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 갈등에 대해

자유기업원 / 2007-02-01 / 조회: 6,006       프로메테우스, @

하이닉스 반도체의 수도권 공장 증설과 관련한 갈등이 또 다른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3일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언론사 논설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이천 3차 증설은 환경규제와 수도권규제를 검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기 정권에서 허용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천 공장 불허를 시사했다.

이어 24일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수정안을 검토한 결과 제1공장(비수도권)은 올해 중 즉시 착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이 본부장은 “2008년 착공이 예상되는 이천지역 제2공장은 구리배출시설 규제 필요성 및 자연보전지역내 대규모 공장 설립에 따른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증설 허용이 곤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고 “하이닉스가 2007년 중 비수도권에 1개 공장, 2008년 이천에 1개 공장을 증설하고 나머지 1개 공장은 향후 결정하겠다는 수정안을 지난 15일 제출했다”고 전했다.

당초 하이닉스는 2007∼2009년 구리(Cu)공정을 사용하는 12인치(300mm) 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장 증설과 관련해 이천에 2개(2007년, 2009년), 청주에 1개(2008년) 공장을 증설하는 투자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하이닉스의 이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있자 이천 지역에서 즉각 반발 하고 나섰다.

24일 2차 이천 공장 증설에 대해서는 사실상 어렵다는 정부입장이 발표되자 이천 지역민들이 과천청사 정문에서 공장증설 허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의 투자 선택을 정부가 침해하고 있다. 공장 증설은 청주가 아닌 이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환경문제와 국가 균형발전론을 이유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이천에 증설하지 못하게 한 것은 자유 시장 경제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인터넷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천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이천범대위) 측은 “정부의 이 같은 최종결정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상경집회 및 단체 삭발식을 강도 높게 전개해 이천 시민들의 민심을 보여 주겠다”며 강한 반발을 예고했다.

여기서 이천범대위 전광재 집행위원장은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청주는 70∼80만 명인데 이천은 2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인원인데도 불구하고 공장마저 증설을 못하게 해서 발전을 막는다면 이천시민은 어떻게 살라고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정치인들 역시 가세했다. 이규택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조병돈 이천시장, 이종률 경기도의원, 김태일 이천시의회 의장 등은 25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불허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삭발식을 가졌다.

원칙을 어긴 것은 정부다. 그렇다고 다 같이 원칙을 무시하자는 것인가?

이번 갈등의 근본원인은 정부가 스스로가 세운 원칙을 스스로 져버린 데서 비롯한다. 이천 주민들의 반발의 기저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한다. 각종 규제로 개발이 제한되었던 지역이기도 했으니 이번 결정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문수 지사가 “정부는 2003년 팔당상수원 상류지역에 있는 충북 음성의 D사 반도체 생산라인이 구리 배출 문제로 증설을 못 하자 법까지 고쳐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줬다”라고 지적한 부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바로 형평성의 문제다.

이 논란의 와중에 각종 경제지들은 정부가 각종 규제로 기업의 투자를 방해하고 지역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경제단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기업원은 25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한 것을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며 “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바란다면 정치논리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규제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국토균형개발과 재벌해체라는 정치적 논리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게 투자를 강요했지만 정작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자 투자를 불허했다. 정치권은 국토균형개발과 재벌해체라는 정치적 논리로 수도권규제, 대기업 규제 등 갖가지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면 일정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이 이를 따르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 옳다. 지금처럼 무조건 금지라고 못 박아 두는 것은 기업의 손발을 묶어 경제의 비효율성만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24일 이재훈 산자부 산업정책부장이 정부 과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밝혔듯 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설 자리는 ‘자연보전권역’과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절대 보전지역이라는 사실이다. 분명 김문수 경기지사의 지적은 타당한 문제제기 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원칙을 어겼다고 해서 나도 좀 어겨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이는 또 다른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애초 경기 양평을 비롯한 이천 지역이 그러한 규제를 받게 된 주된 이유는 바로 그곳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상수원이었기 때문이고 이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속이 바로 상수원보호구역이었다. 또한 자연보전권역의 설정 역시 과거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직 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수도권의 인구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자연 녹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의 태도도 한 몫 하고 있다. 물론 하이닉스가 그러한 계획을 제출하게된 배경에는 앞서 이야기 했듯 정부의 원칙 무시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원칙을 무시하기는 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땅 값이 비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 역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기조를 통해 수도권의 자원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정부이지만 애초 대규모 공장과 같은 시설이 들어서기 어려운 지역에 공장 부지를 달라고 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지자체의 경우 거의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한다며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지 않는가?

이렇게 본다면 현재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연일 언론을 통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나 지역의 국회의원 및 지자체 의원들이 삭발을 하며 여론을 부추기는 행위는 지극히 정치적이다. 이는 다 같이 공공의 선을 넘어 원칙을 무시하자고 부추기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삭발을 하기보다는, 연일 정부를 공격하기 보다는 갖춰진 틀 안에서 어떻게 지역의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지 고민해야한다. 혼자가 역부족이라면 이 논의를 열어 시민사회단체나 지역민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어야한다. 그렇게 때로는 정부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자체로 어렵다면 중앙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만들어 갈 수도 있다.

하이닉스 사태를 대하며 씁쓸한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던진 계획 하나에 온 나라가 시끄러워졌다는 것이다. 애초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갈등이 지금 생겨나고 있고 기업의 요구에 애당초 확실히 ‘NO'를 선언하고 스스로 세웠던 지역균형발전의 기조를 지켜나갔다면 일어나지 않을 혼란이었다.

이제는 갈등의 꼬리를 잘라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이 부분에 있어 갈등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바로 이점을 우려하고 있다. 25일 수도권과밀집중문제해결과지역상생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대변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으로 수도권 2,300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잠시 동안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가 수도권 지역의 대규모 공장 신, 증설과 입지에 관한 원칙적 불가 천명이 아닌 보류의 입장이어서 무척이나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이번 결정은 그간 어렵고 긴 과정을 거쳐 정부와 시민이 함께 마련한 ‘안전한 상수원’은 언제든지 유해화학물질 앞에 무장해제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갈등은 진행형이다. 또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전국연대가 “생명과 안전에 관한 원칙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 지금 시민을 대변해야 할 정치인과 지자체장은 정치적 야합과 타협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민의 적이 될지 모른다”며 강하게 우려했던 것에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차후 갈등의 여지를 남기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여지를 남기는 것은 차후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다.

유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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