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한나라당, 지방선거승리 도취할 이유없다

자유기업원 / 2006-06-07 / 조회: 7,003       브레이크뉴스, @

5.31지방선거에서 한국인들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퇴출을 선언했지만, 한나라당의 입성을 환영하지는 않았다. 정부 여당에 대한 확신에 찬 심판에 비해, 한나라당에 대한 확신에 찬 환영은 없었다. 노무현 정권이 미워서 눈감고 마지못해서 한나라당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위선과 무능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렸을지는 모르지만, 망가지는 한국을 주도적으로 구할 능력과 인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교활한 노무현 정권에 이어 무기력한 한나라당이 이 나라를 답답하게 이끌 것이라는 예감마저 든다.

국민을 무시하는 교활한 짓을 멋대로 저지른 정부 여당에 국민들이 지방선거로 철퇴를 가했다. 노무현 정권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탄핵’을 받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진단은 정당하다. 문희상 의원과 노회찬 의원의 “이번 지방선거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탄핵”이라는 주장은 옳아 보인다. 노무현 정권은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를 통하여 권력의 정당성(legitimacy)마저 상실했다. 민심의 흐름이 어떻고, 선거 패배는 대수롭지 않고, 책임을 미루는 변명을 늘어놓는 노무현 대통령은 아직도 헤매는 몽상가로 비쳐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나태하고 무책임한 발언에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의 편을 가르고 모든 국정과 경제를 정치적 꼼수로 재단하던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이제 성난 군중들의 투표로 인하여 끝장이 났다.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해체되고 당마저 해체되어도, 몇몇 특혜를 받은 어용 시민단체나 관변단체의 박수부대를 제외하고는, 애석해하는 사람들이 없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에 저항하는 몇몇 노빠들의 항변은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려는 군중들의 고함소리에 묻혀버린다. 노무현 정권을 만든 바로 그 군중들이 노무현 정권의 심판을 기뻐하는 군중의 자기배반 현상이 한국사회를 어지럽힌다. 무책임한 군중들의 과잉민주주의로 질서도 안정도 자유도 사라진 한국정치는 많이 망가졌다.

균형감각을 잃은 국민과 정치에 의해서 한국사회는 균형 잡힌 민주주의를 상당기간 즐기지 못할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광역단체장과 구청장과 구의원들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인 것은 정치가 잘못된 것을 보여 준다”는 손학규 지사의 진단은 옳은 것이다. 열린우리당을 묻지마식으로 버린 군중들이 어느 날 한나라당을 묻지마식으로 폐기할지 모른다. 민주주의는 상징적으로 말해서 흑과 백이 애매하게 뒤섞인 회색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나 흑백논리의 사고방식(black-white mentality)은 민주주의에 적합한 마음바탕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묻지마식 싹쓸이투표는 전체주의를 기다리는 군중의식의 표출이다. 사이비 개혁세력과 보수세력에 휩쓸리는 한국정치는 전체주의적 정치문화를 보여준다.

한국정치를 장악한 사이비 개혁세력과 사이비 보수세력에 의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노 정권과 여당은 민주화라는 낡은 명분을 팔면서 실속 없는 개혁을 외치는 사이비 개혁세력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도 한 나라의 보수세력이 해야 할 역할이 뭔지도 모르는 어정쩡한 세력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몰패는 있었지만, 한나라당의 압승은 없었다.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것은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 잘해서 그런 것"이라는 이명박 시장의 6월 5일자 발언은 자화자찬이지 객관적 평가가 아니다. 이명박 시장의 발언에 대하여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도 심한 착각이라고 반박하면서, 열린우리당의 배패가 곧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님을 상기시켰다. “한나라당은 해변을 거니는 여행객 같다”는 이명박 시장의 지난 3월 3일자 발언은 무기력한 한나라당의 장래를 위해서 여전히 보약이 되는 발언이다.

정부 여당이 지방자치선거에서 이렇게 국민의 대대적 심판을 받은 사태는 교활한 정부 여당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기력한 야당의 견제부재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가 좌-우로 심하게 쏠리는 ‘균형상실의 기현상’ 조장에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도 한 몫을 차지했다. 여당 역할을 제대로 못한 야당 같은 여당과 비판과 투쟁을 잃은 여당 같은 야당이 한국정치를 싹쓸이투표가 성행하는 ‘이상상태’로 만들었다.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의 견제역할을 다하고 국정에 공동책임을 졌다면, 한국정치가 이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기 대권을 장악하기 위하여 노무현 정권을 고의적으로 망가뜨리려고 한나라당이 일부러 태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모르지만, 균형을 상실한 한국정치의 기현상에 한나라당도 일조했다.

균형을 잃고 한편으로 쏠리는 한국의 정치현실에 대하여 교활한 노무현 대통령과 무기력한 박근혜 대표는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정부 여당을 이상하게 운영한다는 비난은 야당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아둔한 사람들이 아둔한 웰빙정당을 만들어서 아둔한 상황에서 정신없이 안주하다가, 정부 여당의 실정에 낙망한 군중들의 반발표를 몰수한 것이 아닌가. 자유기업원의 권혁철 실장이 “한나라당이 비겁하게 숨어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이나 향유한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한나라당의 세미나에서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의 엄청난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이나 즐기는 불노정당 한나라당은 차기 대선에서 또 다시 군중들의 배척을 당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보수정당으로서의 확실한 소명과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제시할 한나라당의 정책과 소명은 무엇인가? 박정희 향수에 기대어서 그의 딸인 박근혜 대표를 앞세운 구걸정치를 언제까지 한나라당은 계속할 것인가? 박근혜의 한나라당은 박근혜의 의식구조를 닮은 웰빙정당이었다. 박근혜는 부모의 유고를 통하여 엄청난 고난을 경험을 했지만, 시장경제의 혹독한 경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여 구조적으로 세상물정을 모르게 되어있다.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정권이 가장 상대하기 좋은 안락한 야당 대표였으며, 심지어 현 정권이 키워준 액세서리 야당 대표라는 인상마저 풍겼다. 박근혜의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여당이 내다버린 고아(민심)를 주운 불노소득을 누린 불임정당이었다.

박근혜 대표는 불임정당의 대표로서는 정치적 행운이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대권을 꿈꾸는 것은 이회창 대표가 대권을 꿈꾸는 것과 같은 정치적 낙태를 초래할지 모른다. 이회창이나 박근혜 같은 귀족 정치인들은 서민들의 상층에 대한 적개심을 과소평가하는 몽상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도 빈부의 대결은 나타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빈자와 부자를 8:2로 나누는 패거리정치를 선동한 것은 바로 부자에 대한 서민들의 적대감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시도였다. 서민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박근혜의 사고와 판단은 구조적으로 서민의 심금을 울려주지 못할 것이다. 비록 박정희의 향수가 짙기는 하지만, 아버지와 딸이 대를 이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박근혜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 박근혜 대표의 테러당한 얼굴자상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의 부작용은 크다. 박근혜는 영웅과 역적으로 선명하게 상반된 역사적 평가를 받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양극화된 정치적 청중들을 가지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자들의 찬성도 강도 높지만, 그를 비판하는 자들의 반대도 박정희의 원한까지 겹쳐서 매우 강하다. 진정으로 한국정치의 안정과 발전을 바란다면,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원한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박근혜는 한국의 정치무대에서 숨어야 한다. 이 나라가 박정희 시대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박근혜, 노무현 대통령의 반사이익을 챙기는 박근혜, 한국정치를 양극화시킨 노무현의 파트너인 박근혜의 불임정치는 끝나야 한다.

이제 박근혜는 한나라당의 대표직을 물러나서, 서민을 어우르고, 독재시대를 망각하고, 새로운 재건시대를 담당할 인물을 대선후보로 조용히 밀어주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로, 박근혜가 이끈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만큼 답답한 정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정부 여당의 실책에 반사이익이나 챙긴 한나라당은 갈등과 분열에 휩싸인 열린우리당보다 자기혁신의 기회를 더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갈등에 휩싸여있는 열린우리당이 구태를 더 일찍 벗고 재활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지금 한나라당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무기력한 지도부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또 다시 ‘이회창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하여 ‘박근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할 것이다. 얼굴자상으로 동정을 얻어 급등한 박근혜의 지지도가 며칠 뒤에 고건의 지지도 밑에 뒤처지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나라당은 여당의 실패로 인한 ‘정권취득’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정권쟁취’의 능력이 약해서 대권을 잡지 못했다. 김칫국부터 마신 이회창 총재처럼 소심한 박근혜 대표로는 대권 쟁취에 실패할 지도 모른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의 강도만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의 강도가 높지 못하다. 아직도 대선까지의 기회와 위험은 너무도 많다. 몸에 배인 안락한 분위기를 버리지 못하는 한나라당은 정권연장을 위하여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현 정권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막가파식 노무현 정권의 농락을 극복할 거칠고 도전적인 기운을 가진 대선후보가 나와야 할 것이다. 안락한 분위기에 젖은 박근혜의 기운은 원숭이처럼 날뛰는 노무현 세력의 예측할 수 없는 전략을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불임정당이라고 조롱당하는 한나라당의 지도부의 약점은 용기와 결단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을 치르기에, 박근혜 후보로는 다소 약해 보인다. 한나라당에는 여러 장점들을 가진 대선후보들이 여러 명 있다. 이명박의 추진력, 박근혜의 절제력, 손학규의 포용력은 한나라당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산이다. 상황에 따라, 오세훈의 등장처럼, 새로운 후보가 급부상할 수도 있다. 당내 특정세력이 이 후보자들의 좋은 기질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공정한 경쟁을 막는다면, 이 좋은 인적 자원들의 상충은 오히려 한나라당의 당력을 분산시킬 것이다. 우선 박근혜 추종세력은 이회창 추종세력이 보여준 맹목적 충성과 배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홍길동 같은 생존력을 가진 노무현 세력의 책동과 모사에 견딜 강인한 대통령 후보가 한나라당에 필요하다.

“한두 번의 선거 패배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한나라당은 결코 소홀히 듣지 말기 바란다. 기준도 없이 날뛰는 노무현 대통령은 기준도 없이 약하고 기준도 없이 강하다. 온갖 모습으로 둔갑하는 노무현의 요술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실책에 대한 반사이익이나 누리지 않고 국민의 사랑을 독자적으로 받기 위해서, 한나라당은 엄청난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의 공격적 쇄신을 위하여,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과 그늘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박근혜 대표의 일선후퇴가 가장 우선적 과제로 보인다. 대권을 위한 다른 당들과의 합종연횡을 위해서도 박근혜는 촉매제가 아니라 방해물이다. 박근혜는 이회창과 같은 기운과 성격의 정치인이 아닌지 한나라당은 자체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 말이다.

조영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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