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살리기 통했다”
대통령·재벌총수 연쇄회동 ' 대화물꼬'
규제완화·투자분위기 조성 남은 과제
“돈·땅·사람 위한 정책 펼쳐야”지적도
정부와 기업인의 최대 공통과제는 '경제살리기'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각종 정책을 만드는 등 큰 틀을 제공하고 기업인은 여기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를 창출, 국익을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임기 2년 반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과 기업인이 만들어낸 현 우리경제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기업인에 대한 생각을 180도 전환, 재계 '빅4'를 포함한 기업인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경제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내 경제연구기관은 앞 다퉈 올 경제성장률을 4%대 이하로 끌어내리고 있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며 아우성이고 기업인들은 규제완화 등을 외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앞으로 남은 참여정부의 2년 반은 우리경제가 이대로 멈출것인지, 아니면 재도약 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 노대통령과 기업인의 연쇄 회동(사진은 만난순서)=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댔다. 임기초기와는 다른 기업관을 보여준 셈이다.
노 대통령은 올 1월 경제회생을 위한 재벌총수들과의 개별 회동에 대해 “못 만날 이유도 없으며 만나서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재벌 총수뿐 아니라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경제에 올인 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도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업의 '수장'들을 직접 만나 무엇이 문제이고 애로사항인지를 직접 듣는다면 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경제는 물론 그동안 서먹했던 정·재계 관계도 다시 복원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도 “정·재계가 서로 만나 정책 추진 방안 등을 공유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면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노 대통령은 올 2월부터 강신호 전경련 회장,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경제살리기를 전제로한 회동이었다.
올 2월 기업인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터키를 방문했을 때는 이스탄불 부근 이즈미트 현대자동차 현지공장을 방문한 뒤 현지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단독 오찬회동을 가졌다. 또 강신호 전경련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회동을 가졌으며 3월에는 구본무 LG 회장 부부를 초청했다.
같은 달 권양숙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삼성그룹의 리움 미술관을 방문해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의 안내를 받으며 미술품을 관람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 최태원 SK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한준호 한전사장, 이용경 KT사장 등과 중소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와 상생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가졌던 릴레이 해외순방과 기업인 회동을 통해 △기업이 곧 국가다(러시아 방문) △국가대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의 상품인 것 같다(인도) △너무 잘해서 외국기업들의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 된다는 등의 '기업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 2년 반의 평가 = 그러나 참여정부의 경제올인 정책을 바라본 국민이나 기업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자유기업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2년 반을 맞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우선해야 한다”며 “경기활성화를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은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20세 이상 전국의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조사를 인용, 전체의 92%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잘하고 있다'는 7.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임기 초와 비교한 지금의 경제정책 평가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0% 정도가 '임기 초에 비해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에 올인하며 기업인들과 회동을 가졌지만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등 투자를 위한 환경조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인은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로 3조원이 넘는 투자액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며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엇이 우선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도 “경제전문가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들고 있다”면서 “현 경제상황을 그대로 파악, 실천을 해야 할때”라고 강조했다.
◇ 향후 역할=기업인들은 앞으로 남은 2년반 동안 노무현 정부가 해야할 일로 규제완화 등의 투자분위기 조성과 유연한 노동문제를 제시했다.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권혁철 박사는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난다고 해서 경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가 풀리려면 대기상태에 있는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 경제조사실 이승철 상무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돈, 땅,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경직된 노사관계를 유연하게 해서 노동비용을 줄이고 토지이용 규제를 풀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미기자 (ytm3040@j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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