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제, ▶ : 사회자 질문, ▷ : 권혁철(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답변
■ 노사정위,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 타결
▶ 지난 일요일인 8일 노사정위원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와 사 그리고 정부가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 체결됨으로써 양보와 타협에 의한 노사관계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우선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 노동계는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에서 앞으로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하고, 경영계는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부는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 및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임. 나아가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경영자는 경영정보 공개, 불법정치자금 제공관행 근절 등을 통해 노사 신뢰기반을 조성하고, 근로자와 노조는 생산성 향상에 협력하기로 합의했음. 또 노조는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그간 빈번히 벌어졌던 생산시설 점거, 조업방해 등의 행위를 하지 않고, 경영자는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음.
▶ 이번 협약은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구축을 위해 노사정이 각자의 역할을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또 현 경제위기상황을 감안할 때 사회적인 공감대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약이 실제 어느 정도나 효과를 보일지 그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는 지적이 있음.
▷ 먼저 양대 노총 중의 하나이며 전투적인 노동운동을 펼쳐온 민주노총이 협상주체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협약이 노사현장에 제대로 전달되고 이행될 것이냐 하는 데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음. 또 실업률이 사회협약을 체결했던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처럼(그들의 실업률은 대체로 10% 정도였음) 그다지 높지 않음에도 그들과 유사한 사회협약을 체결하고 큰 소리를 내는 것이 과연 합당하고 절실한 것이냐 하는 데에도 의문의 여지는 있음. 또 다른 이유는 사화협약을 체결했던 다른 나라들의 경우 대부분 산별교섭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앙단위에서의 사회적 협약이 단위사업장으로 즉시 전달되는 데 반해, 기업별 개별교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같은 방식이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임. 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참여정부의 생색내기 선언에 밀려 급조된 협약이 아니냐 하는 지적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함. 전반적으로 볼 때 그리고 노사정 대표들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도 이번 협약의 의미는 노사정이 각각의 고통분담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밑그림을 그리는 수준에 그친다고 보는 것이 적당할 것 같음.
■ 한-칠레 FTA 또 다시 무산 파장
▶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지난 연말과 지난 달 8일에 이어 이번에 국회에 상정됐지만 농민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시위도 있었고 또 소위 ‘농촌당’이라고도 불리는 농촌출신 의원들의 격심한 반대로 인해 또 다시 통과되지 못했음. 일단 다음 주 16일에 재처리하기로 했는데, 이번 비준동의안 통과 무산을 바라보는 사회 일반의 시각은?
▷ 한 마디로 우려를 넘어 절망감까지 드러내고 있음. 당장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지금까지 1년 이상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동안 칠레의 자동차 시장은 이미 일본과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음. 칠레 자동차시장에서의 우리의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또 14인치 이상 컬러TV와 전자레인지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년간 10%포인트 이상 급감했음. 대(對)칠레 주요수출품목의 차질액은 연간 6백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임. 더구나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 GDP의 60%가 넘는 나라에서 ‘대외통상 무능국가’라는 비난이 나오면서 앞으로 쌀 시장 개방, 미국과의 투자협정,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등 굵직한 사안들을 과연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음.
▶ 모든 책임을 과연 국회에만 떠넘길 수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 전자투표니 기명투표니 하는 것을 둘러싸고 옥신각신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총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의원들이 ‘몸사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의원들의 처지가 차라리 안쓰럽기까지 하다는 소리도 있음. 그러면서 정부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제공자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음. 2002년 10월에 타결된 협상을 9개월이나 지난 작년 7월에야 국회에 상정을 한 것도 그렇고, 또 그 이후에도 비준안 통과를 위해 반대론자들이나 농민단체들에 대한 설득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임.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한다면 정부가 소신을 갖고 반대하는 농민단체 속으로 파고들어 토론하고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임.
▶ 내일 다시 국회에 상정되어 결정한다고 하는 데 통과 전망은?
▷ 지난번의 국회 통과무산 이후 상황의 변화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함. 국회통과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활동도 없었고, 국회 내부에서도 논의는 있었지만 반대하는 의원들의 입장에도 변화가 거의 없음. 따라서 내일 통과 여부 역시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음.
■ 개각과 경제정책 기조 변화
▶ 경제정책의 수장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한 소폭의 개각이 있었는데, 재경부장관엔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그리고 노동부장관엔 김대환 인하대 교수가 각각 임명되었음. 이번 개각과 더불어 경제 및 노동정책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이헌재 신임 재경부장관의 정책기조는 무엇인가?
▷ 이헌재 신임 재경부장관은 개혁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고 말해 분배와 형평을 상대적으로 중시했던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함. 또 정부는 시장에 간섭하지 않는 게 기본이라고 밝힘으로써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기능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피력했음. 하지만 사적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참가자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것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함으로써 정부개입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음.
▶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음. 과거 정부주도형의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또 작동할 수도 없는데 아직 새로운 시스템은 구축이 안되어 있다는 것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과거의 가치관을 하나하나 잡아나가야 한다고 역설했음. 또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1년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아마추어들의 시행착오 기간이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음.
▶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턴이나 임시직 만들기는 진정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 하에 통계적으로 일자리를 조작하는 식의 일자리 창출은 안할 것이라고 했음. 다만 현재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임시직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활동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음. 창의력 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키워내는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음.
▶ 신임 이헌재 장관의 경우는 투기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지 않겠느냐는 느낌임. 신임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경우는 어떠한가?
▷ 김대환 신임 노동부장관은 친노성향의 학자로 잘 알려져 있음. 하지만 지난 11일 취임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우리 경제의 여건에 비춰볼 때... 대기업 노조의 전투적 노동운동방식은 변화되고 혁신돼야 할 것”이다, 또 “노동운동도 국민경제 전체를 보는 대승적 견지에서 고용안정과 임금안정, 노사화합을 통해 노사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기존의 권기홍 전 노동부장관의 시각과는 다를 것임을 내비쳐 주목을 받고 있음. 한편 민주노총의 신임 이수호 위원장도 온건실리주의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정 3자의 협력적인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
▶ 노동부의 역할 및 일자리 창출 사회협약과 관련한 입장은?
▷ 노동부의 역할에 대해 김대환 신임 노동부장관은 노동자가 잘되기 위해서는 기업, 자본과 결합해 함께 가야한다면서도 노동부는 자본과 노동의 비대칭관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함으로써 노사간 대립적인 시각은 아니지만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여전히 노측에 조금은 기울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음. 또 사회협약과 관련해서는 처음이니만큼 협약내용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때보다 사회협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높고 또 반드시 성공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개각을 통해 큰 틀의 변화는 없을지라도 과거에 비해서는 좀더 시장친화적이고 중립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 있지 않겠느냐, 또 투쟁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에서 협력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음.
■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현정은 회장 승리
▶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 간의 분쟁에서 증권선물위원회가 현회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현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게 되었다는데, 사안의 자초지종을 간단히 설명하면?
▷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택배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상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음. 그런데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 측이 작년 10월~11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매집하면서 확보하면서 현정은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었음. 그런데 이 와중에 5%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지분 변동 때 5일 이내 공시해야 한다는 5% 룰이 있는데, 지분 매집과정에서 KCC가 이 룰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었음. KCC가 뮤추얼펀드와 사모펀드를 통해 사들인 지분이 바로 이 공시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증권선물위원회가 바로 이 5%룰을 KCC가 어겼다고 판정함과 동시에 그렇게 매집한 지분 20.78%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며 5월 20일까지 전량 매각하라고 명령을 한 것임.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으로 정 명예회장측의 지분은 16.11%로 감소하는 반면 현정은 회장 측은 30.05%이기 때문에 최대주주의 자리를 현정은 회장에게 내주게 된 것임.
▶ 그러면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이 확실히 유지되는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상황변화의 변수들이 있는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이 있자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는데...
▷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바로 다음날인 지난 금요일에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8%에 해당하는 주식 57만여 주를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전격 선언함으로써 경영권 분쟁은 또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 KCC가 57만여 주를 매입할 경우 지분율은 23%로 올라서게 됨. 증권업계는 양측의 자금력에 비춰볼 때 현대 엘리베이터 주가가 높을수록 KCC에 유리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음. KCC측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에 현정은 회장측의 자금사정은 빠듯하다고 보기 때문임.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으로 현회장측으로 기울던 현대그룹의 경영권 향배가 이번의 KCC측의 반격으로 또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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