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선구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의 말이다. 국내 신자유주의자들도 이런 그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지난 99년에는 이론을 추종하는 학자들이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까지 결성했다. 또 그들 중 많은 수가 신자유주의 전파를 자임하는 자유기업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자가 지닌 조직력은 탄탄하다. 자유기업원 측은 “국내 신자유주의 대표학자들은 거의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에 속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자유기업원은 이런 인사들을 외부전문가로 초빙한 일종의 사회기관.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자유주의 정책을 기획하는 데 공헌을 하는 헤리티지재단, AEI(미국기업연구소)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현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은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 교수가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시장을 살려야 자본주의 문제점인 양극화도 해소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왔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친 후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해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유, 시장 그리고 정부’를 공동 저술했고, ‘이것이 시장경제다’ ‘시장경제의 이해’란 제목의 책을 연거푸 내놓았다. 역시 자유기업원에서 자문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초대 회장인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2대 회장인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도 신자유주의 학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꼽힌다. 이들 역시 시카고학파에 속한 밀턴 프리드먼, 루드비히 폰 미제스 등에 관련된 책을 저술하고 대외 기고를 통해 철저한 경제 자유화를 주장하고 있다. ‘시카고학파’는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조지 스티글러, 게리 베커 등 대표적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대부분이 시카고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붙여진, 신자유주의 별칭이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이들도 많다.
소설가 복거일씨,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이끄는 공병호씨 등이 대표적이다. 김정호 현 자유기업원 원장도 빠지지 않는 신자유주의 신봉자다.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이들이 신자유주의 반대파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역시 좋은 평가가 나올 리 없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박사는 “유럽이나 국내파 학자들이 일종의 자유경제 수정론인 ‘제3의 길’을 예로 들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본토인 유럽에서도 관련 논의는 거의 끝났다”고 전했다. 유럽 좌파 단체들이 자신들 정책을 포기하면서 명분이 없으니 나온 말이 ‘제3의 길’일 뿐이란 설명이다.
■신자유주의 반대론자는 누구?■
신자유주의 대안 이론으로는 유럽식 ‘사회적 시장경제’가 자주 언급된다. 국내 학계에서는 독일 쾰른대와 프라이부르크대 유학파들이 꼽힌다. 쾰른대 경제학 박사를 받은 유임수 이화여대 교수는 김해천 전 고려대 교수, 이필우 전 건국대 교수와 함께 국내 쾰른대 인맥의 중심에 있다. 권기홍 단국대 총장과 안석교 한양대 교수 역시 프라이부르크대 출신이다.
신자유주의 옹호론자들이 대부분 하이에크소사이어티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이와는 달리 ‘각개 전투’를 펴고 있다. 특정 학회가 중심이 아니라 주로 시민단체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현재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이병천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도 신자유주의 반대에 앞장서 있는 경제학자로 꼽힌다.
특히 조 교수는 최근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로 노동자들의 처지가 악화됐다”며 노조의 산별 전환을 촉구해 화제가 됐다. 그는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과 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병천 교수는 요즘 한미 FTA 졸속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장상환 경제학과 교수도 반대에 지지한다.
이윤규 / 김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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