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좀 그냥 내버려두세요. 제발요. 알아서 잘 할 수 있어요.”예나 지금이나 어떤 TV 홈드라마에서든 한번쯤 나오는 대사다. 부모의 참견과 간섭으로 지칠 때로 지친 자식들이 갈등의 극한 상황에서 내뱉는 이 한마디가 이제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개인의 선택권한을 틀어쥔 정부는 참견과 간섭을 일삼는 부모의 모습이고, 기업과 국민들은 그 같은 행태에 지쳐버려‘이제 그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유의 지를 꺾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는 자식의 모습과 다름없다.
현대인들은 시장경제 제도에 힘입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 시장경제는 생산력의 폭발적인 증대를 가져왔고, 인류의 평균수명을 연장시켰으며, 지식과 기술의 기관차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소비자 주권이 기업을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시장과 대결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고 있어 반민주적이고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노무현 정부는 분배와 형평을 강조하는 노선 때문에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지 못하다”며“민영화 중단조치, 수도이전 정책 등 역사상 가장 반시장적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폭탄 반시장 부동산정책
참여정부는 전반적으로 반시장적인 정책을 많이 내놓았다. 부동산정책, 출자총액제한제, 교육평준화정책, 수도이전 정책 등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한다.
우선 말 많고 탈 많은 부동산정책을 들여다보자. 참여정부는 강남의 집값을 잡기 위해 8?31 대책을 비롯, 여덟 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시장을 두들겨댔다. 정부가 자신한 집값 안정의 효과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약발(?)은 길지 못했고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해 나라 전체가 부동산 광풍에 휩싸이는 현상이 반복됐다.
부동산시장도‘수요와 공급’이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공급을 소홀히 하면서 세금과 규제로 부동산수요를 막는 반시장 원리로 대응해 왔다. 지난해 11월초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공급 위주의 11.15 부동산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상근 세무사(경영학 박사)는“양도세 인하, 재건축 규제 완화,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지역에 중대형 아파트 적기 공급등이 보완돼야 제대로된 공급대책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시장 정책으로는 집값을 못잡는다”고 말했다.
과거 8?31대책이 나오기 전에“부동산을 통해서 얻는 수익률이 금융투자를 통해서 얻는 수익률보다 결코 높게 안가도록 하겠다” 는 시장자체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발언부터‘민간’보다‘공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시장’보다‘정부’의 중요성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행태가 종부세 등의 세금폭탄으로 반시장 정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출총제 등 기업규제 강화
출자총액제한 등 대기업 규제에 대한 불분명한 정책도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반시장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시장불신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다면서 한시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를 실시했으나 최근 다시 폐지한다고 했다가 또 다시 당정협의 과정에서 폐지 반대의견이 나오는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출총제 존치 논의보다 더 강력한 규제인‘순환출자금지’라는 대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대표소송제와 집행임원제도 등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부?여당의 상법개정안을 보면 각종 규제로 기업들 을 꽁꽁 묶어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로 인해 올해 정부의 기업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지금까지 시장에서 진화해 온 주식회사 본연의 의사결정구조를 변질시켜 회사경영을 부당하게 간섭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법인세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출총제 등으로 기업의 새로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정부의 반시장, 반기업 정책은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를 해마다 부쩍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직접투자 건수를 보면 2003년 2,806건, 2004년 3,765건, 2005년 4,391건 등으로 매년 증가세다. 무엇보다 사상최초로 지난해 6월까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실행기준)가 45억 9,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직접투자유치(도착기준) 44억 8,000만달러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유권 존중 않고 공공성 강조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이외에도 정부는 억지로 수도를 옮기는 이전 정책, 소비자 주권과 공급자 자율을 무시하는 교육정책, 언론시장에대한각종제한정책등의반시장정책을펼치고있다.
포퓰리즘(populism)에 기반한 대표적인 예인 수도이전 정책의 경우 헌법을 고칠 정도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나자 정부는 170여 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에 나눠주는 계책을 짜냈다. 이로 인해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나타나게 됐고 정부는 시장을 부인하면서 반시장 부동산정책으로 일관성을 잃었다.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사학법 개정은 사립학교의 운영비리를 명분으로 사학법인의 운영권인 사유재산제도와 학교자율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여정부의 반시장적 경제정책은 교육의 주 자료가 되는 국내 초중고교의 경제 교과서에서도 나타나 있다. 시장경제를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시키고, 기업을 소비자에게 일상적으로 봉사하는 존재가 아닌‘이윤’만을 추구하는 문제집단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사회 공헌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행태는 소비자주권이나 사유재산권 등의 경제적 자유를 부인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수요와 공 급의 원칙에 따르기 보다는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참여정부의 정책은 시장 친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소유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고 소유 권의 부도덕성을 공공성과 대비시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시장 정책 질적 경제성장 막아
이와 관련, 최광 전 국회 예산정책처 처장은“이 같은 반시장 정책과 과도한 반기업?반부자 정서로 인해 경제체제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최근 한국경제가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경제는 내실없는 성장을 했다. 수출이 지난 12월 5일(3,003억달러)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경제성장률 5%를 달성했지만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GNI(국민총소득), 고용, 건설투자 등은 전망치에 크게 못 미쳤다. GNI 성장률은 0%였다. 정부는 연평균 35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지난해 11월까지 월평균 신규 취업자 수는 29만5,000명에 그쳤다. 건설투자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3?4분까지 -1.7%를 기록해 연간 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난 추석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값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11.4%)로 상승했고 정부는 이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가계의 주름살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 관계자들은 올해 경제전망과 관련해‘앞이 안 보인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GDP 성장률을 4.3%로 예측했고, 한국경제연구원(4.1%), 현대경제연구원(4.2%), 삼성경제연구소(4.3%) 등도 4% 초반대의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내실 없는 경제성장 속에 환율 급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올해는 수출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정부는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의 비용을 낮추는 지혜를 발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성공이 애국이라는 의식 확대 필요
저명한 시장경제 주창자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Ludvig yon Mises)는 기업은 구매 대중의 선호를 좇아 생산활동을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시장은 흔히 민주주의에 비유되는데, 돈이 투표권을 나타내고 있으며 매일매일의 국민투표를 통해 소비자들은 누가 공장과 가게와 농장을 소유하고 운영해야 하는가를 결정한다. 즉, 대중은 소비를 통해 경제 민주주의의 투표함에 표를 집어넣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매일의 민주주의인 시장경제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4년만의 민주주의로서의 정권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정부의 반시장적인 정책과 이념노선으로 인해‘선진 한국’으로의 진입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은 현재 기업의 목적인‘이윤추구’를 이루어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러 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아 신성장동력인 부품소재 산업의 성장이나 벤처기업의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고용확대 및 소비활성화도 이뤄내기 어려워 한국경제 성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박종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현재의 반시장주의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봉사하는 것도 막고 있고 성장과 고용으로 애국하는 것도 가로막고 있다”며“기업의 성공이 애국이라는 의식을 확산하고 친시장 정책으로의 선회만이 한국경제를도약시킬수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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