도 및 중도진보, 진보세력을 아우르고 있다. 4·15 총선의 또 다른 특징으로 진보 및 급진 개혁세력의 위축을 꼽을 수 있다. 정의당의 의석이 축소되고, 민중당 등 기타 진보 급진정당은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주도적 국정책임자, 국민경제 전체 살피는 정책기조 필요
지금까지 민주당은 보수세력에 맞서기 위해 정의당 등 진보세력과 불가피하게 연대해왔다. 이로인해 민주당은 기업정책 등에서 민노총 등 진보세력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이제 국정의 주도적 책임자로서 지지자 뿐 아니라 중도층 및 중도보수 등 대한민국 전체를 살피는 보편적 정책기조가 필요하다. 이를위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를 방어하기 위한 경제정치, 민생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경제정책 과제는 이번에 결정된 긴급재난지원금 등 대국민 긴급구조와 더불어 예상되는 기업들의 줄도산을 막는 것이다.
자체 유동성 위기와 탈원전 정책으로 가동이 사실상 중단된 두산중공업에는 1조원의 긴급 자금이 투입됐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등 항공업계는 올들어 지금까지 약 7조원의 매출결손이 발생했다. 항공업계는 애타게 금융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이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국적항공사의 국유화를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금융지원과 더불어 현재 인수절차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처리,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지원과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결심이 필요하다.
■ 기업을 뛰게 하자
우리나라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비중, 대외의존도가 85% 이상으로 매우 높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현주소 또한 직시해야 할 현실 그 자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도 삼성, 현대차 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최우선 순위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이 투자를 해서 회사를 만들고 공장을 지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소득은 물론 세수(稅收)까지 발생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수시로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의 신규투자 현장을 찾아 이재용, 정의선 부회장 등 기업인을 독려한 것도 기업의 투자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기업은 여전히 사이즈가 너무 작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2018년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자산과 매출과 이익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 순위에 한국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만 14위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세계 100대 대부분이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계 기업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만큼 10개 정도의 기업은 세계 100대 기업 안에 들어야 정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크고 체질이 강한 기업이 생존에 유리하다.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도 한국 기업의 몸집을 키우는 것은 불가피하다.
■ 기업규제 일관한 '20대 국회’ 답습 말아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대 국회 기간동안 무려 16번이나 국회를 찾아 경제·규제개혁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선거 반년 전부터 모든 법안 논의가 전부 중단되는 일이 반복했는데 지금은 그 대립이 훨씬 심각하다"며 "20대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치권을 비판한 바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관되게 기업의 성장을 억제해 왔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와 순환출자금지 같은 대표적인 규제장치로 신규투자를 막아 기업의 사이즈를 줄였다.
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민주화라는 잘못된 믿음하에 재벌에 쏠리는 부(富)의 집중을 막고 경제적 평등, 경제민주화를 이룬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업활동의 국경이 없어지는 글로벌 경제시대, 대한민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현격히 약화시키고 말았다.
2009년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상호출자금지와 지주회사 설립제한, 순환출자금지에 따른 신규투자 규제는 여전하다. 그러나 책임은 근본적으로 기업이 지는 것이다. 각종 공정거래제도나 금융시스템으로 얼마든지 감시하고 제재할 수 있음에도 이런 규제가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
기업에 대한 반감이 크다 보니 잘못된 규제와 불합리한 세금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새로운 기업이 나오지 못하고 기존의 기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나가는 실정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정치권은 기업을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되며 특히 국회는 반 기업 입법을 멈추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정부 또한 기업에 대한 규제를 늘리기보다 친기업적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시급히 처래해야 할 경제, 민생법안들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악의 식물국회로 비판받았던 19대 국회(41.7%)보다도 저조한 실적이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으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인 결과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법안이 국회에 막혀 자본확충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살아날 기대감을 높였으나 결국 올해 3월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은행이 자본 확충을 못하면 사업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 절실한 경제현안이 정치논쟁에 밀리거나,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차기 국회에서 재발의되는 입법미루기 현상이 반복되면서 기업들은 활력을 잃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서비스산업 제도개선과 세제지원 등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세계적으로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가 폭발하고 있는 현실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 또한 18대 국회에 올랐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sanglee365@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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