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판교 등 공영개발 논란 (上)

자유기업원 / 2005-08-23 / 조회: 8,275       한국경제신문, A3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를 포함해 주요 공공택지에 적용키로 한 공영개발 방식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영개발은 대한주택공사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아파트 분양 주체(사업 시행자)로 나서고 민간업체는 시공과 설계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17일 부동산정책 당정협의회에서 결정된 3대 원칙 중 '공공부문 역할 확대'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일 5차 당정협의회를 통해 도입 방식의 윤곽이 드러나자 '과연 누구를 위한 공영개발이냐'는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학계나 주택업계 쪽에서는 모든 공공택지에 원가연동제를 도입해 분양가를 규제하기로 한 마당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영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당초 싱가포르식 완전 공영개발 등을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도 당정이 제시한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다며 불만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 공영개발 실익 뭔가

공영개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는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원가연동제 확대·적용 방침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직접 규제하기로 한 만큼 공영개발 방식을 적용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원가연동제란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되는 건축비 상한가(표준 건축비)를 정부가 직접 고시하는 제도다.

정부가 공공택지 내 모든 아파트의 분양가를 직접 규제해 '고(高) 분양가'로 인한 집값 불안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특히 원가연동제 도입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청약 과열 등 투기 확산을 막기 위해 주택채권입찰제 부활,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도 함께 시행된다.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공공기관이 직접 분양·임대해 분양가를 낮추고 민간업체로 흘러가는 개발이익(분양 차익)을 환수하는 효과를 기대했던 게 공영개발인 만큼 원가연동제 시행으로 도입 명분이 약화된 셈이다.

서승환 교수(연세대)는 "공영개발은 분양가 규제(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를 시행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공영개발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최악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도 "공공은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지원하고 주택 공급은 시장에 맡기는 민영화가 세계적인 추세"라며 "과거에 공공 주택을 대량 공급했던 유럽도 지금은 민간에 매각하거나 관리권을 넘기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 강남 집값 되레 부추길 수도

특히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를 공영개발로 공급할 경우 강남 등 주변 집값이 되레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아파트 품질이 떨어져 갈수록 고급화하는 중·대형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강남·분당 쪽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부도 공영개발 방식이 도입되면 주택 품질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주공의 아파트 공사 도급금액이 낮아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뿐 우량 건설사들은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판교 중·대형 아파트를 주공이 분양(공영개발)하면 '강남 대체도시'라는 판교 개발 목적이 상실될 것"이라며 "판교 입주 때 주민들이 마감재를 모두 뜯어내는 등 품질 저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남이나 분당 등의 집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판교 분양가를 낮추고 싶으면 택지 가격을 내리면 된다"며 "주공이 공급을 담당한다고 나아질 게 없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들도 불만족 표시

그동안 판교의 공영개발을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도 정부가 추진 중인 공영개발 방식에 불만이다.

박완기 경실련 사무국장은 "정부안은 공영개발 대상을 일부 지역에 국한하는 등 임대주택을 포함한 공공보유 주택을 늘리자는 근본 취지가 약화돼 있다"며 "원가연동제를 통해 가격을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도 "정부의 공영개발 추진 방식은 주택공급 시스템을 바꾸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의 투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잘못 접근하고 있다"며 "주택공급 부문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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