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한국보수의 위기는 보수세력이 불렀다

자유기업원 / 2005-03-22 / 조회: 10,488       문화일보, 5면

(::보수논객들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에서 해법모색::)
보수세력의 위기는 무엇 때문인가. 보수세력의 정치적 대변자인 한나라당은 지난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데 이어 17대 총 선에서는 의회 다수당이라는 지위마저 내놓았다. 특히 모든 분야 에서 보수세력의 퇴조가 역력해지면서 다음 대선이나 총선에서도 패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보수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 함재봉 연세대 정외과 교수,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소설가 복거일 등.
한국의 대표적 소장 보수 논객들이 이처럼 보수세력과 한국의 보수주의가 처한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글(‘한국의 보수를 논한다’·바오 출판사)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보수의 위기, 무엇 때문인가〓박효종 교수는 보수의 실패를 보 수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미래를 내 다보지 못한 죄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살리지 못한 죄 ▲지키기만 하고 가꾸지 못한 죄 ▲권위와 권위주의를 혼동한 죄 ▲특권 오남용의 죄 ▲자기실현에 탐닉하고 자기초월을 못한 죄 ▲베풀지 못한 죄를 ‘보수주의자들의 칠거지악’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보수주의자)가 다른 개구리들에게 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느라 바깥세상을 바라보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우물 안을 보다 나은 곳으로 가꾸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 아니었을까”라며 민주화, 다양성, 인권, 북한 등 새로운 어젠다를 외면해왔던 보수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특권층 보수주의자들은 봉사하는 리더가 아니라 무임승차자로 살아왔다”며 보수 지배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를 지적했다.

복거일씨도 “가장 직접적인 까닭은 보수의 핵심 집단들이 모두 과거의 잘못들로 오염되었다는 사실”이라며 “지금 보수 핵심 집단 가운데 하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참여해 도덕적 권위를 잃었고 또 하나의 핵심인 대기업은 정경유착으로 정권 과 공생관계를 유지했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의원은 “한국의 보수는 냉정체제의 해체, 남북대결 구도의 변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 잡지 못하고 반공보수주의에 안주하는 패착을 거듭했다 ”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참여정부를 좌파로 규정하고 모든 이슈를 거기에 집중해서 비판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며 “정체성 논쟁에서 한나라당내 강경보수에게는 자기 확신을 더욱 강하게 해주었는지는 몰라도 새로운 세대에게는 수구나 반동의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않았나”고 반문했다.

김정호 원장은 “진보진영은 사상 전파와 실천을 위해 감옥 갈 각오로 책을 출판하고 강연하고 위장 취업을 하는 희생과 헌신의 결과 집권 세력이 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보수이념의 비극 은 대다수 지지자들이 대가없이 그런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재봉 교수는 “한국의 보수주의는 진보주의의 단골메뉴인 도덕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데 실패하면서 수세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보수가 나갈 길은 무엇인가〓박 교수는 “보수는 ‘죽어있는 보수’에서 ‘살아있는 보수’로 변신해야 한다”며 “표심의 크기에서 국회의석의 크기에서 진보에게 밀린다면 생각의 크기와 깊이로 이에 맞서야한다”며 ‘일신우일신’하는 보수를 주문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부드러워져야 하고 부드러움을 근거 로 약동해야 한다”며 “이 유연성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수구가 되 는 것이다. 수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원 의원 은 “한국의 보수는 북핵문제 해결에 한국이 주도권을 잡도록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대북 강경파의 입장만 대변해서도 안되며 중국도 견제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한다”며 대북 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부도난 체제를 인수하는 것은 대한민국에게 크나큰 부담인 만큼 북한체제 붕괴를 목표로 하는 북한 봉쇄전략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김 원장은 “체제는 그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의 희생적 투자로 유지된다”며 “체제 유지를 위한 희생과 투자보다는 체제의 허 점을 이용해서 개인의 부정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보수는 과거의 좌파들처럼 희생 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락·김석기자 suk@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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