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중앙일보 신 국토포럼> "행정체계 광역 개편이 우선"

자유기업원 / 2005-03-24 / 조회: 9,601       중앙일보, 6면

사회(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행정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한 논의가 무성해 혼란스럽다. 행정도시 건설이 국토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가.

김석철 학장=행정수도 건설을 논의하기 이전에 한반도 공간전략부터 짜야 한다. 수도권은 세계화하고, 지방은 3개 권역으로 개발하되 각기 국가 수준의 자립을 이루게 해야 한다. 행정도시는 금강·새만금 어번클러스터의 핵으로서 기능하도록 만들고, 신산업에 창조적인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국립대학 통합 학부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김정호 교수=행정도시 건설이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 수도권의 확장을 가져와 낙후지역의 인력과 자본을 더 빨아들여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지역의 리더십, 조직, 인적·물적 자본은 스스로 키워야 한다. 세계적 대도시들은 경쟁기반을 키우기 위해 인프라 확충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줄이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우려된다.

김용웅 원장=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다. 그동안 균형발전 시책들이 있었지만 권력과 행정기능의 집중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행정도시 건설은 지방중심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사고와 관행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홍철 원장=행정도시 건설은 과천이 공주·연기로 가는 것에 불과하다. 공주·연기에 과천을 옮긴다는 것은 수도권이 광역화된다는 의미다. 수도권과 충청권 이외의 국민은 행정도시에 대해 냉담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이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싸우는 정도로 본다. 지역균형발전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동규 원장=행정도시 건설과 함께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걱정된다. 행정도시 건설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는 즉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타격을 받는 지역이 강원도다. 사람은 행정도시에,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될 것이다. 첨단산업이 제한 없이 수도권에 들어선다면 강원도의 먹고살 거리가 막연해지고 지방 피폐는 심화할 것이다.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권과 충청권의 빅딜일 뿐이다.

권용우 교수=국토균형발전을 위해 3분(分)정책이 실현돼야 한다. 3분정책은 분권과 돈·기능·사람을 옮기는 분산, 수도권과 지방이 각자 기능을 분담하는 분업이다. 혁신도시 건설 및 공공 산하기관 이전 등 분산 정책은 국토 공간을 수평적·다극형 네트워크로 전환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3분 정책이 패키지로 실현되면 인구 분산 및 교통 비용·환경오염 감소 등 실질적 효과뿐 아니라 '서울 제일주의'라는 편향된 가치관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현규 원장=지방과 수도권의 윈윈 전략이 되려면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도권이 결정해야 한다. 지방의 기업 유치는 지방정부의 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에 권한을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에는 재원과 인력 등을 지원하고 수도권에는 자율을 보장해 줘야 한다.

황희연 도시개혁센터대표=혁신도시는 거점 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다. 오송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가면서 152개 관련 기업이 함께 갔다. 행정도시는 분산정책을 선도할 것이다. 행정도시가 건설돼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가능하다. 문제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국토 균형 발전에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은 어음인 데 비해 수도권 규제 완화는 현금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온영태 교수=행정도시 건설이 정치적 살풀이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런 사업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또 국토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지 우려된다. 기업을 지방에 나눠주려 하는데 잘 안 되니 정부 기능을 나눠준다는 방법론만 제시됐다. 어떻게 성장잠재력을 키우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기존의 정치단위를 놓고 배분해서는 퇴행적인 싸움만 계속된다. 정치적인 단위가 달라져야 한다.

이태일 원장=행정도시 건설은 국가 기능과 인구의 분포 패턴을 바꿀 수 있다. 행정도시는 중부권의 중형 도시들을 엮어줌으로써 일종의 도시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서 충청을 제외하는 등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중앙정부가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행정도시가 건설되기에 앞서 수도권의 과도한 규제 완화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희윤 단장=지금 추진하는 국토 대수술로 국토 불균형이 완치된다면 지지하겠다. 그러나 그 후유증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의 국토 불균형은 경부축 대 비경부축의 문제다. 연기·공주는 경부축상에 있어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다. 정부 부처가 나눠지면 행정의 비효율성도 엄청날 것이다. 독일도 비효율 때문에 베를린과 본의 행정부처 통합을 고민하고 있다.

진영환 부원장=중추 관리기능의 분산이 핵심이다. 영국은 대처 정부 당시 수도권(런던) 규제를 완화했다. 시장 위주로 간 것이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지역정책이 노동당은 균형 발전, 보수당은 시장친화적 등 집권당에 따라 변한다. 결국 균형 발전은 정치적으로 결정될 문제다.

최막중 교수=수도가 양쪽으로 분리되면 두 장소가 자석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확산이 가속화된다. 3분 정책에서는 지방행정체계의 혁신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경상도·전라도 등 현재의 행정체계는 말을 타던 조선시대의 행정체계다. 이렇게 16개 광역시·도로 나뉘어서는 수도권에 대항하기 어렵다. 행정체계의 광역적인 개편이 핵심이다. 또 수도와 관련해 통일 이후의 대책도 논의돼야 한다.

정리=신혜경 전문기자, 김원배 기자 (hkshin@joongang.co.kr)


신국토포럼 위원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
고부언 제주발전연구원장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
김경환 서강대 교수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 학장
김영삼 부산발전연구원장
김용웅 충남발전연구원장
김정호 주거복지연대 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정호 자유기업연구원장
온영태 경희대 교수
이태일 충북발전연구원장
정희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지역균형개발연구단장
조재육 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조중래 명지대 교수
진영환 국토연구원 부원장
최덕철 경남발전연구원장
최동규 강원발전연구원장
최막중 서울대 교수
한영주 전북발전연구원장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홍 철 대구·경북발전연구원장
황희연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 대표,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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