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유화가 토지자본의 효율을 높인다.

자유기업원 / 2006-06-15 / 조회: 6,604       신대정신 여름호, 376면-379면

저자 김정호 원장은 토지문제에 관한 한 한국에서 제일 많은 고민하고 연구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토지 문제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여럿이 있지만 김 박사가 그들과 구별되는 것은 항상 객관적이고 균형된 시각을 유지하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의 글들은 설득력이 있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호소력이 있다는 것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 말이 전혀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도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들이나 극단적인 사례들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게 하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김 박사의 설득력은 그러한 직관적 혹은 감성적 호소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생각하고 따져보고 이해해서 설득 당하게 되는 경우이다. 평자는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 박사의 연구서와 논문들을 많이 읽었던 터라 그런 것들을 좀 평이하게 서술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잡은 뒤 거의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논리적 설득력을 유지하면서 쉬운 표현과 풍부한 사례로 쉽고 재미있게 책을 꾸몄다.

전체를 흐르는 일관된 주제는 토지도 희소한 자원의 하나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시장에 의한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는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토지는 별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러한 주제를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연 하는 사람이나 상당한 식자층가운데도 그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생각은 ‘편견’으로 매우 강하게 뿌리박혀 있어서 논리적 설득은 거의 항상 거부당한다. 이 책은 그 편견의 장벽을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넘어 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희소한 것, 다시 말해서 더 가치가 있는 것일수록 사유화되어야 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우며 효율적이라는 것을 히말라야의 셰르파 족의 토지제도를 가지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인구가 많아지고 소득이 높아져서 땅이 귀해 질수록 더 철저하게 사유재산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왜 유용한 땅을 공유하거나 국유화하면 망하게 되는가를 여러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시장에 토지자원의 배분을 맡기려면 정부 역할의 중심을 규제가 아니라 재산권의 보호에 두어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제3장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규제들이 얼마나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사회적 비용을 가져오는가를 깨달을 수 있다.

이어서 1990년대 중에 실험되었던 이른바 토지공개념제도들의 다양한 문제점을 분석한다. 토지공개념제도들은 지금 활동상태에 있지 않지만 언제든지 되살아나올 가능성과 기미가 있음을 우려하면서 ‘토지공개념 정신’에 바탕을 둔 현행의 정책방향 즉 공공주택의 확대나 국유지확대 등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정책을 강화하면서 빈번하게 토지소유집중 통계를 거론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통계가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고 오도하였는가를 말해준다. 그리고 토지소유를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필요한 토지의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오히려 소유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라는 역설적인 진실을 보여준다.

토지 관련 규제 중 우리나라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되는 것이 거래허가제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프리카의 잠비아 같은 나라에서나 활용되는 공개념제도라는 설명이다. 가장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토지가 자유롭게 거래되어야 한다. 그래야 가장 토지를 잘 활용할 사람에게 그 토지가 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시장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이다. 이것을 정부가 가로막고 서게 되면 혼란만 생기게 되는 것이다.

‘국토는 넓은데 살 곳은 좁다’라는 제목이 붙은 장이 있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우리 국토가 비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우리가 비좁게 사는 매우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에 있다. 정부의 서툴고 불필요한 규제가 정비되면 토지가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개발되고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여유 있게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김 박사의 분석이다. 택지 등 고급용도의 토지 공급이 늘어나서 가격이 내려갈 뿐 아니라 도심에 녹지가 더 늘어나는 등 주거 여건도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박사는 우리나라의 토지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토지보유세 강화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거래세는 더 나쁜 세금이지만 우리나라의 보유세도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설득력 있게 전개되고 있다. 보유세정책의 왜곡으로 뉴올리언스의 ‘엽총주택’, ‘낙타 등 주택’ 그리고 하노이의 ‘튜브 주택’ 같은 웃지 못 할 건축행태가 나타났다는 점은 조세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요컨대 조세라는 정책수단을 사용할 때는 진지하고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준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헨리 조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토지관련 정책분야에서 조지스트들의 활약이 전에 없이 왕성한 현실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의 핵심내용을 소개하고 그러한 사상의 문제점과 오류들을 분석한 것은 우리의 토지문제를 바르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김 원장의 토지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풍부하고 재미있는 세계 각국의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부담 없이 읽어지는데 읽고 나면 많은 것을 얻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입장에 있건 토지 문제에 관심이나 관련이 있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곽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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