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수구’이미지 벗고 ‘신보수’ 재무장

자유기업원은 한국논단과 함께 보수주의 이념을 생산, 전파하는 주요 기관으로 꼽힌다. 민병균(62) 자유기업원장은 2001년 5월 각계 인사들에게 ‘시장경제와 그 적들’이라는 e메일을 발송, 김대중 정권을 ‘좌익적’이라고 비판하며 우익의 각성과 궐기를 촉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원장에 앞서 당시 자유기업센터 소장을 맡았던 공병호씨도 기고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거침없이 김대중정부의 재벌정책 등을 비판, 우익의 신예전사로 성가를 높였다. 자유기업원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활동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영역은 비단 경제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북한핵문제, 전교조, 정당개혁 등 다방면에 걸쳐 보수주의적 견해를 제시하는 등 보수세력 확산을 위한 환경조성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97년 4월에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으로 설립된 자유기업센터는 2000년 전경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자유기업원으로 개칭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나 참여연대 등 비판자들은 여전히 자유기업원을 재벌의 대변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현재 민병균 원장을 비롯, 15명 정도의 연구원급 이상 상근직원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기업원은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의 반기업적 활동을 모니터하고 그때그때 반박문을 내놓는다. 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글들을 기업인 교수 언론인 학생 등 4만여명에게 e메일로 발송하고 있다. 자유기업원 연구원들과 소설가 복거일, 신일철(고려대 철학과)·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김인영(한림대 정치외교학) 교수 등 40여명은 ‘자유주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비난했던 민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6일 “사람을 뽑는 것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더 심한 것 같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가지 않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증권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제 등을 거론, “기업을 망치고 나라를 망하게 할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자유기업원은 현재 출자총액제한제 등 기업집단규제 폐지, 증권 집단소송제 반대, 상속세 포괄주의 반대, 노사정위원회폐지, 파업중 대체근로 허용, 은행소유 자유화, 중등학교 설립인허가제 폐지 등을 주요 역점사업으로 상정하고 있다.

자유기업원과 대척점에서 소액주주운동 등 적극적인 재벌개혁 운동을 펼치고 있는 참여연대의 박근용 경제개혁팀장은 “자유기업원은 투명성 강화라는 시장경제흐름에 역행하고 형평성을 잃은 일방적인 주장을 많이 한다”며 “친재벌적을 넘어 재벌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정면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