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기업들 시무식 ‘무한 개성’

새해 공식 업무 첫날인 2일 ‘딱딱한 시무식’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이색 이벤트로 새해를 활짝 여는 기업들이 적지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 공헌 활동으로 뜻깊은 한해를 시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바탕 시끌벅적한 행사로 활기찬 첫 날을 맞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무식 준비에 한창 바쁠 이날 오전 8시쯤 200여명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직원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 앞에 집결,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소풍을 떠나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들은 최근 기름유출 재난사고를 당한 충남 태안지역에 자원봉사를 겸한 시무식을 갖기위해 현장으로 떠난 것이다.

이날 행사엔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한국경제연구원, 국제경영원, 자유기업원 등 전경련의 유관 단체 수장 및 임직원들도 모두 참여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정·재계에 친기업 바람이 불면서 재계 스스로도 사회 공헌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른바 사회공헌형 시무식의 첫발이자 올해 재계가 지향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국내 대표 정유사인 GS칼텍스는 시무식이라기보다는 라이브 공연에 가까운 이벤트를 연출했다. 이날 시무식 행사에서 신입사원 61명이 랩을 부르고, 아카펠라에 폭발적인 록음악과 댄스까지 선보였던 것. 마지막엔 전 임직원들이 가요를 합창하며 마무리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시무식도 않고, 은행장의 신년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서울 을지로 본점 로비에서 김종열 행장과 임원들이 출근 직원들에게 김 행장 명의의 카드와 행운권 등을 나눠주며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즉석 카메라를 이용한 기념촬영과 5인조 아카펠라 중창단의 노래 공연, 미리 공모한 지점들의 새해 소망과 각오 문구에 대한 시상식 등을 준비, 한파에 한껏 움츠렸을 직원들의 마음을 풀어줬다는 평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틀에 박힌 시무식은 직원들에게 ‘올 한해도 지난해와 같겠구나’하는 관념을 무의식중에 심어줄 수 있다”며 “첫날이 활기차고 의미가 있어야 한해가 이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박수진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