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건설

자유기업원 / 2005-11-07 / 조회: 8,252       중앙일보, 37면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입지 선정 과정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탈락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조직적 반발도 시작되고 있다. 중앙일보 신국토포럼은 지난달 26일 각 지자체 발전연구원장 및 전문가 등 포럼 위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혁신도시 입지 선정과정의 문제점과 예상되는 부작용,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혁신도시의 밑그림과 개발주체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혁신도시의 성과를 다른 지역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며▶지자체가 민간 부문을 함께 유치하는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신국토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혁신도시 입지 선정에 따른 후유증과 그 해소 방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사회: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입지 선정이 진행 중이다. 경쟁지역 간 갈등도 많고 선정 이후 후유증도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나.

▶고부언: 정부가 제시한 선정지침을 제주도에 적용하기는 무리다. 제주도는 모두 한 시간 이내 거리다. 이 가운데 꼭 한곳을 선정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 갈등 같은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융통성을 줘야 한다. 또 수도권에 남겨놓은 지사가 사실상의 본사 역할을 하는 '무늬만 이전'이 될 수도 있다.

▶최덕철:지자체 간의 과열된 유치경쟁, 내년 지자체장 선거를 의식한 시장.군수의 입장, 혁신도시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하는 주민들의 높은 기대 등으로 입지선정 이후 심각한 지역 간 갈등이 유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낙후지역에 대한 특별지원, 형평세 등 인센티브와 성과 공유방안이 구체화돼야 한다. 또 지금의 관(官)주도 추진협의기구보다 민간 중심의 전문기구가 필요하다.

▶이태일: 이전 공공기관의 요구가 지나친 부분도 많다. 이전 기관들은 주로 인구가 많고 인프라가 나은 청주.청원 등만 선호한다. 그러나 지자체는 낙후지역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다양하다. 선정기준과 관련해 도에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줘야 한다.

▶최동규:중앙정부는 공공기관을 왜 도내의 한곳으로 모아야 하는지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혁신도시 사후관리는 지방 몫이다. 떡이 굴러와서 좋은 것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하던 것을 지방 주민 세금으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혁신도시 성과 공유를 위해 지역균형발전기금 등을 만들려고 한다. 또 이전기관과 관련된 기업 유치를 위해 도가 앞장설 것이다.

▶진영환: 혁신도시 선정기준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의한 원칙과 기준이므로 지켜야 한다. 선정기준과 절차를 지금 건드리면 어려워진다. 모든 지자체가 혁신도시를 한다고 하는데, 조성비.관리비를 감안해 새로운 도시 개발보다는 기존 도시를 활용하는 10만 평 정도의 혁신지구 방식도 가능하다.

▶권용우: 지역 사정에 맞게 융통성을 준다면 국가정책의 의미가 없어진다. 한 지역에 융통성을 부여하면 나머지 지역도 다 그렇게 한다. 낙후지역의 활로는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한다. 원칙은 지키면서 낙후지역 대책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홍철: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른다. 또 정부가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이 목적인지, 혁신도시 건설이 목적인지 분명히 해줘야 한다. 도시를 마치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혁신도시는 2~3개만 잘되어도 성공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반드시 묶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최막중: 과열경쟁 등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선정기준이 지방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면 중앙에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혁신도시의 가장 큰 후유증은 지방정부가 지역 발전을 위해 자신의 노력보다는 중앙정부만 쳐다보게 되는 점이다.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증을 심화시키기 쉽다.

▶원제무: 현재 추진되는 혁신도시는 국제적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도시나 클러스터가 되기에는 미흡하다. 꼭 만들겠다면 오히려 스타급 혁신도시 몇 개만 시범적으로 만든 뒤 점진적으로 추가 선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김정호 교수: 혁신도시가 성공하려면 혁신주체가 있어야 하고,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과 이를 상업화.산업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혁신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황희연: 선정기준이 합리적이라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어야 후유증이 적을 것이다. 또 탈락하는 지역에 대해 막연한 것으로 달래려 하지 말고 입체적 메뉴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오송의 예를 보면 공공기관이 가면 따라가는 다른 기관이나 사업체도 많다. 이런 기관들의 유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온영태: 중앙정부가 선정 후유증에 말려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후유증은 지자체 스스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 급한 것은 오히려 혁신도시 건설을 위한 분명한 밑그림 그리기와 개발주체를 확실히 하는 일이다. 공공기관이 혁신주체가 되어서 도시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몇 개가 옮겨서 집 짓고 끝내는 사업이 아니다.

▶김정호 원장:혁신도시는 자족도시가 아닌 기생도시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을 계속 받아야 존재하는 도시가 될지 모른다. 또 공공기관들만 늘어선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정희윤:영국도 공공기관을 이전하는데 그 목적은 운영비용 절감이다.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이전 목적은 수도권 과밀 해소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 부지는 모두 다시 밀도가 더 높은 용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조중래:혁신도시에 대해 총체적인 밑그림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후 관련 민간 부문을 어떻게 유치해 다른 지역에 배치하고 이를 통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어떻게 도모할지 등을 제시한다면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민간 부문 유치는 지자체가 준비해야 한다.

▶한영주:후유증 치유를 위해서는 혁신도시가 들어서지 않는 곳에는 도청 등 지방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또 관련 연구개발(R&D) 사업 유치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리=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

신국토포럼에 참석한 지방자치단체 발전연구원장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혁신도시 건설을 위한 기본 방향과 후유증 최소화를 위한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개발주체를 분명히 해야=이전하는 공공기관 몇 개가 혁신도시 건설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생활기반과 일자리를 한꺼번에 만드는 복합적인 개발사업이므로 정부는 개발 주체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밝혀주고, 명확한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 일정 서두르지 않아야=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전 공공기관과 지자체 간의 윈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는 기관, 받는 지역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입지 선정 및 추진 일정에 여유를 두어 이전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간의 협의가 무르익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야=중앙정부는 선정기준만 던져주고 지자체는 이를 그대로 시행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왜 공공기관을 한군데로 모아서 혁신도시를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앙정부도 적극적으로 주민 홍보에 나서고, 중앙정부가 이를 위해 지원할 내용이 무엇인지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것만 기대하지 말고, 지역 내 균형개발을 위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밝히고, 나서야 한다.

◆ 혁신지구 건설도 고려해야=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반드시 새로 혁신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도시에 작은 규모로 공공기관 단지를 만드는 방식의 소규모 혁신지구 건설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입지 선정에서 제외된 낙후 지역 개발대책 따로 마련해야=낙후 지역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기금, 민간 부문 유치계획 등 또 다른 활로를 제시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관련돼 주변 낙후 지역에 갈 수 있는 관련 기업이나 특화 산업이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지자체가 제시해 주고 혁신도시가 이런 것들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 신국토포럼 토론자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소장.사회
고부언 제주발전연구원장
홍철 대구.경북발전연구원장
최동규 강원발전연구원장
이태일 충북발전연구원장
한영주 전북발전연구원장
최덕철 경남발전연구원장
진영환 국토연구원 부원장
정희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지역균형개발연구단장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
온영태 경희대 교수
원제무 한양대 교수
조중래 명지대 교수
김정호 주거복지연대 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정호 자유기업연구원장
최막중 서울대 교수
황희연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 대표, 충북대 교수
신혜경 중앙일보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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