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향후 증권거래법 개정 때가 더 걱정”

자유기업원 / 2006-06-19 / 조회: 6,550       이코노미스트, 46면

상법 개정시안 무엇이 담겼나…

이중대표소송제도와 집행임원제도 도입에는 우려
이사책임제도·사채제도 개선·회계규정 정비 환영

재계는 ‘상법 개정시안’이 대체로 경영 자율성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해 안도하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은 법 개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일부 기업은 “아직 상법 개정이 어떤 파괴력이 있나요?”라고까지 반문했다. 몇몇 대기업 이외에는 개정안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상법 개정시안 내용 중 가장 큰 쟁점은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이중대표소송제의 도입’이다. 하지만 이들 조항은 강제성이 크지 않다. 즉 집행임원제도는 개별 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임의사항이다. 이중대표소송도 상법상 모자(母子)회사 간 지분이 50% 이상일 때로 한정했다. 따져보면 소송 대상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문제가 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상장 회사인 글로비스도 정몽구 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각각 28.1%와 31.9%씩 소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현대자동차나 계열사들이 50% 이상 소유한 회사가 아니어서 개정될 법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시끄럽게 법을 만들어 봐야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유명무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바로 기업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단체·국회의원 등이 “법이 실효성이 없다면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연간 매출 1조원 규모의 한 상장회사 회장은 “처음에는 자율로 해놓고 머지않아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을 앞세워 법 개정 움직임을 벌일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상법보다는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법인 공정거래법과 증권거래법 등을 통해 적용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다. 상법상 지분율은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단일회사의 소유분’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에서는 모든 계열사 지분의 총합을 말한다. 따라서 상법에 있는 똑같은 조항이 공정거래법에 적용될 때는 적용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적지 않은 ‘계열사 소유 지분율 합계 50%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이중대표소송 대상 기업이 된다는 얘기다. 상법 개정이 문제가 아니라 뒤따라 개정될 공정거래법과 증권거래법이 더 문제라는 얘기다.

상법 개정 위원회에 참여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본부장도 “개정안에는 이중대표소송의 실제 대상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공정거래법이나 증권거래법 등을 통해 적용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집행임원제도 역시 자율선택할 수 있지만 앞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강제도입될 수 있다는 점이 염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은 ‘이중대표소송 도입의 득실 보고서’를 통해 소송 남발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비상장사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억제한다는 이중대표소송제는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시민단체 등이 비상장사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로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김정호 교수도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나 주주관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은 상법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증권거래법”이라며 “이렇다 보니 기업인들이 느슨한 상법 개정시안에도 불구하고 염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상법은 기본적으로 자율성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하고 우리도 그렇게 가는 게 맞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개정시안의 이중대표소송제 등 일부 조항은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시안이 정부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중대표소송 제도는 결국 계열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만 손해”라면서 “정부가 한편에서는 책임경영을 위해 오너 등의 지분율을 높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분율 높은 기업에만 이중대표소송을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시안을 보면 편법으로 계열사 간 순환출자, 다중출자로 기업을 경영하면 더 유리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재계는 ▶이사책임제도 개선 ▶사채제도 개선 ▶주식 종류 다양화 ▶회계규정의 정비 등 자율성 강화와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조항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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