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규제

파인낸셜뉴스 / 2004-07-19 / 조회: 9,811       파인낸셜뉴스
우리나라의 ‘경제자유지수’는 123개국 가운데 31위, 금융·기업·노동분야에 대한 시장자유도는 95위로 나타났다. 이는 자유기업원이 자유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전세계 59개 연구기관 모임인 경제자유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발표한 ‘2002년도 경제자유지수’에 나타난 성적표다. 교역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올라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 현상이다. 시장자유도가 낮을 수록 시장의 진입과 퇴출 등에 인위적인 규제가 많다는, 다시 말하면 시장기능의 왜곡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시장규제 가운데 금융(7.4점)보다는 기업(4.6점), 기업보다는 노동(3.9점) 규제가 상대적으로 더욱 높다는 점 또한 문제가 된다. 이는 바로 강성노조에 따라 유발된 경직된 노사문화의 심각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연관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운영성과’가 지난 4년간 무려 34 단계나 추락한 49위(조사 대상 60개국)로 나타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세계 경쟁력 연감 2004’ 분석 결과다. IMD가 60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지난 5월초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 인도에도 뒤지는 35위, 노사 교육부문은 최하위, 정책 일관성 등에서는 5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자유도’는 2002년을, 국가경쟁력과 경제운용성과는 2004년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평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시장자유도와 국가경쟁력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인위적인 규제에 의해 제한받는 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투자와 내수소비다. 특히 투자부진은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유발한 신뢰성 훼손과 각종 규제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음을 생각할 때 가장 효율적인 처방은 바로 경제자유지수를 높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적인 여러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글로벌화 속에서 수출의존형인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적어도 교역 규모에 걸맞게 시장자유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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