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재계 “순환출자 금지는 이중족쇄”

자유기업원 / 2006-11-09 / 조회: 6,540       서울신문, 1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중인 출자총액제한제 등의 개선안에 대해 재계는 “더 강해진 이중족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는 8일 “혹(출총제)떼려다 혹(순환출자)붙이는 격”이라면서 “정부와 출총제를 두고 흥정할 생각이 없다.”며 조건없는 폐지를 재차 요구했다. 해당기업들은 ‘괘씸죄’를 의식해 말을 아끼면서도 “자꾸 ‘투자를 하라.’면서 선진국에도 없는 규제를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출총제가 무슨 흥정대상이냐”
공정위는 출총제 적용 기준을 현행 자산규모 6조원 이상 재벌그룹 계열사에서 10조원 이상 그룹의 중핵기업(자산 2조원 이상)으로 완화하면 해당기업수가 340여개에서 20∼30개로 대폭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조건호 부회장은 “기업수는 줄어들지 몰라도 금액으로 따지면 이들 중핵기업의 출자액이 전체 그룹출자액의 80%에 이르기 때문에 기업부담 완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얘기다.
이날 예고도 없이 기자실에 들른 조 부회장은 “재계는 출총제를 두고 정부와 흥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게 재계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위는 순환출자 등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의 언론 플레이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정위의 방침이 옳지 않아 비판을 받는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트집삼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분의 사례를 들어 투명경영을 위해 애쓰는 대다수 기업까지 싸잡아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도 “투자 여력은 큰 기업에 있는데 크다는 이유만으로 손발을 묶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자산규모가 10조원이 넘는 그룹들은 공정위 개선안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어느 계열사가 중핵기업에 해당하는지 따져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정위 안대로 출총제 기준이 완화되면, 삼성·현대차 등 7개 그룹 29개 계열사가 해당된다.
현재 출총제를 적용받고 있는 동부, 현대,CJ, 대림, 하이트 5개 그룹 7개 계열사는 그룹 자산이 10조원이 안돼 일단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자산이 언제라도 10조원을 넘으면 물론 포함된다.

●순환출자 규제는 혹떼려다 혹붙인 격
계열사 A→B→C→A로 출자가 돌고 도는 이른바 환상형(環狀型) 순환출자 금지방안의 경우,‘뜨거운 감자’는 기존 출자분이다. 예컨대 두산그룹만 하더라도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중에 있지만 환상형 순환출자에 해당하는 지분이 그룹 전체로 16%나 있다.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그룹들의 부담은 더 크다.
삼성은 “정부안이 확정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대부분의 기업은 순환출자 규제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주회사로 이미 전환한 LG그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수십조원을 들여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천문학적 부담도 부담이지만 경영권 방어대책이 미약한 우리나라에서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우량기업들이 경영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기업원은 논평을 통해 “순환출자 금지는 이중족쇄나 다름없다.”면서 “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는데 공정위가 지적 오만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미현 김경두기자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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