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보수적인 정치·경제·사회학자들로 분류되는 좌승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KDI 원장, 경기개발연구원장), 김용서 전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이대근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광동 한국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춘근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등이 최근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보수적인 시각으로 평가한 ‘박정희 시대의 재조명’(전통과 현대)을 펴냈다.
이들은 지금까지 ‘박정희 향수’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대부분 진보를 표방한 학자들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그의 공적이나 긍정적인 면보다는 ‘개발독재’와 ‘인권탄압’ 측면만 집중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동 저자 6명은 박정희 시대를 경제·외교·개발·민주주의·국방전략 등의 측면에서 회고담이나 업적 찬양이 아닌 학술이론적으로 접근했다.
좌승희 교수 등은 “박정희 시대를 기본적으로 아프리카 삼류국 수준의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을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强小國)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좌 교수는 “20세기 들어 낙후한 국가 여건에서 성공적으로 경제개발 연대를 이룬 사람은 박정희밖에 없다”며 “그 당시 국가정책 패러다임이 지금은 잘못됐다고 볼 수도 있으나, 당시에는 ‘경제 차별화 정책’이 최선의 대안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의 민주화’는 사실상 형용 모순을 안고 있는 개념으로, 경제와 민주화는 함께 쓸 수 없는 용어라고 규정했다.
“경제 발전, 인권·민주주의 억압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박정희를 잘못 평가한 것입니다. 1960∼70년대 경제 발전을 이뤄 중산층을 튼실하게 했기 때문에 이것이 동인이 돼 80년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된 것입니다.”
이대근 교수는 ‘한일 회담과 외향적 경제개발’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는수입 대체 공업화에서 수출 중심 공업화로의 전환을 통해 한·미·일을 각각 생산자, 공급자, 수요자로 엮는 3각무역 시스템을 구축해 박정희 개발연대를 가능케 한 출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유석춘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권위적 시스템이 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자본이 사활적인 경쟁을 하도록 압박함으로써 급속한 자본 축적과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한 힘의 원천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춘근 교수는 “군인 출신 대통령은 대체로 국가정책의 우선 순위를 ‘군사력’에 놓지만, 박정희는 군 출신이면서도 경제력에 바탕을 둔 국방력을 강조해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냉전시대에 냉전의 최전선에서 국가 안보가 제1의 기준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빈국가 수준에서 출발했으나, 끝내는 북한과의 안보 경쟁을 승리로 이끈 박정희 시대의 성과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혁명가 박정희의 업적이었다고 조명했다.
김광동 부원장은 “민주주의 국가는 정치학적으로 인간지수, 자유지수, 소득 증가, 경제소득 가처분 등 다양한 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박정희는 60∼70년대 중산층을 형성하고 개인 자유를 형성했으며, 보수정당제를 채택해 수시로 선거를 실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은 정치인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용서 교수는 박정희 시대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조건에서 약소국가의 운명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명분과 감정이 아닌, 현실과 실리를 취해 생존과 번영을 이룬 시대로 오늘날에도 귀감으로 삼아야 할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박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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