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제·금융 부처에 "비상경제 시국…전례없는 일 해야"
한은 총재 靑 회의 첫 참석에 靑 한은 금리 인하 개입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청와대로 부른 건 경제적으로 함의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발(發) 경제금융 위기의 심각성을 자인하고,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읽히면서다. 한은 총재가 대통령 주재 경제 부처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청와대에서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 등이 참석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는 등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실제 한국 금융시장 역시 이날 개장 이후 8% 추락했다. 1700선이 무너진 건 2011년 10월 유럽 재정 위기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정지)가 발동됐다. 4년 만이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대응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0.50%p 전격 인하했고, 인민은행은 조만간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도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 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고 우려하며 "과거 사례와 비교는 할 수 있으나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고 특별하니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전 세계의 경제·금융 흐름에 발 맞춰 기존보다 폭이 큰 경기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한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돼 있지만, 이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일을 어떻게든 국민의 편에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한은이 '독립성' '중립성'을 띄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경제 부처 회의에 한은 총재를 부른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한은 금리 결정 개입을 시도했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한은의 고유한 업무가 있고 역할이 있는데, 문 대통령이 한은 총재를 청와대로 부른 건 금리 인하 개입 등의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한은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의 어려움, 경제 붕괴 가능성, 소비 절벽 현상 등을 인지하고 이에 맞는 통화 정책을 하고 있는데, 기재부를 벗어나서 청와대까지 나서서 한은 총재를 불러서 얘기하는 건 한은의 독립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도 대통령 주재 회의에 한은 총재를 부른 건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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