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남의 공장 쉬는 날 이용 물건 만들었죠"

중소기업 사장의 와신상담기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도산 때문에 공장을 내놔야했고, 어렵게 주문을 받았지만 생산시설이 없어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남의 공장이 쉬는 주말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었고, 납기일에 쫓겨 앉아서 라면 먹을 시간도 없었지요.”

이한중(51) 사장이 운영하는 ㈜성용하이테크는 경기도 김포의 자동차 변속기부품 전문 생산업체다. 그는 지난 9일 자유기업원(이사장 송자)이 중소기업가 10명의 창업과 좌절극복 과정을 엮어 출간한 기업소설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이 사장은 기자에게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전하며, 가끔씩 목이 메었다.

이 사장은 국내 유수의 자동차 기업이 포기하고, 공학박사들도 국내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변속기내 부품 ‘황동(黃銅) 싱크로나이저링’을 7년 전 개발했다. 그는 “하지만 사람들이 개발성공 얘기를 믿지 않고 심지어 나더러 미쳤다고 했다”며 “이후 각종 제품 테스트를 거쳐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나, 이번에는 공장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발주를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시련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기술개발비는 많이 들어갔으나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공장 문을 닫았다. 궁리 끝에 형의 가전제품 부품공장 구석에 자리를 얻어 천막을 세웠고, 그는 떠나지 않은 몇몇 직원들과 함께 프레스기 한대로 다시 꿈을 키워나갔다.

도산 후 1년이 지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한 화물 자동차업체로부터 물건을 주문받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설비가 시원치 않아 발주 물량을 납기 내 맞추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형의 공장이 쉬는 주말을 이용해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정신없이 작업했죠. 소설 제목인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바로 그때 이야기입니다.”

이 사장은 “주말 밤에 일을 할 때면 그야말로 시간이 금(金)이어서 화장실 갈 것도 참아가며 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달을 꼬박 일해서 납품한 물건들이 품질을 인정받았고, 이후 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이 사장의 회사를 찾았다. 이 사장은 형의 회사로 전세 들어간 지 2년쯤 됐을 때 독립에 성공, 공장을 세워 나왔다.

현재 회사는 연간 1000억 원대 매출액을 자랑하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독보적인 기술 때문에 환율이 떨어져도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며 “가격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한 덕에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가격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도 기술개발이 모든 업무의 우선이고 개발부서가 회사의 핵심부서입니다. 제품 주기가 짧아진 만큼 기술개발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지천에 널린 것이 일자리”라며 “관심과 열정을 가지면 할 일이 보이니, 대기업의 화려함만 좇아다니지 말라”고 충고했다.

서현경 인턴기자ㆍ서강대 3년 loca2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