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기업이 부가가치다)차가운 눈길은 그만

자유기업원 / 2006-11-07 / 조회: 6,298       이데일리, @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폭군 네로의 실각후 어지러운 내전상황을 수습하고 로마 중흥기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그는 일반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 다양한 세금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일명 '오줌세'라는 것이 있었다. 양모업자들이 양털의 기름기를 제거하는 데 쓰기 위해 공중화장실에서 수거해가는 오줌에 세금을 매긴 것이다. 아들 티투스가 이 망측한 세금을 없애자고 주장하자, 베스파시아누스는 금화를 한 움큼 손에 쥐고 말했다. "이 돈에서 오줌 냄새가 나느냐?"

재정 건전화를 위한 수단으로써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할 뿐, 세금 자체에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기업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건전하게 부가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냉철하게 따져야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배척만 할 일은 아닌 것이다. 부도덕한 경영관행을 도려내는 것과 '기업은 믿을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제1부,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
제2부, 한국기업 새 부가가치에 눈뜨다
제3부, 기업환경이 부가가치를 만든다
①분초가 아깝다
②차가운 눈길은 그만
③낡은 규제가 목 죈다
④한국이 너무해
⑤답 없는 지배구조 논쟁
⑥기업 사냥꾼이 날뛴다

"삼성은 변액보험을 하기가 어려워요." 최근 삼성그룹 한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변액보험이란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금을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낸만큼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투자상품으로 경우에 따라 원금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유독 삼성이 변액보험 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렇다.

"우선은 보험금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주식투자를 하는 게 찜찜한 게 큰 이유죠.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게 있어요. 만에 하나 투자손실이 날 경우 계약자들의 민원을 감당키 어려울 겁니다.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삼성 같은 대기업을 공격하면서 '나쁜 놈'이라고 몰아붙이면 기업 이미지 때문에라도 원금을 보전해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상품의 속성상 손실이 생길 수 있는 게 당연한 일인데, 삼성 같은 대기업이 하면 인식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기업과 분쟁이 붙으면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업=나쁜 놈'이라는 공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으로 한번 돌아가보자.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증인석에 줄지어 앉아있다.

쟁점은 가격담합의혹 또는 폭리. 이동통신사와 정유사들이 가격담합 또는 폭리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기업들은 당연히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국감은 논란과 폭로만 있었지 결론은 없었다. 어떤 사장은 의원들로부터 질문 하나 받지 않은채 임원들과 함께 하루종일 국감장을 지켜야 했다. 이 같은 풍경은 수년째 되풀이 되고 있다. 탈법행위를 입증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 이유는 기업을 불러서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의 감정을 쓰다듬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일부 정치인들이 믿기 때문이다.

정유업체와 통신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기업인을 죄인 다루듯이 하는데 누가 기업하려고 하겠냐"며 "잘못했다면 제재를 받아야겠지만 일단 불러다놓고 몰아붙이기만 하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 "반기업정서 확산될라" 전전긍긍

한국 경제를 이끄는 첨병이라는 칭송을 받는 기업. 그러나 이러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인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 기업인 10명 중 7명은 반기업정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세금을 내는 기업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푸념이다.

이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무엇보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크다.

◇ 깨끗한 부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전국의 성인남녀 20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활동의 우선순위로 '사회환원'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38.4%에 달했다.

'이윤창출'라는 응답(61.6%)보다는 적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국민들이 기업을 공적소유의 한 형태로 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들은 우리 사회에는 반기업정서라는 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반기업 정서는 그때그때의 사회이슈와 맞물려 크게 확산된다. 기업과 관련한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업인들은 자칫 모든 기업이 잘못된 것처럼 비춰질까 전전긍긍이다.

가뜩이나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위기가 팽배한 마당에 기업인 전체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처럼 매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전경련 조사에서 기업인 68.4%는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기업들에 대한 잘잘못은 따지되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저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칫 반기업정서로 확산될 경우 투자와 창의적인 인재의 경영참여를 저해해 장기적으로 기업활동의 쇠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박양균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은 "잘 하는 기업에 대해 칭찬보다는 제재를 가하고, 모든 기업을 싸잡아 비난하는 분위기에선 기업인들의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이룬 성과 자체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도경영·정경분리가 돌파구

그런 한편으로 기업 내부적으로는 정도경영에 힘을 기울이고 외부적으로는 정치적 입김을 차단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얼마전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증여하면서 법에 따라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이 보인 호의적인 반응이 대표적이다. 국민들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 반기업정서가 누그러질 수 있다. 기업인들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는 눈치다.

앞서 전경련 조사에서 기업인 73.7%가 '윤리·정도경영과 투명성 제고'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를 위한 우선과제로 꼽았다. 그 뒤를 정치자금 근절 등이 차지했다.

국민들 역시 64.6%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제이슈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예종석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그동안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상속하고 적은 지분구조로 기업을 사유물 다루듯 하는 등 기업 스스로 반기업정서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과 유착해 국민들에게 안좋은 인식을 심어준 것이 반기업정서에 큰 영향을 줬다"며 "기업은 물론 정치권 등 사회전반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학선 기자 (nae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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