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는 말장난

자유기업원 / 2005-12-29 / 조회: 7,200       이코노미스트, p.48-49


여당, 통합을 빌미로 분열 조장 … 복지정책은 구빈정책으로 돌아가야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시장경제 원칙론자다. 그와 반대 입장에 선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시장경제론자”로 불린다.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비난도 받는다. 하지만 그는 확고한 소신과 이론으로 무장한 시장경제주의자다. 그래서 적도 많고 동지도 많다.

특히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 정부에는 ‘눈엣가시’다. 하지만 “할 말은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자유기업원도 애초에 욕 먹을 각오로 설립했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투사에 가깝다. 하기야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시장경제론자가 투사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지난 12월 13일 그를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열린우리당이 당 강령으로 채택한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부자’와 ‘빈자’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이 오류임을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하려 했다. 사학법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시장경제에 대해 일반인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여당이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라는 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말장난입니다. 분열을 부추긴 사람들이 통합을 얘기하는 꼴입니다. 이론이야 만들기 나름이지만,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라는 것은 결국 부자의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입니다. 이 자체가 분열이죠. 문제는 정부가 국민에게 ‘당신들은 가난하다’라는 생각을 주입시킨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가난을 부추기는 것이죠. 정부가 빈부격차를 강조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득 10만 달러가 되는 시점에도 대다수 국민이 ‘나는 서민일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특별히 빈부격차가 심한 것도 아닙니다. 소득 평등을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평등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정치적 표’만을 의식해 가난한 다수와 일부 부자라는 분열적 사고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갈수록 빈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이 세상에 빈부격차가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물며 사회주의 국가에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30년 전만 생각해보더라도 지금은 국민 대다수가 부자가 됐습니다. 1960~70년대만 해도 잘 사는 주택에는 ‘식모방’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남의 식모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자는 방이죠. 그런데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왜, 식모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가장 못 사는 층이었던 식모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간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잘 살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극빈층에 대한 ‘자선 정책’입니다. 먹고살 수 있는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중증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에 집중해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득 평준화를 시키려 하지 말고 정말 어려운 극빈층을 돕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극빈층에 집중할 복지정책 대신 대다수 서민을 지향한 정책을 펴는 걸까요.

“극빈층은 목소리가 작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국민을 서민으로 규정하고 무리한 분배정책을 들고 나오는 것입니다. 정부는 복지정책을 평등주의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구빈(救貧)정책’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 그러면 정책이 대상이 달라집니다. 최빈층을 5~10%로 국민적 합의를 하고 그들에게 집중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옳습니다. 먹고살 수 있는 다수에게 일부 부자들의 돈을 뺏어 나눠준다는 발상이 문제입니다.

김 원장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욕을 먹을 수 있겠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돈이 돈을 번다고 하는 것이 일부 타당할 수 있지만 ‘부익부’라는 것은 당연한 논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난이 덜 되물림되게끔 하는 것이 시장경제”라며 “빈익빈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을 예로 들며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박지성이 부자가 된 것은 소비자를 만족시켜 소비자가 돈을 준 것”이라며 “이는 남에게 무언가를 제공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으로 가난하다는 것은 남에게 줄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정부가 돈을 준다고 가난이 해소된 예는 없다”며 “가난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말했다.

부자와 기업에 대한 반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왜 그럴까요.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우리 민족은 ‘농민’을 우대하고 ‘상인’을 천시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왕권인 우리나라에서 한 곳에 정착해 있는 농민들이 통치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돌아다니는’ 상인들은 집권층에는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또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운 전래동화만 봐도, 놀부처럼 부자는 악인이고, ‘부’라는 것은 제비가 물어다 주거나 도깨비 방망이로 생기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부자에 대한 반감은 역사적인 것이죠. 사실 부자가 베풀 의무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것도 시장경제로 보면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부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부를 나누는 것이지 강요해야 할 성격이 아니라는 겁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상식은 또 무엇이 있습니까.

“양극화 문제도 그렇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양극화를 불렀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통합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가령 국가끼리 교역을 하게 되면 우방이 되지만 교역을 끊는 순간 적국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시장경제는 포지티브 개념입니다. 시장경제로 사회가 분열되고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산은 모두 민둥산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해서 나무를 땔감으로 쓰고, 재산권도 보장되지 않아 아무나 아무 산의 나무를 베어 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4대 조림 성공국입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나무를 더 많이 심었고, 석유나 석탄으로 에너지원이 대체된 것입니다. 대기 문제도 그렇습니다. 경제학자들이 이미 입증한 사실이지만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 전환점을 지나면 대기는 오히려 깨끗해집니다. 썩은 물이었던 울산 태화강에서 올해부터 수영대회가 열리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사학법 문제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습니다. 사학법을 시장경제 원리에서 보면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에는 애초에 사학이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교육 커리큘럼부터 학생 배정까지 정부가 컨트롤하는데 그게 사학입니까. 사학은 사학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사학도 스스로 변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학교는 소비자인 부모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학생이 배급되니(김 원장은 ‘배급’이라는 단어를 꼭 써달라고 요청했다) 경쟁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죠. 대학이 경쟁력을 갖는 요소는 좋은 학생을 뽑는 것입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는 것처럼 누가 우리의 훌륭한 교육을 받아 학교를 발전시켜줄 것인가를 기준으로 학생을 뽑아야 합니다. 미국의 하버드는 철저히 이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을 산업으로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은데, 아이들을 위해 교육이 산업이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국공립은 국공립답게 운영하되, 사립학교는 완전히 풀어 경쟁하게끔 하는 것이 맞습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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