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유시장주의자 제임스 뷰캐넌 교수

관리자 / 1998-09-07 / 조회: 11,932       중앙일보

보도일 : 1998년 9월 7일
보도처 : 중앙일보
글쓴이 :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


워싱턴에선 지난주에 전세계 '골수' 자유시장주의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주도로 47년 창립됐던 '몽 펠르랭 (순례자라는 뜻의 스위스 지명) 소사이어티' 가 올해에야 50주년 행사를 가진 것이다.

그간 하이예크 외에도 밀턴 프리드먼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다수 배출하며 자유시장주의로의 시대정신 전환을 이끈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는 2차 대전후 독일의 가격 규제를 없애 경제 부흥의 밑바탕을 놓는 등 많은 기여를 했다.

공공선택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뷰캐넌 교수 (79.조지 메이슨대) 는 현재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이번에 정회원이 된 공병호 (孔柄淏) 자유기업센터 소장과 함께 뷰캐넌 교수를 만나 세계경제 위기와 각국의 시장 개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디플레이션에 의한 세계 공황을 걱정하는 견해가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929년 대공황 때는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 평가절하에 나섰고 시장을 닫아 걸었다. 지금은 그때와 국제적 상황이 다르다. 각국 정부 스스로가 평가절하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시장을 닫을 수도 없다. 또 풍부한 유동성이 받치고 있다. 세계 공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 현재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는가.

"글로벌리제이션 (세계화) 과 시장 개방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 각국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고 또 적응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한국과 같은 나라도 개방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 글로벌리제이션은 필연적 과정인가. 거기엔 '일방 통행' 만 있는가.

"일방 통행이란 말이 매우 적확한 표현이다. 그렇다. 글로벌리제이션은 필연적인 조류 (潮流) 다. 각국의 적응 과정에서 기존 질서가 바뀌고 몇몇 분야의 국내 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충격 완화를 꾀할 수 있으나 그 흐름을 거부하고 막으려 하다간 반드시 뒤쳐지고 만다. 글로벌리제이션은 적응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 "

- 현재 한국에선 실업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사회적 안전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간의 실업 대책을 시행할 수는 있어도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바로 걷어들여야 한다. 2년 전 서울에 갔을 때도 나는 서유럽식 (式) 복지국가가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단기 실업대책과 복지국가로의 지향은 다르다. 실업 대책은 시행하더라도 제한적.일시적이어야 한다. "

- 실업 급증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의 국내 사정을 잘 모르지만 정치 지도자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노동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야지 정치가 노조에 영향을 받으면 희망이 없다. 노조가 시장을 방해해선 안된다. 영국의 대처 정부나 미 레이건 행정부는 과거 노조의 정치적 힘을 약화시켜 경제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다. "

- 현재 한국에선 "시장 기능이 존재하지 않아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는 정부측 논리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데.

"시장, 예컨대 금융시장이 돌아가려면 그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역할은 제도적 기반 마련에 엄격히 국한돼야지 시장 개입이라는 위험에 빠지면 안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시장 개입을 구분하기란 매우 어려운 노릇이다. "

- 교수께선 이른바 '헌법적 개혁 (constituitional reform)' 을 일관되게 강조해 오고 있는데.

"개혁은 제도적이고 항구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옳은 판단.비전을 갖고 확고하고 일관되게 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다. 뉴질랜드의 개혁 성공은 로저 더글러스라는 훌륭한 정치인이 재무장관으로 등장하며 이끈 것이다. 다른 모든 정치인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리면서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때 그는 마치 원맨쇼를 하듯 개혁을 추진했다. 비전을 갖춘 정치지도자와 함께 올바른 조언을 해줄 싱크탱크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내가 최근 듣기로 한국은 아직도 노사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식 조합주의나 스웨덴식 경제 모델은 다 실패했다는 교훈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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