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부동산 안정 방안을 놓고 재계의 목소리가 엇갈려 주목된다.
자유기업원은 지난 7일 ‘보유세 강화만으로 안된다’는 보고서를 내고 “보유세 강화를 통한 수요억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공급, 과도한 규제 완화, 거래세의 지속적 경감 등 시장친화적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0.12%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2008년엔 0.24%, 2017년 1%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보유세 세수는 2003년 2조5000억원에서 2008년 6조4000억원으로 증가하고, 2017년에는 보유세에 대한 실효세율이 현재보다 약 6.67배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시적으로 막는 장치일 뿐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게 자유기업원의 주장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에 반영돼 오히려 가격상승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는 것.
자유기업원은 또 정부의 거래세 인하 조치에 대해 국민의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면에서 환영할만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금이 공시지가나 시가표준액이 아닌 실거래가로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은 이에 따라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에 앞서 시장친화적 정책마련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이 말한 시장친화적 정책이란 우선 소형 아파트 의무공급 비율을 낮추거나 폐지하고 수요가 많은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규택지를 개발하고, 재건축 규제와 재개발 규제, 그린벨트 규제 등을 완화해야한다고 자유기업원은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은 또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투기지역 주택거래신고제, 허가제 등 거래를 억제하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한편, 소비자에게 상세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자유기업원의 부동산 안정방안은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 보유세를 4배 올리고 거래세는 폐지해야한다고 했던 것보다도 한참 더 나간 주장이다. 당시 자유기업원은 보유세를 4배로 상향조정하면 거래세를 폐지해도 현재와 유사한 부동산 관련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며 거래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무게중심은 보유세를 인정하되 거래세를 없애야한다는 주장에서 보유세 강화방안 자체에 대한 반대로 이동한 모습이다.
반면 부동산 관련 규제를 없애는 대신 보유세는 강화하는 것이 옳다는 전혀 상반된 주장도 재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달 20일 한 강연에서 “강남 아파트값을 잡으려면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인 1%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싼 집에 살고 싶은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내는 것이 시장원리”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자유기업원의 ‘시장친화적 방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박 회장은 특히 “시세 대비 0.15% 수준인 보유세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1%까지 올리되, 우리나라는 땅이 좁은 만큼 2~3% 수준까지 갈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물론 박 회장 역시 보유세 강화의 전제조건으로 거래세나 개발이익환수제와 같은 반시장적 규제 폐지를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의 실효성을 인정하느냐를 놓고 재계 내에서도 분명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재계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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