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FN시론-비정규직 문제의 함정

자유기업원 / 2007-07-12 / 조회: 5,549       파이낸셜뉴스, 27면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특히 경제정책의 경우에 자주 그런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선의에서 출발한 정책이 흔히 나쁜 결과를 낳기 때문에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당장 거둘 수 있는 1차 효과 이외에 2차, 3차 파급효과까지 고려해 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래 전 헨리 헤즐릿이라는 저명한 경제학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훌륭한 경제학과 나쁜 경제학의 차이는 나쁜 경제학자는 바로 눈에 띄는 것만 보지만 훌륭한 경제학자는 멀리 있는 것까지 내다본다는데 있다. 나쁜 경제학자는 제안된 방침의 직접적인 결과만 보지만 훌륭한 경제학자는 더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결과를 본다.”

여기서 경제학자를 정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랜드 노사 간의 문제는 이미 충분히 예견되고도 남음이 있는 일이었다. 2년 이상 고용하는 경우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입법에 대해 기업들의 대응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006년 2월 비정규직 관련 법률이 국회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11월 30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할 즈음 재단법인 자유기업원은 ‘비정규직 관련 법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보고서를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이렇게 내다본 적이 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채용에 부담을 느껴 비정규직의 채용조차 꺼릴 것이며 채용 기간이 만료돼 가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고 계약 종료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노동계가 원하는 고용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추가적인 실업자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비정규직 고용→계약 해지→다른 비정규직 고용을 반복해야 하는 기업에도 추가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모두에게 손해를 안겨 줄 것이다.”

근로자들은 기업에 비해 약자에 해당한다. 때문에 이랜드 사태를 보는 보통 사람들의 여론은 사측이 양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근로자들의 생계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더더욱 기업측의 계약 해지나 외주화를 야속함으로 돌릴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서 사측의 양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수는 없다. 할인점뿐 아니라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거의 무한 경쟁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서 기업들은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서건 기업들은 핵심 기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외주화시켜 나가고 있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원가절감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시민단체와 종교단체의 미션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기업은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과 동시에 이를 통해 생존하고 성장하는 일이 1차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 각자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잘못 만들어진 정책 때문에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노사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근로자의 생존권이란 문제가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을 무단 점거하고 이를 무기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무엇이 자유사회를 지탱하는 원리원칙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 사유 재산권 보호, 계약 자유의 원칙, 행동에 대한 책임의 원칙은 자유사회를 지탱하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들이다. 생존논리와 조직논리가 첨예하게 갈등을 빚을수록 옳고 그름을 찬찬히 따져 합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관계당국은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 미루지 말고 옳고 그름이란 잣대를 갖고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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