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진보보다 빠르게 대선 레이스를 뛴다

자유기업원 / 2006-12-15 / 조회: 7,062       오마이뉴스, @

"2007년 대선, 자유주의 지식인의 역사적 책임은 중하다. 대한민국 외부의 그 어떤 불순세력의 압력도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 비판해야 한다. 미움이나 감성이 판치는 불순한 반지성주의적 시도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국민을 감성의 포로로 삼지 말아야 하며, (선거를) '국가 수준 높이기' 경쟁으로 계도하는 것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이다. (김용직 '뉴라이트 싱크넷' 상임집행위원)"

2007년 대선을 앞둔 보수 지식인의 각오는 비장하다. 움직임도 많아졌고 빨라졌다. 싱크탱크도 여럿 생겨났다. 보수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선거용 문건도 나오고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보수학자가 바통을 쥐고 진보학자보다 먼저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화론으로 이미 담론 형성도 끝냈다. 그에 비하면 진보 쪽 움직임은 미미한 수준이다.

보수지식인이 진보지식인보다 먼저 뛰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10년의 정치학습 탓이 커 보인다. 지난 10년간 정책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그들은 의제 형성에서 더 이상 진보에게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때문에 이번 대선만큼은 보수 지식인들이 역사에 뒷짐지는 '지식인의 황혼화 현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권력탈환에 필요한 여러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자정운동도 나오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만 바쁜 것은 아니었다.

[뉴라이트 싱크넷] 자유주의 이념으로 '보수와 진보' 경계 넘을 수 있나

지난해 3월 창립한 뉴라이트 싱크넷은 신보수주의자들의 대표적 싱크탱크.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만 해도 15명이다. 정치학·사회학·경제학 연구자들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도표 참조).

뉴라이트 싱크넷의 핵심멤버는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운영위원장),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섭외위원장)이다. 이밖에 제성호 중앙대 교수(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조전혁 인천대 교수(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대표) 등이 포진해 있다.

분과별 위원회도 많다. 정치·외교안보·경제·법률 등 12개 분과를 두고 각계각층을 포괄하고 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낡은 보수와 극단적 진보를 극복할 새로운 이념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선진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운동이 뉴라이트"라며 "자유주의·실용주의·미래지향의 정신으로 뉴라이트운동의 이념적 지향을 정립하고 한국사회 선진화에 필요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초청해 한미관계, 북핵 6자회담과 전시작전통제권, 한미FTA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공유했다. 이 때문에 '코드만남'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주로 정치문제에 치중해 활동하는 뉴라이트 싱크넷은 지난 1년간 ▲노무현정부 평가 ▲북한인권 ▲남북관계 ▲한미FTA 등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2007년 대선과 자유주의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에서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뉴라이트 싱크넷 상임집행위원)는 내년 대선에서 자유주의 지식인의 역할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눈물과 감성에 호소하는 선거 전략이 유효했듯 이번 선거에서도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감성 전략'이 중요한데, 지식인들이 안이한 대응이나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한국사회가 '반지성주의적 선택'을 반복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김용직 교수는 "한국 대선에서 검증되지 않은 진보 지식인들의 조악한 주장이 대중매체를 통해 급격히 유포되는 현상은 정치선택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스스로 지식인이기를 포기하는 시민단체의 비지성적 활동이 내년에는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응원에서 나타난 젊은층의 열기가 부정의 힘으로 악용되는 사태로 '미선·효순 촛불시위'나 '탄핵사태'를 꼽으며 이는 국가발전의 생산적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진화국민회의] 계획은 거창했으나 시작은 미약
지난 4월 창립한 선진화국민회의는 서경석 사무총장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 경실련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는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석연 변호사 등이 공동상임위원장이다. 나성린 안민정책포럼 회장도 정책위원장으로 결합했다.

선진화국민회의의 모토는 ▲선진화 방향과 정책 제안 ▲지혜로운 유권자 운동 ▲선진생활실천운동. 당초 이들은 이사장과 원장을 두고 300명의 교수와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30개의 위원회와 10여명의 풀타임 상근연구원을 두고 한국사회를 연구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결국 실패했다. 단체 홈페이지에 유재천 한림대 교수,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이영훈 서울대 교수 등 보수언론에 주로 칼럼을 써온 보수지식인들의 칼럼을 전면에 게재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당초 계획됐던 '선진화 싱크탱크'는 박세일 교수가 창립한 '한반도선진화재단'으로 이동했다는 게 이 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태근 선진화국민회의 사무부총장은 "일종의 역할분담"이라며 "선진화국민회의는 전통적 의미의 민중운동으로 구분하자면 부문운동과 지역운동으로 나뉘는 시민단체"라고 규정했다.

현재 선진화국민회의에 회비를 내는 회원은 300~400명 수준. 향후 <주간선진한국신문>을 발행해 회원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대선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진두지휘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선진화국민회의는 설명문을 통해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선진화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며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세적인 유권자운동을 벌이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25개 분야 전문가 포진된 '박세일 사단'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9월 한반도선진화재단(이하 한선재단)을 창립했다. 선진화 비전과 정책개발, 사회담론 및 여론의 올바른 계도, 선진화지식인 네트워크 구축, 선진화 아카데미 지원 등 총 4가지 설립목적을 갖고 출범했다. 일각에서는 이 재단을 '박세일 사단'으로 부른다.

박세일 이사장을 필두로 나성린 안민정책포럼 회장이 부이사장으로 결합했으며 이석연 변호사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선진화 싱크탱크에는 홍규덕(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안보팀장을 비롯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문제팀장, 모종린(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부 학장) 정치발전팀장 등 총 25개 분야의 팀장이 배치돼 있다.

고문단으로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김재철 전 무역협회 회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조순 전 경제기획원 장관,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명망가들이 포진돼 있다.

이교관 한선재단 사무부총장은 "내년 1월부터 정책담론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며 '현재는 각종 연구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각계 전문가들로 팀 체제를 꾸린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정책비전을 만드는 싱크 탱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나성린 부이사장은 지난 9월 발표한 '대한민국 선진화 정책비전' 보고서의 머리말을 통해 "경제선진화·외교안보선진화를 비롯 30개 정책팀이 구성돼 있다"며 "200명의 전문가가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민정책포럼·자유기업원] 11년 역사의 원조 보수지식인 집단

이밖에 보수주의 담론을 생산하는 보수지식인 집단은 안민정책포럼(회장 나성린)과 자유기업원(원장 김정호)을 들 수 있다.

뉴라이트 싱크넷이 정치에 치중한다면 자유기업원은 경제에 방점을 찍고 활동하고 있다. 96년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기업센터로 설립된 자유기업원은 97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자유기업센터'로 설립 의결했으며, 2000년 자유기업원으로 분리 독립, 개명했다.

자유기업원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교육, 홍보, 계몽사업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전개할 목적으로 만든 연구 집단이다. 전경련 회원사의 출원금으로 운영되는 이 싱크탱크의 현직 원장은 김정호씨다.

김정호 원장은 "이 땅에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전파하기 위해 연구·교육·출판사업을 펼쳐왔다"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시장경제원리대로 세상사를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는 자유기업원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안민정책포럼(회장 나성린)도 96년 출범한 보수지식인 집단이다. 신자유포럼으로 문을 연 안민정책포럼의 창립회원은 총 24명이었다. 초대 회장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다. 11년간의 활동 속에서 회원수만도 240명으로 늘어났다. 일반 학회를 제외한다면, 보수지식인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많은 지식인들이 모여있는 셈이다.

박세일 한선재단 이사장이 최근 주창하는 공동체자유주의의 원조는 안민정책포럼 이념이다. 97년에 발표된 이념 원문에 따르면, "안민포럼에서 추구하는 공동체자유주의는 18세기적 자유방임주의도 아니고 19세기형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도 아니다"며 “21세기형 자유주의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기본적 인권 ▲경제적 풍요 ▲사회적 형평 ▲환경적 친화 ▲시민적 도덕의 고양 ▲국제연대 등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문세미나인 자유주의 포럼과 청소년 시민강좌로 나눠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선진화 담론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2007년 대선, 보수지식인의 선택은?

뉴라이트와 선진화. 보수지식인의 양대 산맥은 대선을 앞두고 선진화 담론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각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만 일정한 때가 되면 단일한 목소리로 연대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정상호 한양대 교수는 "조갑제씨나 한국논단류로 대표되는 지식인그룹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보수세력이 새로운 정치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지만, "과거 '홍위병 논란'을 조장한 그들이 빠른 속도로 정치에 올인 하는 것은 건강해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도 "한국 보수집단은 전통적 의미의 보수주의 담론은 외면한 채 과잉 정치화 된 측면이 있다"며 "권력쟁취를 위해 결집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 이번 대선에서 대중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조 교수는 "시민운동의 낙선운동을 홍위병이라 비판했던 유석춘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의 지식인들이 한나라당과 결탁해 권력화하고 있다"며 "스스로 정치화하는 폐단을 낳아 순수 시민운동으로서의 국민적 존경도 받지 못한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아직도 시민을 계도의 대상으로 삼는 등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장윤선(sunnijang)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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