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자 곧바로 일자리 상황판을 청와대 내에 만들고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쏟을 것임을 천명했다. 여기에서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대통령의 그런 노력이 얼마나 핵심을 빗나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의하면 2019년 5월 현재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약 58만 명이고 평균 월급은 219만 7000원(2018년 기준)이다.
그러나 불법적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도 적지 않다고 추정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58만 명보다 많을 것이지만 그 수를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이런 일자리는 3D 또는 블루칼라 일자리로 분류되어 한국인 노동자가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가 된 것이다. 국내에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58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실업이 ‘일자리’(job)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의 문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만약 한국 청년들이 낮은 임금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58만 개의 일자리는 즉각 한국 청년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물론 58만 개의 일자리는 작금의 실업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정도의 일자리는 현재의 실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한국 청년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차지한다면 저축을 통한 자본의 축적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막는가? 먼저 외국인 노동자가 받는 월평균 임금을 알아본다. 외국인 노동자가 받는 평균 월급은 2018년 기준으로 219만 7000원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는 고용주들은 각종 보험료 30만 원, 숙식비·식비와 같은 부대비용 40만 원 등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월평균 290만 원(2018년 현재)이고 2019년에는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이 비용은 323만 원이 될 것임을 중소기업중앙회는 추정한다.
임금을 제외하고도, 외국인 노동자가 취업한 일자리는 주로 육체를 써서 일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이 육체적으로 매우 고달프다. 임금의 개념으로 환원하면,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는 육체의 고달픔에 비해 임금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 청년들에게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어려운 일을 하는 국내 노동자에게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주는 월평균 임금보다 더 많은 월평균 임금이 주어진다면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금액이 정확히 얼마인가를 알 수 없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청년 노동자 개인의 결정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년 노동자가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청년 노동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청년 노동자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방해하는 제도적 요인이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폐지할 수 있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회피는 합리적, 노조의 임금담합이 문제
국내 청년 노동자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방해하는 제도적 요인은 무엇인가? 이 의문은 어떤 제도적 요인이 국내 중소기업의 임금을 자유시장임금보다 낮게 만드는가 하는 의문으로 환원할 수 있다.
첫째,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의 임금을 자유시장임금보다 높이고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의 임금은 자유시장임금보다 낮춘다. 대기업에는 ‘구직난’이, 중소기업에는 ‘구인난’이 지속되는 것은 노동조합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노동조합을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둘째, 대학 등록금을 자유시장가격보다 낮게 고정해왔던 것도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어렵게 한다. 대학 등록금을 최고가격으로 규제하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비용은 대학 등록금과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입시 준비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합산한 것이다.
문제는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둘의 합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은 기대소득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노동조합 때문에 낮아진 중소기업의 임금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여기에, 대학교 이하의 공교육의 부실도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어 왔다.
셋째, 최저임금과 연공서열제(최저임금처럼 작동하는)는 실업자를 만들어내고 그 실업자는 주로 중소기업의 임금을 자유시장임금보다 낮게 만든다. 최저임금과 연공서열제는 미숙련 노동자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억제하는 제도인 것이다. 이 두 가지 제도도 폐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현재의 강제 실업보험 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에 보험 가입자의 급여가 영(零)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제도이다. 이것은 그 기간 동안에 낮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한다. 일하지 않아도 적정한 임금(평균임금의 60%)이 지불된다면 누가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좋아하겠는가? 강제 실업보험 제도는 실업자가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외면하게 만드는 장치인 것이다.
다섯째, 기술의 발전이 실업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있다. 과거 기술 발전의 역사를 보면 그런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음은 분명하다. 경제 이론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기술의 발전은 노동 또는 토지의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생산성 증가는 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의 증가는 자본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한다. 물론 기술의 발전은 그 자체로는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기술 발전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노동시간을 자발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임금의 증가에 따라 노동공급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실업을 초래할 것인가는 실증의 문제이지만 과거의 역사는 그런 주장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실업률이 높은 것은 창출되는 일자리의 수에 비하면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의 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만 매달리는 것은 실업 문제의 원인의 중요한 한 가지 측면, 즉 실업이 임금의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임금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이 기사는 자유기업원에서 발간한 전용덕 교수의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 시리즈 8편 중 실업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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