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공병호-거대정부는 경제성장 걸림돌

자유기업원 / 2007-12-03 / 조회: 5,029       매일경제, A16면
사회 현상은 여러 변수가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사회 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정책은 늘 논쟁적일 모습을 지니게 된다. 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현상을 해석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현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사실에 관한 연구 결과에 주목하게 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자가 갖고 있는 아집이나 고집을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바라보는 용기다. 특히 경제 문제의 해법을 찾을 때도 이 같은 주장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지난주에는 이틀 간격으로 의미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하나는 26일 나온 자유기업원의 'OECD 국가의 재정지출 비교'라는 보고서고 또 하나는 28일 선보인 LG경제연구원의 '선진국에서 배우는 성장잠재력 제고 방안'이라는 보고서다.

앞의 보고서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OECD 국가의 재정팽창률의 추세와 규모를 분석한 자료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1년 동안 OECD 국가 가운데서 한국이 재정팽창률, 즉 정부의 살림살이 규모 면에서 연평균 11.36%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분석대상인 28개국 재정팽창률 평균값은 4.99%로 한국의 정부 살림살이가 얼마나 급속한 팽창을 계속해 왔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같은 기간 미국, 5.19%, 독일 1.09%, 일본 -0.04%를 기록하였다.

둘째,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재정팽창률은 11.05%로 1위인 헝가리 11.77%에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물고 있다.

셋째,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정부 동안 모두 재정팽창률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이지만 이 가운데서도 2000~2005년 사이 노무현 정부 시기의 재정팽창률은 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인 11.13%를 기록함으로써 24개국 평균값인 4.09%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임기 첫 해인 2003년에 재정 팽창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곽은경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재정팽창률과 실질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역관계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선진국 발전단계에서 경제성장률 추세와 한국을 비교해 정책 시사점을 얻기 위한 LG경제연구원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OECD 국가 가운데서 최근 10년간(1995~2005년) 한국 경제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4.4%로 직전 10년(1985~1995년) 평균 성장률 8.7%에 비해서 현저한 규모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런 하락 추세는 비교 대상인 30개국에 포함된 중진국과 선진국을 통틀어서 하락폭이 가장 크다.

둘째, OECD 회원국과 상대적인 격차는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꾸준하게 감소 추세에 있었지만 최근 4~5년간 선진국 추격의 모멘텀은 약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등 선진국과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확대되고 있다.

셋째, 일부에서 나오는 "경제가 발전하면 경제성장률은 점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는 선진국에는 사실이 아니다. 2005년 말을 기준으로 1인당 GDP 3만달러 이상을 기록한 19개국과 4만달러 이상을 기록한 7개국은 모두 국민소득 소득 수준에 크게 개의치 않고 꾸준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유독 한국은 5000~1만달러 시기(1989~1995)와 1만달러 이후 시기(1996~2005년)에 각각 8.0%와 4.4%로 현저한 추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연구를 맡았던 이철용 연구원은 "고속성장 이후 성장 둔화는 후발 고도성장 국가들에 공통된 현상이지만 유독 한국의 성장 둔화 쪽이 단연 최대라는 점이 염려된다"고 말한다.

두 연구 결과에서 우리는 과도한 재정 팽창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대한 정부는 단순히 돈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활력의 저하를 낳게 된다. 차기 정부를 맡은 사람들이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얻기를 바란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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