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부동산 대책 긴급 좌담회

자유기업원 / 2005-09-05 / 조회: 8,125       한국경제, A9면

정부와 여당이 두 달간의 장고 끝에 '8·31 부동산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세제강화 공급확대 등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했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신문은 1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와 함께 서울 중림동 본사에서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손경환 국토연구원 실장


▲조동근 소장=8·31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보완할 점은 없는지 폭넓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정부가 과거 냉·온탕식 부동산정책으로 시장의 불신을 초래한 결과 투기세력의 내성만 커진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서민주거 안정과 투기수요 억제라는 두 가지 목적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현재 시중 부동자금이 500조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을 확실하게 잡으려면 향후 소폭의 금리 인상이 필수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이번 대책에 공급확대책이 포함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 목표가 지금처럼 투기 억제에만 맞춰져서는 곤란하다. 도대체 투기꾼의 실체가 무엇인가. 정부 대책을 보면 집값이 6억원을 넘으면 투기꾼이고,6억원 밑으로 떨어지면 투기꾼이 아니란 얘기 같다. 정책 목표가 기본적으로 전 국민의 평균 주거 수준을 높이고,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급확대책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대책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해하기 힘든 요소가 많다. 정부가 다주택 보유를 제한하면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것도 문제다. 앞으로 전셋집을 살기 위해선 분양처럼 한참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종합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특정계층에 대해 일종의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문제는 공급 부족에 기인한 것인데도 원인 진단이 잘못된 것인지 짜깁기식 공급 확대 방안만을 내놓았다.

▲손경환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연구실장=시장 불안의 원인은 △투기 △공급 부족 △과잉 유동성 등이다. 2003년 10·29 대책의 경우 공급측면이 약해 그 효과가 6개월~1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 부분이 보완됐다. 하지만 시중자금의 과잉 유동성 문제에 대해선 차후 보완이 필요하다.

▲조 소장=정부가 강남 집값을 20~40% 내리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워둔 것 같다. 이런 목표 설정이 맞는지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이 의원=부동산 값이 폭등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정지역이 조직적으로 담합해 집값을 올린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부분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손을 댄 것은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정도다. 나머지는 선진국 세제로 나아가는 장기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일부에서 세금폭탄이라고 주장하는데 상당한 오해가 있다.

▲손 실장=정부가 강남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현재 거품이 끼어 있고 그대로 둘 경우 문제가 심화될 것을 우려한 것 때문이다.

▲박 의원=97년 이후 지난 7년간 전세계 여러 나라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27%로 가장 높고 아일랜드 187%,스페인 149% 등의 순이다.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주택가격도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란 특수 사정이 있지만 그동안 20.6% 오르는 데 그쳤다. 강남이 94.8%로 상대적으로 많이 상승했지만 이것이 투기 때문이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강남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쾌적한 곳에 중·대형 평형의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강남 집값을 잡는 방법이다.

▲조 소장=처방을 제대로 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 투기 수요가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김 교수=주택가격이 국지적으로 상승한 데는 투기적 요인도 분명 있다. 하지만 공급 물량만 풍부하다면 투기가 있다 해도 가격이 오르기 힘들다. 94~2003년 서울에서 새로 늘어난 일자리 18만개 가운데 60%가 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돼 있다. 같은 기간 이 지역의 아파트는 1400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남권에 공급이 절대 부족한 것이다.

▲이 의원=우리나라에는 가용토지가 적기 때문에 공급을 원활하게 늘리기 힘들다. 특히 수도권에선 더욱 문제다. 공급문제는 비정상적인 투기 수요 억제와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다.

▲조 소장=정부와 여당이 세제부문을 특히 강화했다. 이 부분에 대해 평가한다면.

▲손 실장=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유예기간 중 집값이 상당히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원장=보유세를 중과한다는 것은 일종의 눈속임이다. 세금부담을 늘려 집값을 떨어뜨리면 이 주택을 구매하는 실수요자는 떨어진 집값 만큼 세금을 내는 셈이다. 또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긴다면 국민들에게 집을 늘려가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박 의원=종부세 실효세율을 오는 2009년까지 1%로 과세한다는데 지나치게 급진적인 발상이다. 세부담을 높이는 것 자체에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가처분 소득 대비 자산가치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정부가 6억원·3억원,3년·5년 등 자의적인 기준을 너무 많이 내세웠다. 이 기준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자원배분의 왜곡이 생길 우려가 있다. 누진세율을 부과하면 되는 것이지 이처럼 잡다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없다.

▲김 교수=미국의 경우 재산세가 1% 이상인 것은 맞지만 지방정부가 세금을 거둬 지방정부 살림에 사용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군소리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또 재산세가 1%지만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그렇게 큰 부담이 아니다. 정부대책을 보면 세금부담을 무겁게 해서 집을 팔도록 만드는 게 목표인 것 같다. 정말로 집을 팔아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맞는 방향인지 묻고 싶다.

▲이 의원=문제의 핵심은 서민의 재산세 부담은 그리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가주택의 재산세만 상향조정된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부과되던 것을 합리화하는 수준이다. 양도세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양도세 더 낸다고 해서 손해보는 사람은 없는 셈이다.

▲손 실장=세금을 낼 능력이 없거나 노인 등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거래세의 경우 통행세와 같아서 원칙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말든지 대폭 낮춰야 한다. 다만 취·등록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중 약 3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조 소장=정부가 공영개발을 대폭 확대한다는데.

▲김 원장=주택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은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집값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관리를 하는 것이다. 품질은 떨어지고 생산원가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결국 실수요자들의 주거선택 자유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제값에 아파트를 사서 원하는 기간에 팔도록 해야 한다. 아파트를 싸게 산 다음 10년간 이사 가지 말라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 의원=공영개발 확대는 공공택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취지다. 비효율성과 주택 모델의 획일성 등 일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시공입찰을 받으면서 설계 등을 일괄 입찰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박 의원=한나라당의 입장은 판교에서 공영개발을 시범실시한 뒤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면 확대하자는 것이다. 주택공사가 현재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것은 민간기업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어진다면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손 실장=판교를 공영개발한다고 발표하니까 주변 집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판교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 간다고 하자 다시 폭등했다. 분양가가 주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영개발로 집값을 낮춰야 한다.

▲김 원장=평당 2000만원 받아도 될 만한 입지의 아파트를 평당 500만원에 분양한다고 해서 주변 집값이 안오르나. 아마 청약 경쟁률이 수천 대 1로 치솟으면서 주변 집값을 또다시 자극할 것이다.

▲김 교수=최초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집값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시장가격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프리미엄을 누가 갖느냐다.

▲이 의원=전매 제한 기간을 늘리고 양도세를 강화한 게 바로 프리미엄 때문이다.

▲김 교수=공공택지를 개발해서 완전 경쟁입찰에 부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개발이익 환수도 안하면서 10년 동안 전매를 제한하고 있다.

▲조 소장=토지부문에 대해 평가해달라.

▲박 의원=수도권에선 지난 10년간 총 1억8000만평 정도의 택지가 신규 공급됐다. 하지만 분당 일산과 같은 대규모 택지는 별로 없다.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과감하게 해제해야 한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푸는 곳에 임대주택을 많이 짓고 있는데 이런 곳에는 고급주택을 지을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을 지어 봤자 출퇴근 교통 수단도 별로 없다.

▲김 교수=정부가 가용토지가 부족하다고 해 놓고 토공의 토지비축 기능을 강화한다고 한다. 비축하지 말고 택지를 민간에 많이 공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지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토지 규제를 푸는 것이 급선무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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