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회적 기업 육성하자-왜 투자해야하나… 양극화 ‘또다른 해법’

자유기업원 / 2007-04-11 / 조회: 6,005       국민일보, 3면

경쟁력 없는 기업이나 사회 빈곤층, 소외계층에 불어닥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풍은 외환위기 못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전면 개방은 곧 무한경쟁을 뜻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이나 기업은 도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가 사회보장 지출을 늘리고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게 절실하지만,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넘길 수는 없다.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1997년 외환위기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갖추지 못한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대량 실직사태로 신빈곤층이 급증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정부는 뒤늦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을 확대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는 등 초보적 수준의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부문 지출비율은 6%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20%)은 물론 미국 일본(15%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저소득 실직자에게 최저수준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실업부조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으로 꼽히지만 우리나라에는 도입돼 있지 않다.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걸음마 단계로, 지향하는 흐름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2000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저소득 실직자 자활사업에서 태동한 자활공동체다. 자활지원 사업은 빈곤층에 단순하게 현금과 현물을 지원하기보다는 일할 수 있는 빈곤층에는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을 유도하겠다는 제도다. 이 중 수익성을 확보한 일부가 사회적 기업화를 추진중이다.

두번째는 2003년부터 시작된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서 모태가 형성된 비영리단체들이다.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온 단체 가운데 일부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초 제정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통해 체계적 지원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고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자유기업원 성명)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유럽 선진국들이 복지체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적인 방향은 옳다는 의견이 많다. 조영복(부산대 교수) 사회적 기업 연구원장은 “사회적 기업이 복지와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선진국이 찾아놓은 최선의 해결책이다”면서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잘 육성하면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청람에서 배운다= 청람 직원 대부분은 장애인과 고령자,이주여성이다. 장애인이 11명, 이주여성이 2명, 55세 이상 고령자가 10명 있다. 사회적 기업 취지에 맞게 취업취약계층과 퇴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이다. 2004년 이곳으로 시집온 태국 출신 탄야랏(38·여)씨는 간병일을 하고 매달 75만원을 번다. 그는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힘이 돼 기쁘다”고 말한다. 정신지체 장애인 이경원씨는 그동안 받은 월급을 모아 최근 논 1200여평을 샀다. 청람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한조로 편성하고 있다.

청람은 영광종합병원 내 자원봉사동아리에서 출발했다. 병원 직원으로 근무하던 임동완 팀장은 어떻게 하면 지속적이고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사회적 기업 모형을 택했다. 사업 초기 대부분 직원이 직장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많았다. 일을 하다 갑자기 제사준비를 한다고 집에 간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한 건 직원들에 대한 믿음과 지속적인 교육이었다. 임 팀장은 “출퇴근 기록을 어려워하던 장애인들이 지금은 손쉽게 하는 등 놀랄 정도로 발전한 직원이 많다”고 했다.

지역기업과의 연계도 사회적 기업으로서 청람의 활동에 큰 역할을 했다. 간병 및 청소용역 사업은 영광종합병원과의 계약이 결정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영광원자력본부로부터는 경영기술 및 일자리 지원을 받고 있다. 농협은 지역 내 수혜자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청람의 지난해 사업비 매출은 11억2000만원이다.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 지원금 4억5000만원과 기업 지원금 5억4000만원, 수익금 1억3000만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정부지원이 끊기는 내년부터는 홀로 서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임 팀장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육묘 등 다른 틈새시장도 뚫을 계획”이라며 “올해 직원을 30여명 더 채용해 7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어 내년에는 충분히 자립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회적 기업 육성하자… 용어풀이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직업훈련과 같은 사회적 목적에 따라 설립된 기업이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사람을 채용한다기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영리활동으로 창출된 수익은 다시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환원한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은 취약 계층에 사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명시하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

사회에 필요하지만 수익성 등 문제 때문에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사회복지 보건 교육 등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단체가 창출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정부재정과 민간자원을 결합해 사회서비스 공급을 늘리면서 취업취약계층 등에 제공하는 일자리다.

자활사업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자활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 자활사업은 재활, 자활근로, 자활공동체 등 3단계로 나뉜다. 재활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재활이 중요한 사람들을 위한 단계이며, 자활근로는 근로숙련도를 높여주는 데 중점을 둔 단계로 2년간 정부지원을 받는다. 자활근로 2년이 지나면 자활공동체를 창업하게 된다.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시작됐다.

김명호 팀장, 송세영 권기석 유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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