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미국의 힘, 중국의 도전, 테러리즘 세 가지를 알면 21세기가 보인다

자유기업원 / 2005-11-29 / 조회: 7,808       이코노믹 리뷰. 88-91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11월 10일 개최한 제1427회 세미나에서는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이 ‘미국 군사력의 실상과 6자 회담 및 한미관계’에 대해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5가지 숫자
1. 7500억달러 : 2003년 전 세계 국방비
2. 3800억달러 : 2003년 미국의 국방비
3. 3.2% : 미국 GDP 중 국방비 비율
4. 17% : 중국의 10년 간 국방비 증가율
5. 3025명 : 9·11 테러 희생자 수

역사학자들은 인간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BC 3000년부터 1950년까지 무려 1만4500건의 전쟁이 발발했다. 5000년 역사라는 긴 시간 동안 전쟁이 없었던 시간은 단 292년에 불과했다. 한편 185세대에 걸친 인간 역사 중에서, 전쟁을 경험해 보지 않은 세대는 10세대뿐이라고 한다.

인류역사의 92%는 전쟁이고, 나머지 8% 만이 평화였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그 주장처럼, 2차 세계대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연평균 12회의 전쟁이 지속되었으며, 전투가 없었던 날은 단지 26일에 불과했다는 놀라운 통계수치를 접할 수 있다. 인간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실감하는 통계다.

미국의 힘에 대해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반면 중국의 힘에 대해서는 과대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는 과소 평가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볼 때, 유사 이래 미국처럼 막강한 나라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로마제국보다 강하고, 당나라나 몽골보다도 강하다. 새 천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미국은 과거 어떤 위대한 제국보다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향유하고 있다.

부르스 복고비치라는 학자가 2004년 《전쟁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책에서 국제정치가 복잡하긴 하지만 다음의 다섯 가지 숫자를 잘 기억하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 첫 번째는 7500억달러라는 숫자다. 이는 2003년 전 세계 국방비를 의미한다. 200여 개의 국가들이 쓴 국방비 총액인데, 모든 나라들의 GDP를 합친 금액의 3.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두 번째 숫자는 같은 해의 미국 국방비인 3800억달러다. 이는 7500억달러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로,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지금도 매년 200억 달러씩 늘려 가고 있다.

세 번째 숫자는 3.2%라는 수치다. 이것은 3800억달러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2%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세계 평균에 조금 못 미치지만, 그 비율은 세계 국방비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참고로 냉전시대 때 미국은 GDP의 6%를 국방비에 썼다.

지난번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이라크에 돈을 쓰느라 돈이 없어서 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에 쓴 돈은 겨우 미국 GDP의 0.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 숫자는 17%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은 매년 17%씩 국방비를 증강했다. 중국은 30년 동안 9% 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는데, 지난 10년 동안 군사부문은 17% 성장했다.

다섯 번째는 3025명이라는 숫자다. 이 숫자는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한 테러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를 의미한다. 1861년 남북전쟁 당시, 엔티에탬 전투에서 남·북군 전부 합쳐 3700명 이상이 전사했다. 그러나 민간인이 3000명 이상 죽은 것은 9·11테러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이 다섯 가지 숫자가 21세기 국제정치를 규정하는 숫자인데, 앞의 세 개는 미국의 힘을 규정한다. 그리고 네 번째 숫자는 중국의 도전이고, 다섯 번째 숫자는 테러리즘을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힘, 중국의 도전, 테러리즘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곧 21세기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2000년 이후 미국 국력이 많이 증강됐는데, 이것을 미국 사람들조차 금방 인지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경제성장은 좋았지만, 지금과 같은 압도적인 힘의 불균형이 나타난 것은 다른 몇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잘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유럽이 헤매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의 힘이 더 올라갔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외교 안보 특별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이번에 《미국의 선택》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는 일본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탈락했으며,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하고, 중국이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2세대 동안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미국을 이을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경영·경제 쪽에서 그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국제정치학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리라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제정치학 전략론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을 결코 앞설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브레진스키는 중국이 규모는 큰 반면 국민소득이 적으므로, 미국의 경쟁 상대가 되기 위해선 우선 빈곤문제를 해결할 것을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이 자신들을 따라 오려면 60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도 자신들이 미국을 앞서려면 앞으로 80년이 걸릴 것이라고 스스로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력과 관련해서, 2050년에는 미국이 유럽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2003년에는 같았지만 2004년에는 조금 격차를 보이기 시작했고 2005년 현재는 더 많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2050년에는 미국이 유럽보다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다. 그리고 군사력은 50% 정도 된다. 한 나라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전 세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실재하는 것이다.

바다 건너 군사력을 보낼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미국 한 나라 밖에 없다. 2003년도 미국 국방비 중 연구개발비는 470억달러, 정보예산은 300억달러다. 지금 정보의 시대라고 하는 것은 정보를 가지고 전쟁도 하고, 돈도 버는 시대를 말한다. 그 정보를 미국이 다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밀리터리 R&DD는 세계의 밀리터리 R&DD의 80%가 된다.

미국은 유럽에서 어느 한 나라의 패권국이 나오거나, 통일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바다를 건너 전쟁을 하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시아에서도 패권국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 역시, 바다 건너의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 전통은 유럽에서의 세력균형 유지, 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 유지,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챔피언 출현 방지 및 금지다.

이번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은 폭탄을 2만발 밖에 쏘지 않았다. 10년 전에는 22만발을 쐈다. 월남전 때는 약 3000만발을 쐈다. 이번에 이렇게 폭탄을 조금 쓴 이유는 그만큼 폭탄의 명중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걸프 전쟁 당시 표적을 찾아서 파괴하는데 딱 3일이 걸렸다. 이번 전쟁에서는 표적 확인 후 파괴까지 불과 45분이 걸렸다. 놀랍게도 3일에서 45분으로 줄이는데 10년 밖에 안 걸렸다. 이것이 다른 나라도 가능하면 문제가 안 생기는데, 미국 혼자만 가능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미군 3개 사단이 이라크에 가서, 수도를 점령했다. 불과 3개 사단이 서울과 부산까지 거리의 몇 배가 되는 곳을 장갑차를 타고 가 점령한 것이다. 이들이 입었던 옷은 세라믹으로 만든 것인데, 25m 전방에서 기관총으로 쏴도 뚫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 이런 옷을 입었으니 병사가 전쟁터에 가더라도, 비교적 크게 떨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지스라고 하는 군함은 세계에서 미국과 일본 두 나라 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 군함은 1분에 미사일을 200발 이상 발사하는데, 미사일 한 발에는 18개의 폭탄이 장착되어 있다. 계산상 1분 동안 3600개의 타깃을 공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느 한 정점에서 180마일, 180해리에 들어가는 모든 사물은 무조건 격침되게 되어 있다.

미국 아이들에게 9·11에 대해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이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을 그린다. 한 그림은 하나님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천사가 피곤한 소방관을 보호하며, 엉클 샘이 어디서 맞고 들어와, 화가 나서 팔을 걷어 붙이고 나가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은 미국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국관계를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단순히 핵을 만든다고 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 핵이 미국에 와서 터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화가 나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해사 졸업식에서 정말 무서운 말을 했다. “기술은 전쟁의 균형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는 지금 더 효과적으로, 더 먼 곳에서, 민간인의 피해는 줄이면서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우리는 국가가 아닌 정권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테러리스트와 독재자들이 죄 없는 민간인 틈에서 자신의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세월이 되었다.

21세기에 우리는 죄 지은 자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며, 죄 없는 사람들을 보호할 것이다. 죄 지은 사람들은 폭정의 전초기지에 있는 두목들을 말하며, 죄 없는 사람들은 폭정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나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온 결정적인 요인이 이 말 때문이었다고 본다.

북한이 원자탄을 만드는 것을 미국이 막는 것은 핵 확산이 아니라 테러리즘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북한이 핵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이미 핵을 한두 개 갖고 있더라도 더 이상 만드는 것만은 그만 두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핵 만드는 것을 중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든 핵을 해체할 것을 요구한다. 미국의 정책목표가 노테러리즘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의 대 북한 문제의 본질을 반테러리즘에서 보아야 하는데 핵 확산의 맥락에서만 보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에서 폭정의 전초기지로 바꾸어 불렀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엄청난 전략의 전환이다. 악의 축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나라임을 뜻한다.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하는 것은 적이 나라가 아니라 정권이라는 뜻이다. 미국은 과거 북한이라는 나라와 싸우겠다고 하다가, 이제는 북한의 정권과 싸우겠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모든 전쟁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없애는 노력 대신 그것을 쥐고 흔드는 정권 수뇌부를 없애고자 한다. 그들에게는 무기 자체보다 그것을 만드는 권력자가 더 문제가 된다.

나는 얼마 전 논문에도 다음과 같이 썼다. “미국은 북한이 스스로 민주주의정권으로 바뀐다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원자탄도 눈감아 줄 것”이라고. 미국에게는 테러리스트한테 가지 않는 폭탄이라면, 100발을 가지고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문제의 본질이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하는 사람 또는 체제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문제는 1994년과 본질이 다르다. 그 때는 핵 확산을 억제하면 됐지만, 지금은 정지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든 시설들까지도 철저히 해체해 버리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협약을 하고 적대정치를 없애면 된다고는 하지만, 막상 적대정치가 없어지면 북한정권은 정치하기가 매우 곤란해진다. 완전히 민주화로 바꾸고 친미로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북핵 해결의 문제는 바로 체제의 문제에 있다.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핵을 만드는데, 그 핵을 내려놓으면 북한에 치명타가 된다. 그래서 이 문제가 매우 난감하고 어렵다.

《악을 끝내자》라는 책을 보면, 북한이 가진 한 발의 핵폭탄은 차라리 한국에서 전쟁이 나는 것보다 미국에 더 위험하다고 쓰여 있다. 전쟁을 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는 말이다. 10년 묶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을 쫓아버린 다음, 북한에 친 중국 정부가 들어서는 일이 생기면 미국은 그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중국하고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통일을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이 혼자 해결하게 되면 한참 후에 통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같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한반도 통일을 이루게 될 수도 있다.

북한을 군사력으로 다루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군사력으로 북한을 건드리고 있다.

북한 배 서산호가 미사일을 잔뜩 싣고 팔러 가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앞에서 미국에 붙잡혔다. 이 미사일들은 예멘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산 것으로, 미국은 이를 그대로 예멘에 주었다. 북한이 파는 것은 안 되지만, 예멘이 사는 것은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멘은 미국하고 대 테러전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26∼27일 이틀간 우리나라 동해에서 세계 20개국에서 온 해군들이 합동훈련을 했다. 훈련명 ‘팀 사무라이’인 이 훈련은 일본이 주최국이다. 여기에는 영국, 미국의 해군들이 참여했고 프랑스 군함도 왔다. 독일은 참관단이 왔다. 이들은 북한 배 잡기를 목표로 했다.

나는 반드시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아주 좋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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