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토지공개념 도입

자유기업원 / 2005-07-27 / 조회: 8,594       중앙일보, 24면


[opinion 논쟁과 대안] 토지공개념 도입

행정자치부가 토지 소유의 편중성을 부각시킨 통계 자료를 공개한 이후 정부와 여당,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토지공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89년 도입된 토지공개념 3개 법이 위헌판정을 받았거나 사실상 철회된 가운데 다시금 불거진 토지공개념 논의는 정부가 마련 중인 종합 부동산 대책의 향배와 맞물려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주 '논쟁과 대안'은 토지공개념 제도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찬반 토론을 소개한다. 위헌 소지를 비켜가려는 정부와 여당의 토지공개념 접근 방식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별도의 기고를 받았다.편집자

<참석자>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국장
사회: 김정수 본사 경제연구소장

-사회 : 확실한 집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참여정부가 토지소유의 집중 문제를 거론하며 갑자기 토지공개념에 관한 논란이 불거졌다. 토지공개념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토지소유가 집중된 것을 완화해 분배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인가.

▶ 21일 본사 회의실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호 원장, 서승환 교수, 이정전 교수, 남기업 사무국장, 김정수 소장.최정동 기자

▶남기업 : 최근 전체 국민의 1%가 사유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실태가 공개되면서 토지 소유가 여전히 편중돼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토지 소유가 편중되면 토지를 가진 사람은 불로소득을 얻고 나머지는 가난해지는 등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또 집값이 폭등하면서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공감대가 확산돼 토지공개념이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김정호 : 그동안 많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집값은 올랐다. 그래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나온 것이다. 이정우 대통령 정책기획위원장은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 사상을 따르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지지하는 것 같다. 헨리 조지의 사상은 토지 사유제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있는 것인데 이번 기회에 토지 사유제 자체를 재검토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이정전 : 수백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을 배경으로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다. 분배에 신경 쓰는 참여정부 입장에서는 빈부 격차를 크게 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서승환 : 작년에 부동산 값이 오르면 토지공개념을 도입한다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개발부담금제 도입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가격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 결국 토지공개념은 가격 안정보다는 토지 소유 문제에 대한 접근을 한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것인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계기로 함께 손대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 토지공개념을 한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이정전 :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 제도,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다. 보유세는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양도소득세는 사는 사람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보유세는 효과가 있을 만큼 세율이 높지 않았고, 토초세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으며 개발부담금 제도는 경제가 안 좋아서 실행하지 못했다.

▶김정호 : 문제는 토지공개념을 추진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동원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헌 시비가 없는 토초세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전에 나온 위헌 결정을 잘 분석해 보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토초세는 토지 가격이 오르면 미실현 이득을 환수하는 것인데 가격이 내리면 그만큼을 보상해줘야 하고 나중에 양도세를 낼 때 토초세 낸 것을 전액 공제해야 위헌 시비가 없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토초세를 시행할 이유가 있겠는가.

▶남기업 : 1989년 추진된 토지공개념은 정신은 옳았지만 방법이 반시장적이었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을 쓰면 가격이 안정되고 경제 전반에도 도움이 된다. 토초세는 노는 땅에만 과세했는데 노는 땅뿐 아니라 모든 토지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위헌 시비를 없앨 수 있다. 토지소유상한제는 소유를 직접 제한한다는 점에서 시장 원리에는 맞지 않는다. 대신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는 장기 계획을 미리 제시하고 근로 소득에 대한 세금은 확 줄이는 형태로 가야 한다.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토지 시장이 재편되고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서승환 :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이라는 주장은 언어유희가 아니면 말장난에 불과하다. 토초세가 왜 위헌 판정받았는가를 살펴 보면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됐기 때문이다. 개발이익환수제와 보유세 강화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지역에서 나오는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발지역 밖의 주변 지역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토지공개념이 나온 것도 개발지역 주변의 땅값 상승에 대한 이익을 환수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주변지역의 땅값 상승분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땅값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고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

-사회 : 결과적으로 토지공개념을 한다고 한다면 세금 강화밖에는 방법이 없다. 보유세는 이미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 강화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김정호 : 보유세를 올려도 궁극적으로는 땅값이 낮아지지 않는다. 보유세를 올리면 일시적으로는 값이 내리는데 그 다음에는 다른 이유에서 값이 오른다. 우리보다 보유세가 높은 미국도 1997년부터 2004년 주택값이 65% 뛰었다. 보유과세는 일단 정해지면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다른 논리로 오른다. 단 보유과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은 찬성이다. 문제가 많은 세금을 없애고 덜 문제가 있는 세금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이다.

▶남기업 : 보유세를 강화하는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 2017년까지 보유세를 1%로 올린다는 것을 시장참여자들이 믿지 않는다. 별거 아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특정 지역에 도로가 놓이면 해당 지역의 땅값이 오르는데 이것은 소유주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정부 등 사회의 노력 때문이다. 사회 전체에 의해 창출된 가치는 많이 나눌수록 좋은 것이다. 이것이 토지 공개념의 정신이다. 불로소득이 있으면 토지를 사용하는 것 보다 방치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지금 보유세 수준은 너무 낮다. 차기 정부까지 보유세를 2%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사회 : 불로소득은 다른 분야에도 있는데 왜 토지에만 강력한 과세를 주장하나.

▶남기업 : 불로소득도 소득 나름이다. 주식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기능을 한다. 임금 오르면 노동 공급이 늘어난다. 토지는 값이 오른다고 해서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식 투자는 주식 시장에 참가한 사람들만 돈을 잃거나 따는 것인데 토지는 토지가 있으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영향을 미친다.

▶서승환 : 토지를 공공 복리에 맞도록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나오는 토지공개념은 불로소득 환수만 강조하고 있다.

▶김정호 : 정부가 길을 뚫어 땅값이 오르기도 하지만 소득이 오르면 땅값이 높아지기도 한다. 달러화를 많이 갖고 있다가 환율이 높아져서 갑자기 이익 본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리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사회 : 토지공개념으로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이고 과연 달성될 수 있는 것인가.

▶김정호 :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잡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렇지만 여러 정책을 써도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토지공개념이 나왔는데 보유세를 높이는 것을 빼고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금리를 높이지 않는 이상 집값은 잡히지 않을 것이다. 공급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2~3년 걸린다. 한국의 토지 소유 집중이 불평등한 것 같이 보이지만 전세계적으로 비교해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이번에 발표된 토지소유 현황도 1989년과 비교해 보면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안보고 숫자만 보면 국민들은 흥분할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을 자극해 놓았지만 이를 해결할 수단이 없다.

▶서승환 : 참여정부 정책을 보면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불패 신화를 깨야한다는 목표가 있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건축이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면 강남재건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토지공개념에 부동산 가격 안정과 이익 환수라는 두가지 목표가 있다면 가격 안정엔 도움이 안되고 개발이익 환수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 나오는 정도만 가지고 공개념을 검토한다고 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토지공개념에서 더 나아가 주택공개념, 주택거래허가제. 주택거래환매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남기업 : 다른 의도를 갖고 토지공개념을 꺼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토지 편중도가 심한데 그만큼 토지가격이 상승하면 소수는 재산을 모으고 다른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 토지소유의 양극화가 다른 부분의 양극화가 이어진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것이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다. 보유세를 올리면 집값도 잡힌다. 반면에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은 과감히 감면해야 한다.

▶이정전 : 정부가 들고 나온 토지공개념은 근본적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줄이겠다는 억제책이다. 가능한 수단인 보유세는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지만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못줄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때리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른 곳으로 돈이 흘러가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해야 시중의 돈이 실물 분야로 건너간다. 부동산 문제를 한쪽으로 한정시키지 말고 경제 전체의 문제로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리=김원배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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