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국민에 신뢰줄 수 있는 장기적 비전제시 절실”

자유기업원 / 2008-06-04 / 조회: 4,985       헤럴드경제, 11면

헤럴드경제-자유기업원 공동주최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광우병 反美와의 연결은 곤란
잘못된 협상은 솔직히 시인을

정인교 인하대 교수: 현정부의 통상정책 체계 의문
재협상 성사여부 더 지켜봐야

조영일 연세대 교수: MB 오락가락 행보에 불신 증폭
국민 불안감 해소 적극 나서야

양기화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소홀한 과학적 검증 사태 악화
충분한 시간 갖고 국민 설득을


정부의 쇠고기 재협상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미 관계 훼손과 현 정부의 리더십 약화를 우려했다. 헤럴드경제와 자유기업원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사태,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가 광우병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반미(反美) 감정 확산과 양국 우방관계 훼손으로 번지는 점을 걱정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정인교 인하대 교수, 조영일 연세대 교수, 양기화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참석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촛불집회에서 거센 요구가 있었고, 정부도 재협상의 의사를 밝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정호 원장


=만약 기존 협상이 정말 잘못된 것이라면 대통령이 솔직히 시인하고 재협상에 임하는 게 맞다. 하지만 촛불집회 등에 의해 억지로 밀려서 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이런 관례가 한 번 형성된다면 앞으로도 많은 정부의 정책이 그러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 이명박 리더십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지만, 이 사회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 그 어떤 설명도 없다. 이것이 혼란의 큰 원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인교 교수

=재협상은 국제 관례상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상 어쩔 수 없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 협약이라는 것의 재협상 성사 여부는 미국이 이에 응할 것인가에 달려 있지 않겠는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조영일 교수

=광우병 사태에 대한 촛불집회 자체는 괴담 혹은 엉터리 내용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지만, 나름 의미는 있었다. 국민이 막연히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쪽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 애초부터 광우병이라는 것이 근본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의 정책이 이런 식으로 여론에 밀려 좌우되기 시작하면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그것이 우려된다.

-이번 사태가 광우병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반세계화.반FTA.반개방 세력들에서의 공세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김 원장

=전적으로 동의한다. 광우병이 미국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벌어진 것이다. 한국 소에 광우병이 존재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결국 미국에 대한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만약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었다면 이 또한 엄청난 규탄시위가 벌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 교수

=가장 먼저 세계화된 부문이 반세계화 운동이라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다. 반세계화.반개방.반시장적 투쟁이 득세하는 것은 우리 경제 및 의식 수준이 선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 선진국에 진입해야 비로소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분열적인 파괴적 책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온 국민에게 신뢰성을 주는 진정성이 있는 장기적 국가 비전이 절실한 대목이다.


▶정 교수

=광우병에 대한 관심이 진정 높다면 우리나라의 광우병 실태를 점검하라는 목소리도 나와야 한다. 미 쇠고기 광우병 우려를 과장하는 것은 국내 쇠고기시장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은 사회적 국가적 낭비,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는가.


▶조 교수

=현대사회를 ‘리스크 사회’라고도 한다. 리스크(risk)란 선택에 동반되는 위험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도 선택하지 않으면 ‘인간 광우병’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 리스크의 회피행위는 민주적인 타협이나 중용이 아니라, 수용이냐 배척이냐의 어느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난상토론과 다수결에 의해 수렴하는 민주주의적 절차에 배반되는 사회병리 현상인 셈이다.


▶정 교수

=광우병의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뼈를 우려내 먹는 우리나라의 식습관 등으로 인해 일반국민이 민감하게 여길 수 있는 이슈이기는 하지만, 촛불집회 등 현 사태는 반개방적 사고를 하는 특정 세력이 개입해 대선과 총선 이후 실추된 정치력을 결집시키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농업이라는 감성적인 주제, 또 우리 국민이 가장 관심을 많이 두는 보건 안전 문제, 거기에다가 또 상대국이 미국이라는 문제 등 이런 세력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를 이렇게 고루 갖춘 걸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김 원장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 현상이라고 보고 싶다. 위험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아마도 이번 사태는 그 대상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 미국 소이기 때문에 더 격해진 듯하다. 한국 소에 광우병이 생겼더라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대중은 여러 가지 설 중에서 진실이 아니라 가장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믿는다.

-일부 시민단체와 전교조, 그리고 정치권이 이 문제의 확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김 원장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을 반미와 연결시킴으로써 한.미 FTA를 좌절시킨다면 농민들과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집권 보수층을 부도덕하고 무능한 세력으로도 낙인찍을 수 있을 것이다.

▶정 교수


=쇠고기 문제는 보건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통상정책적 측면과도 연계돼 있다. 통상정책을 당리당략적으로 악용해서 국익에 유리한 결과가 나는 경우가 없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상황이 확산된 데 대해 정부의 대응은 어떤 부분이 부족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조 교수


=정부의 급격한 태도 변화에 국민은 당혹해한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점에 맞춰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은 졸속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게다가 국민과의 대화에 소홀한 동시에, 밀어붙이기식 또는 독불장군식으로 추진한 인상이 짙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이 회복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투명성과 진정성이다.


▶양 위원

=쇠고기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 또한 협상 종료 후에 협상 과정을 밝혀야 했다. 그리고 광우병 위험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 초반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통해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정 교수

=이번 쇠고기 파동을 보면서 과연 현 정부에 통상정책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느냐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을 갖게 된다. 쌀과 더불어 가장 민감한 사안을 타결하고는 정부는 범부처적인 대국민 홍보계획을 짜지 않았다. 협상담당자에게 홍보까지 맡긴 상황이었고, 이들의 대응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대 여론은 급속하게 확산됐다. 통상정책 체계 역시 강화돼야 한다. 통상정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소홀하게 다뤄졌고, 결국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

▶김 원장


=너무 우왕좌왕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과거 정권에서 취했던 입장을 쉽게 바꾸기 어려워서였을 가능성이 크다. 위험요소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평소에도 그 위험에 관한 자료를 인터넷 등으로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과학적 진실은 상이한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의 경우는 어떠한가.

▶정 교수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개입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켜 국익을 해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마늘 파동’이다. 우리 마늘 농가에 대한 영향 문제를 가지고 우리 쪽에서 수입 금지 조치를 했다가 중국 쪽에서 그러면 석유화학과 휴대전화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하겠다고 하니까 결국 정부에서 마늘 농가에 대해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고는 수입을 계속했다. 한 번 정치적인 쇼를 거친 이후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이런 상황이다. 이번 쇠고기 파동도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본다.

▶김 원장

=‘농약 콩나물’이라는 것이 그 한 예다. 부패를 막기 위해 약품을 쓰기는 했지만 그 약물을 농약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또 오렌지와 자몽에 사용된 알라, 통조림 캔에 들어 있는 포르말린도 그렇다. 그 정도는 자연상태에서도 검출되는 것이었고, 결국 무혐의로 판명 났다.

▶양 위원

=광우병이나 자발형 CJD(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에 관한 국내 자료가 빈약하다. 또한 프리온 질환에 대한 전문가가 매우 희소하다. 식품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학문을 전공하는 학자 역시 희소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야다. 따라서 단 한 사람의 환자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심리가 통하게 된 것이다. 사실 확인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여론몰이를 한 탓도 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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