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盧정부 ‘작은 정부’ 부정… 세계 추세 역행”

자유기업원 / 2007-06-19 / 조회: 5,971       문화일보, 22면
정부 개입과 기업 규제가 득세하는 요즘,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해 외롭게 뛰고 있는 싱크탱크가 있다. 한국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선 정부 개입에 의존하기보다 시민과 기업들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

지난 1997년 4월 자유기업센터로 출발해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자유기업원(www.cfe.org)’이 그곳이다. 자유기업원은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대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제거된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다. 자유기업원을 이끌고 있는 김정호(51)원장을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노조의 정치파업 안돼… 정치 하고 싶으면 정당 만들어야”

김 원장은 단도직입적이다.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빗대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때마침 경제계의 현안으로 대두된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저지 총파업’이 화제에 올랐다. 거침없이 그의 말이 쏟아졌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조에 노동3권을 보장해준 것은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근로자들이 한번 뭉쳐서 상대해보라고 일종의 ‘특혜’를 부여해준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사업장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준 권리라는 점이죠. 그런데 한·미 FTA 비준을 막기 위한 파업은 분명히 정치행위예요.”

그는 “정치활동을 하려면 노조의 틀을 벗어던지고 나가 정당을 만들어 당당히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의 주력군인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따끔한 충고를 했다.

“현대차만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도부의 결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노조 조합원 한 사람씩 따져보면 내심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이젠 현대차 노조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 체제에서 현대차는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에서조차 순식간에 외국 차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어요. 더 이상 소비자의 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이번과 같은 정치파업이 계속된다면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외면하는 속도는 그만큼 빨라질 거예요.”

#“올해 한국경제 최대 변수는 ‘대통령선거’”

자유기업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노무현정부 들어 기업규제 건수가 전보다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 스스로 그토록 규제개혁을 강조해 왔건만, 결과는 정반대로 간 것이다. 이처럼 기업규제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의 답변은 분명했다.

“현 정부의 ‘기본 철학’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예전의 정권은 ‘작은 정부’를 지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처음에 들어설 때부터 작은 정부론을 부정했어요. 그래서 예산을 늘리고, 세금을 늘리고, 정부조직을 늘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가 느는 건 당연한 결과인 셈이죠. 정부 사이즈를 줄이고 규제를 줄여가는 세계적 추세와 완전히 거꾸로 간 것입니다.”

그는 기업규제 개선문제에 관한 한 현 정부 아래서는 이미 기대를 접은 듯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올 12월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결과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급등이나 환율하락, 심지어 외환위기까지도 한국경제는 다 극복해왔어요. 그런데 한번 빠져들면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건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입니다. 밖에서 오는 위기요인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지만, 내부갈등만은 방법이 없습니다. 올 대통령선거에선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는 대통령이 아니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래지향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정부 권한이 최소화된 경제적 자유를 신봉하는 김 원장이지만 한국적 현실에서 ‘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만은 거부할 수 없는 듯했다.

#시장경제 교육을 위하여

자유기업원은 이 땅에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전파하기 위해 연구, 교육, 출판 사업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 김 원장은 특히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경제교육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자유기업원은 지난 2003년부터 전국의 대학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장경제 강좌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한 뒤 시장경제의 필요성과 긍정적인 효과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같은 시장경제 강좌를 수강하는 대학생은 현재 50여개 대학 6000여명에 이른다.

“한동안 대학가에서 좌파 경제이론이 득세해 왔지만 요즘엔 시장경제 강좌가 ‘인기만점’입니다. 수강신청을 개시한 뒤 30여분 만에 마감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요.”

그는 “사상과 이론에도 ‘한계효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좌파식 경제정책이 득세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해서인지 갈수록 자유시장경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

김 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배포하고 있는 고등학교 새 경제교과서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는 것을 예로 들면서 “반쪽짜리 경제교육을 받아온 일선 교육현장에서 시장경제 교육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진다”

김 원장은 연간 평균 50여회 강연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집필한 책만 해도 15권에 이른다. 모두 자유시장경제의 전파를 위해서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시장경제를 이야기하고, 시장경제 원리대로 세상사를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에 자유기업원이 일익을 담당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와 책임’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선택한 데 대해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도 그렇게 되길 소망하고 있다.

그는 자유기업원장으로서 두 가지의 꿈을 갖고 있다. 하나는 대학에서의 시장경제교육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 또다른 하나는 시민모금으로 자유기업원을 운영해보는 것이다. 현재는 자유기업원 기금의 90% 가까이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4대그룹에 의존하고 있다. ‘수익’을 생각하면 시장경제 전파라는 고유의 설립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유기업원은 현재 수익사업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명품 강연’을 꼭 해보고 싶어요. 시장경제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품격이 높고 감동적이고 재미난 그런 강연 말이에요. 정부 개입과 규제보다는 기업과 개인의 창의가 우리를 더욱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는 역사적 진실을 계속 전파해 나가겠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현재 집필중인 책의 마무리를 위해 또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김정호는 누구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을 일컬어 주위 사람들은 ‘시장경제의 전도사’, 또는 ‘양박’이라고 부른다. ‘양박’이란 그가 2개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원장은 1988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이어 2003년에는 숭실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법률적 이슈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법경제학에 빠져들다 보니 우리나라 법을 제대로 알아야겠더라는 것.

그는 주말이나 휴일을 거의 책 집필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그가 펴낸 ‘7000만의 시장경제 이야기’란 책은 삼성그룹 신입사원의 필독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1956년생 ▲서울고·연세대 경제학과·미 일리노이대(경제학 석사·박사)·숭실대(법학박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주임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실장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

김병직기자 bj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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