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알짜 대기업을 국영기업으로 만들라?

관리자 / 2002-11-25 / 조회: 11,811       뉴스코리아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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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보도] 알짜 대기업을 국영기업으로 만들라?
보도일 : 2002년 11월 25일
보도처 : 뉴스코리아24, @


국민연금 주식투자 9조5천억

정부가 내년부터 국민연금의 투자분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다가 알짜 대기업들이 줄줄이 국영화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멀쩡한 민간기업이 국영화된다는 게 가능한 얘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입이 쩍 벌어진다. 국민연금기금은 2002년 11월 현재 5조 5천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내년에 4조 원 이상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증권거래소) 내 총 국민연금의 규모는 약 9조 5천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2년 10월 현재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69조 4천억 원의 약 2.0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부가 대기업 지배주주 될 수도

2.04% 밖에 안되는데 무슨 국영화냐고 웃어버릴 일이 아니다. 물론 국민연금이 주식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규모로만 본다면, 주주권(의결권)을 행사한다 해도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전체 종목에 골고루 투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우량 대기업에 집중투자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한 기업 주식의 10% 내외까지 소유할 수도 있게 된다. 현재 지배주주(1대 주주)의 지분율이 10% 안팎이라는 점에 비추어 주요 대기업의 지배주주 내지는 2대, 3대 주주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부가 지배주주가 되거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가 되면 민간기업이 사실상 정부의 지배 하에 들어가는 국영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지배주주인 은행들의 경우 대부분 행장을 정부가 임명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대기업 경영진을 정부가 갈아치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비효율 고비용이라는 공기업의 고질병이 우량기업에 전이되어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효자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초우량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적 입김이 민간기업 망칠라

문제는 또 있다.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인다는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정부를 통해 민간기업에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릴 소지가 크다. 민간기업 운영이 정치바람에 노출되는 순간 기업경영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추진하게 된 이유로 투자기업의 경영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인이 되면 대주주의 전횡보다도 더 무서운 결과를 낳을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 대주주의 전횡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재계의 항변이다. 과거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라면 몰라도 요즘은 대주주의 전횡이 있거나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대주주라고 해도 섣불리 전횡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게 되면 당장 주가가 하락할 터이기 때문에 대주주 본인들에게 손해라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우선 경영권에 개입할 소지를 열어 놓게 되면 정부가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방향을 결정할 때 수익률 극대화보다는 공익이나 사회적인 투자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기업은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데 사회적 기여를 우선시한다면 그 기업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지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로 기여하는 게 아니며,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美 경제대통령 그린스펀이 반대한 제도

물론 보건복지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직속 전담조직을 만들어 주주권 행사를 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정부 인사가 7인, 그리고 사용자 대표 3인, 근로자대표 3인,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 및 소비자단체 등 6인, 관계전문가 2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21명 가운데 사용자 대표가 3인 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기금운용이 경영의 원칙에 충실하기보다는 공익이나 사회적 기여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이 기금운용위원회 직속 전담기구가 기금운용위원회의 의사에 반해서 결정을 한다고 믿을 수 있을까? 거기다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에 대한 임명권자가 정부라는 점에서 정부 또는 정치적인 이해집단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자유기업원 박양균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고려하고 있는 방안은 이미 클린턴 행정부가 국민연금 주식투자를 계획하면서 고려한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반대로 폐기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주식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경제를 정치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알짜 민간기업들을 국영화시키고 싶은 것일까?

이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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