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횡설수설> 뉴라이트 교재

자유기업원 / 2005-11-09 / 조회: 8,553       동아일보, A34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1899∼1992)는 1991년 구(舊)소련의 붕괴 소식을 듣자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라고 말했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1944)에서 “사회주의는 억압과 노예 상태의 평등을 추구한다”며 사회주의 몰락을 예언한 바 있었다. 하이에크의 스승인 루트비히 에들러 폰 미제스(1881∼1973)도 ‘자유주의’(1927)에서 사회주의의 모순을 비판해 사회주의자들의 공적(公敵)이 됐다. 이들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에 대한 신념을 평생 지켰다.

▷ 계획경제와 정부 간섭에 반대했던 자유주의자들은 자본주의 내에서도 오랫동안 배척받았다. 정부 역할을 강조한 케인스주의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고물가 고실업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케인스 처방이 한계에 이르자 자유주의는 다시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하이에크는 1977년 인터뷰에서 “사회주의를 선호하던 지적(知的) 흐름에 대한 반전(反轉)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젊은 세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몇 년 전부터 국내 대학가에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가을 경희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 뉴라이트 계열 학생운동권이 자유시장경제 존중, 북한의 반(反)인권 비판 등을 내걸고 출마했다. 이들이 주로 읽는 도서는 ‘치명적 자만’(하이에크) ‘국가경영’(마거릿 대처) ‘자유의 미래’(파리드 자카리아) 등이라고 한다. 이 책들은 사회주의의 오류, 기업 활동의 자유, 작은 정부, 개방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요즘 학생운동권 좌파도 ‘자본을 넘어선 자본’(이진경) 등 수준 높은 책들을 읽는다고 한다. 과거 386 주사파(主思派)처럼 평양방송을 앵무새처럼 따라 외우는 대학생은 거의 없다니 다행이다. 홍익대 경영학부 김종석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단편적 감성적 사고를 하면 선동주의에 빠지기 쉽다”며 “다양한 독서를 통해 깊은 사색을 하다 보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의 가치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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