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농지 활용 ‘반값 골프장’ 공급 논란

자유기업원 / 2007-08-08 / 조회: 5,680       경향신문, 25면

정부는 현재의 반값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해외 골프 관광객을 국내로 유인하고 농민에게 경작 환경이 열악한 농지를 활용케 해 수익을 올리게 하자는 취지다. 농민이 농지를 현물출자하면 농지전용 부담금이나 법인세, 등록세 등 세금을 감면해줘 대중골프장 건설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회원제 골프장의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고, 특별소비세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를 놓고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도시화 이익을 원래 토지 주인인 농민에게 돌려주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지지했다. 반면 성공회대 우석훈 외래교수는 ‘실속도 없는, 농정 포기의 우회적 표현’이라고 반대했다. 지난 6일 경향신문사에서 이들이 반값 골프장을 둘러싼 레저 산업과 농정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오른쪽)과 성공회대 우석훈 외래교수(왼쪽)가 지난 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옆 프란체스코 회관 뜰에서 반값 골프장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철훈 기자



김정호 원장(이하 김정호)=반값 골프장은 농민에게 수익,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이 다른 나라와도 체결될 텐데 농민은 농사짓기도 어려워지고, 노는 농지도 늘 것입니다. 반값 골프장은 농민에게도 좋고, 골퍼에게도 좋습니다. 반값으로 낮춘다는 데 대한 제 의견은 유보적입니다. 일부러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많이 지으면 값은 내려가게 돼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구호라는 점은 사실입니다만, 시장에서 알아서 낮아지게 해야 합니다.

우석훈 교수(이하 우석훈)=과연 골프를 얼마나 치느냐를 짚어봐야 합니다. 정부가 대중 스포츠라면서 제시하는 수치가 늘 연인원인데, 2000만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나 조사기관에서는 140만~200만명 정도로 봅니다. 골프를 많이 친다는 영국도 인구의 5% 정도고, 우리나라도 5% 정도 잡으면 200만명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도 그 정도고요.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정부에서는 골프 인구가 굉장히 늘 것으로 보고 ‘골프 인프라를 안 늘리면 큰 일’이라는 데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김정호=골프가 대중 스포츠냐, 아니냐는 논점이 아니라고 봅니다. 골프 치는 사람이 있고, 농민 중에서도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됩니다. 요즘 웬만한 기업 부장만 돼도 골프를 칩니다. 그 정도면 대중 스포츠가 될 조짐이 있습니다.

우석훈=값도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농지가 싸지 않습니다. 참여정부 초 평(3.3㎡)당 평균 5만원 정도였지만, 지역 개발을 계속하면서 2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경기 인근은 40만~50만원, 기업도시 인접지는 100만원대입니다. 매입비가 비싸기 때문에 건설비가 싸지는 않을 것이고, 농민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골퍼를 국내로 유치해 외화 유출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해외 골퍼들 보면 골프만 치는 게 아니라 관광, 레저 등을 함께 즐깁니다. 오히려 골퍼가 늘어 골프 치러 해외 나가는 사람이 늘면 여행수지 적자는 심해질 것으로 봅니다.

김정호=농지 가격은 골프 비용과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골프장을 많이 지으면 공사비와 관계없이 값은 떨어집니다. 여행수지 적자를 문제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해외에 나가 좋은 것을 보고 즐기면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만큼, 아니면 더 좋은 게 국내에 있으면 좋겠지요. 비행기 타고 굳이 멀리 나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에게 돈 벌 기회를 주고, 골퍼들이 쉽고 싸게 골프를 칠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도시화의 이익을 농민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우석훈=환경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골프장과 논은 같은 지하수를 씁니다. 최근 친환경 농업을 많이 하는데 농약을 사용하는 골프장과 같이 물을 쓰면 모두 오염이 됩니다. 그런 문제를 피하고 세울 수 있는 골프장 입지가 몇이나 될까요. 정책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김정호=자료를 보면 골프장이 평균적으로 농지보다 농약을 덜 뿌리는 것으로 나옵니다. 골프 이용객들은 아직은 돈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골프는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것인데 농약을 많이 쓴다면 가겠습니까.

우석훈=1970년대 중반 유럽도 퍼블릭 골프장과 스키장을 많이 건설했는데 석유파동이 생겨 많이 망했습니다. 일본에서도 87년 리조트법을 만들면서 골프장 같은데 보조금 등 혜택을 많이 줬습니다. 하지만 ‘헤이세이 공황’이라는 10년 공황이 생겨 2006년까지 3분의 2가 망했습니다. 몇 개 망하는 것이야 문제 없지만 전 국토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김정호=오히려 골프장이 생각보다 적게 지어질까 걱정입니다. 기왕 농민을 위한 것이라면, 골프장으로 국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산업단지나 택지 개발은 전부 공영 개발방식인데, 이는 농민 소득을 빼내 도시민에게 나눠 주는 식입니다. 농지는 공시지가로 수용되고, 그렇게 조성된 땅을 싸게 분양해줍니다. 산업단지나 택지개발할 때 농지를 출자케 하고, 수익이 나오면 이를 돌려주면 됩니다.

우석훈=반값 골프장 정책에서 짚어봐야 할 것으로 우리나라 농업과 농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우리 헌법에는 ‘경자유전’이 원칙으로 돼 있습니다. 최근 4, 5년간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농지은행만 해도 도시민에게 농지를 갖게 하자는 식입니다. 위헌적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번 반값 골프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택지나 산업단지로도 전환토록 하자고 하셨는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농지를 골프장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농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택지나 산업단지는 다시 농지로 돌이킬 수 없죠. 또 농민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일부러 방치해 땅을 나쁘게 만들고, 개발토록 하는 식이 될 수 있습니다.

김정호=경자유전 원칙은 소작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과거 지주와 소작농처럼 신분제가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경자유전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봅니다. 오히려 농지에 농사만 해라, 다른 용도로 쓰면 안된다는 조항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이가 누구입니까. 농민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를 요구하는 거, 이게 오히려 신분제가 아닌가요. 땅에 농사를 짓거나, 택지나 골프장을 만들거나 이를 결정할 권리는 국가가 아니라 농민에게 있는 것입니다.

우석훈=최근 유럽은 전체 농지 중 70%를 생태보전, 전통보전 등 이름은 다르지만 전용을 못하게 해놓았습니다. 우리나라는 50% 정도가 보존해야 할 농지입니다. 이를 바꾸는 문제는 생태계 차원에서, 또 총량, 정량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식량 자급 문제도 걸려있습니다. 농민들에게도 누구는 골프장으로 바꿀 수 있고, 누구는 안되는 기회 균등,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요. 사회적 합의, 생태적 문제, 공익적 문제 등을 늦기 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호=농지와 관련돼 두가지가 우선 결정돼야 합니다. 하나는 환경적 측면으로, 친환경 농업이라도 환경은 파괴됩니다. 가장 좋은 방안은 땅을 있는 그대로 놔두는 거죠. 또 하나는 식량 자급 문제인데, 굳이 자급할 필요 없다고 봐요. 홍콩은 농사를 짓지 않지만 식품 물가는 세계에서 가장 싼 축입니다. 자유 교역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면 러시아나 브라질, 만주 같은 데서 농지를 확보해 지어 들여오면 됩니다. 식량 안보도 별 문제 없다고 봅니다. 석유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농사는 파종해서 수확할 때까지 몇 달이 걸립니다. 함부로 장난할 수 없습니다. 정 불안하면 석유처럼 비축하면 된다고 봅니다.

우석훈=만일 농지를 전환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유료 공원으로 만드는 게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봅니다. 농업이 어려워 친환경 고급화로 가거나, 놀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어떤 게 가장 최적화하는 것이냐를 전체 국토와 농지 가운데에서 논의해야 합니다.

김정호=유료공원으로 만들자는 것은 좋은 방안 같습니다. 농민이 땅을 출자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이번 정책이 논란이 되는 게 골프장이어서인 듯합니다. 만일 공원을 만든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됐을까요. 우리 시각 문제이고요. 이제 골프장도 스키장을 바라보는 듯하는 시각이었으면 합니다. 스키장도 한때 부자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대중화되지 않았습니까.

우석훈=스키장은 숫자가 많지 않고 사용연한도 겨울 한 철로 제한적입니다. 좀 다르다고 봅니다.

김정호=가격과 관련된 것 같은데, 한번 칠 때 30만원쯤 써야 하니까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게 절반으로 떨어지면 괜찮을 듯합니다.

우석훈=가격이 많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세금이나 식비 등 부대 비용 때문에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김정호=그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린피(골프장 코스 사용료)의 40%가 세금이라는데 이것만 깎아주면 40%가 떨어질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골프장에는 가격이 어떻든 사람들이 몰립니다. 억지로 그린피를 낮추면 골프장은 식비 같은 다른 비용을 올리겠지요. 결국 골프장 숫자, 공급의 문제라고 봅니다.

우석훈=한 사회의 건전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부자는 부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전 밀실 행정이 이제는 골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죠.

정리|최우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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