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국 자본과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삼성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이런 역차별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참 석 자
- 사회
안현실(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
- 토론자
권영준(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김정호(자유기업원 원장)
이현석(대한상공회의소 상무)
정신모(사단법인 기업사랑운동 공동대표)
사회 :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40%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특히 우량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과반을 넘고 있다. 이렇듯 외국인 지분이 높다보니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는 기업들도 많다.
이현석 상무 : 삼성의 헌법소원과 관련해 이야기해 보자. 공정거래법이 예외 조항을 통해 대기업 계열금융사의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주식회사 시스템에서 주주가 갖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일이다. 이는 개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이며, 시장경제 체제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사기업에 대한 불간섭원칙을 위배하는 일이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고객자산으로 계열사에 투자하는 행위가 고객의 이익과 상충되기 때문이라고 의결권 제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금융사에 대한 투자가 고객 이익과 상충된다는 설명은 논리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옳지 않다.
여기에다 이미 여러 법에서 금융계열사의 투자 행위와 관련, 다양한 제한을 두고 있는 만큼 이 조항은 중복 규제 성격도 짙다. 한마디로 금융계열사만 따로 떼어 규제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권영준 교수 : 동의하기 어렵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누구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야기인가. 그리고 재산권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누구의 재산권을 말하는 것인가. 재벌 금융계열사의 재산은 계약자 재산이지 회사의 재산이 아니다.
의결권 행사의 제한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재벌 총수의 경영권 보호다. 총수의 경영권 보호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재계에서는 여전히 불만이고 말이 많지만 사실 공정거래법은 지난해 말 개정 과정에서 많이 완화됐다. 실제 재계의 입장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이 최근 이와 관련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그 배경을 보면 공정거래법보다는 오히려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특히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취득 위반과 관련한 입법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된다.
김정호 원장 : 금융사의 재산을 계약자 재산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금융사가 회사의 자산을 계열사에 투자했다고 해서 이를 계약자 재산을 침해 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계약자 재산권은 계약 당시 약속된 날짜에 약속된 금액을 돌려주는 정도면 충분히 보호된다고 봐야 한다.
만일 금융회사가 계열사에 출자해 계약자에게 돌려줄 금액이 줄어든다면, 이는 계약자 재산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그렇지 않다면 계약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재벌 금융사의 자산이 계열사에 투자되어 손해를 보고 있느냐 여부와 만기시 약속된 금액을 돌려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자산이 삼성전자에 투자되어 큰 이익을 보고 있다. 또 만기에 약속된 금액을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인 만큼 계약자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사실 일반 금융회사들은 경쟁이 치열하다. 또 가입자들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금융사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권영준 교수 : 계약자들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다. 만기까지 가야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에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계열사에 투자한 수익률이 더 좋다는 것도 옳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몰라도 글로벌 수준에서 살펴보면 그렇다.
신의성실의 원칙과 법치금융 확립을 위해서도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필요하다. 일례로 얼마 전 삼성생명이 투자 유가증권 평가익을 계약자에 돌려주지 않고 회사가 챙긴 사건이 있었다.
더욱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투자한 것은 결코 투자 목적이 아니다. 투자 목적이라면 주가가 높을 때 언제라도 투자 이익으로 얻고 팔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가도 팔지 않는다.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총수의 의결권 확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계약자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사회 : 외국 자본과의 역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 삼성의 헌법소원도 결국 이런 역차별 문제를 풀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정신모 회장 : 현실적으로 볼 때 국내 기업과 외국 자본간의 역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부총리를 비롯, 정부 관계자들도 역차별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면서 산업자본의 금융 진입 제한을 예로 들기도 했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분담 과정에서도 외국 은행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국내 은행에 대한 역차별로 볼 수 있다. 최근 윤증현 금감원장도 기업에 대한 투명성 요구도가 너무 높으며,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의 공정한 기준 적용을 거론해 역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나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에 대한 과도한 제한 등은 역차별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국내 기업이라고 외국 자본보다 우대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글로벌 기준에 맞춘다는 의미에서도 현재의 역차별은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한다.
권영준 교수 : 최근 반기업 정서가 문제점으로 부상하면서 재벌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흐름이 많았다. 실제 금융당국자들이 금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런 식이 아니다. 최근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 완화 등 여러 조치들은 대부분 재벌을 무조건 봐주자는 식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금융에 대한 사전적 규제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산물로 보아야 한다. 역차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역차별은 단편적으로는 존재하지만, 경제 전체 구조를 위해서는 이런 식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경우 재벌 금융기관들이 계약자 인적 사항을 다른 계열사가 이용토록 하는 등 문제가 많다.
김정호 원장 : 경제 문제에 대해 민족주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안된다. 따라서 차별도 안된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분명히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는 우리 기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내용을 해결할 법을 만들면 된다. 이 경우에도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에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역차별을 오히려 조장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권영준 교수 : 역차별은 없어져야 한다는 데는 동감이다. 또 현실적으로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차별을 없애자는 이야기에 앞서 선결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두산의 경영권 분쟁이나 도청 파일 등을 보아도 이는 모두가 재벌 총수와 측근간에 일어난 행위들이다.
역차별 해소에 앞서 바로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논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문제의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사항들에 대한 해결 없이 역차별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사회 :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가 바람작하다고 봐야 할 것인가. 사실 지배구조란 기업이 처한 사회적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지배구조에 관해서는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신모 회장 : 권교수의 말대로라고 해도 지금의 지배구조 문제를 재벌만의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이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바로 우리 사회 전체가 그 정도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재벌이 거대한 실체로 보이지만 정치권 등과 비교하면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기업이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 전체에 이중성이 존재하는 만큼 최근의 흐름은 너무 도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기업은 이익 추구를 본래의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기업 본연의 존재 이유를 생각할 때 지금처럼 너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거나 나쁜 측면만을 부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권영준 교수 : 물론 우리 사회의 일반적 현실을 충분히 공유하고 그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선진국들의 경우에서 보듯 현실을 앞세우며 이해만 구하거나 특별한 희생이나 노력 없이는 되지 않는 일이다.
사회 : 소버린 문제를 한번 보자. 소버린의 경우를 보면 삼성이 주장하는 경영권 위협이나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은 어느 정도는 사실로 보인다. 소버린 사태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우리에게 준 교훈도 많다고 본다.
김정호 원장 :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자체는 긍정적이다. 실제 소버린의 경우도 그동안 부작용만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SK의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 행태를 바뀌게 하는 등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들의 증시 지배가 높아지고, 경영 간섭에 가까운 직접적인 의사 표현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상장기업 전체로 보아도 기업들이 주가 움직임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배당 성향도 달라졌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것이 바로 시장 압력의 효과다.
문제는 역차별이다. 소버린의 경우에서 보듯 역차별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제는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정부가 5%룰을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소버린의 경우에서 보듯, 그 정도만으로는 외국 투자자본의 정체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공격하려는 측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도록 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정신모 회장 : 옳은 이야기다. 최근 공정위가 국내 재벌들의 지분 족보를 다 공개했듯이 외국 자본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공격자와 방어자가 공정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형편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권영준 교수 :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5%룰의 대안으로 경영 목적의 투자를 밝힐 경우에는 그쪽의 지배구조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몸에서 일정한 세균이 오히려 몸을 건강하게 하듯 적대적 인수·합병은 필요하다.
소버린 사태를 되돌아보면 소버린의 공격을 받고 SK가 달라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의 평가도 좋아졌다. 이러한 기관투자가들의 공감대가 바로 우리 국민들의 공감대다. 결국 우리 국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 경우 외국 자본의 공격을 무서워할 필요도 없어진다.
삼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삼성을 사랑한다. 다만 일부 공평무사하지 못한 불법과 탈법이 여전히 문제다. 우리가 삼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것만 해결되면 경영권 위협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회 :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주시받고 있으며 달라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 기업에 대해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렇게 된 이면에는 기업 외적인 문제도 많아 기업들로서는 억울한 면도 많다.
이현석 상무 : 소버린 사태가 긍정적인 교훈도 주었지만,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하지 않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단기 투기자본에 대해서는 매각차익 과세나 차등의결권 도입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가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괜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권영준 교수 : 물론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일부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의 체계적 위험까지 담보하는 인수·합병 제한은 곤란하다. 특히 차등의결권이 자주 거론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너무 많다. 또 세계적으로도 없어지는 추세다. 현실적으로 삼성조차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 :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기업의 경영 행태가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선결 조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공정거래법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권영준 교수 : 최근 기업과 관련한 일련의 부정적 사태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제대로 된 경제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업 총수가 마음대로 하는 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 견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금융 감독의 일벌백계로 규정이 엄격하다. 엔론 사태의 처리 결과와 SK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이는 명백하게 나타난다. 이는 그렇게 해야 시장 규율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당국이 감독 기능을 선진화시켜야 한다.
이현석 상무 :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실정과 여건에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어디에도 적합한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이란 있을 수 없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사안들도 따지고 보면 오래 전의 일들이 대부분이다. 지배구조나 경영의 투명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 우리 기업도 많이 좋아졌다.
권영준 교수 :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최근에도 부정적인 사례들은 여전히 많다.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어떤 지배구조가 되든 투명성과 견제시스템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제까지 진행된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들은 한마디로 일과성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 전체의 선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의 선진화를 보다 강조하고 싶다.
김정호 원장 : 우리 기업 지배구조의 전반적 변화 추세와 특별한 사건은 구분되어야 한다. 최근 대기업들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나 불법 행위는 잘못이지만, 지배구조 개선 노력만으로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불법 행위는 지배구조 개선 등 전체적 차원과는 다른 문제로 보아야 한다.
사회 :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이란 현실에 뿌리를 박고 있는 만큼 사회 전체의 수준을 초월하여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윤 추구를 본래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너무 무리한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외국 자본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오늘의 토론이 이런 현실적 문제 해소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정리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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