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잘 살아보세”… 60년새 GDP 740배 기적

자유기업원 / 2008-08-12 / 조회: 4,546       문화일보, 4면

지난 60년의 현대사에서 한국 경제는 ‘기적’ 또는 ‘신화’의 다른 이름이었다. 1948년 건국 당시에 한국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보다 못사는 나라였고,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비교해도 나은 점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놀라운 저력으로 경제를 일으켰고, 스스로 꿈꾸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이뤄 현재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나라가 됐다. 지난 60년간 국내 총생산(GDP)은 740여배, 1인당 국민소득(GNI)은 300여배 늘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20세기 말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편입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IMF 체제를 벗어난 이후에도 경제 양극화와 신성장동력 부재, 실업난 등으로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다.

◆ 농지개혁과 수입대체 공업화 추진 = 해방 당시 남한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했는데, 이 중 소작농이 83%였다. 이승만 정부는 건국 후 첫 사업으로 농지개혁을 시도, 분배 대상 농지의 70~80%를 소작농에게 유상으로 분배했다.

한국전쟁 기간에 북한이 점령지에서 새 토지개혁 선전공세를 벌였을 때, 농민들 다수가 동요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남아 있었던 것은 농지개혁을 통해 자신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전쟁 후 미국은 한국의 공업화에 회의적이었으나, 이승만 정부는 이에 반발하면서 국가경제의 자립을 위해 수입에 의존한 공산품을 국산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한 수입대체공업화를 추진한다. 문경시멘트공장(쌍용양회 전신), 충주비료공장, 인천중공업 등 기간 산업 공장들이 폐허 위에 세워졌다.

◆ 박정희 정권, 경제 고속도로를 닦다 = 1960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79달러인 세계 최빈 국가였다. 박정희 소장은 1961년 쿠데타를 일으킨 지 두 달 만에 경제기획원을 설립, 이듬해에 제 1차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했다.

1963년부터 시작한 서독(현재 독일)에의 간호사·광부의 파견과 1965년부터 개입하게 된 베트남 전쟁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역할을 해 2, 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재원이 됐다. 1968년 2월에 착공한 경부고속도로 사업은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이 함께 진행한 ‘단군이래 최대의 토목공사’였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경부고속도로의 성공적인 개통은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경제 기적의 상징이 됐다.

◆‘잘 살아보세’와 대기업 집단 성장 = 1972년에 정부 주도로 시작된 농촌개발운동, 즉 새마을운동은 우리 농민들의 근면성과 맞닿아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낳으며 큰 성과를 이뤄냈다. 농촌 생활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단적인 예로, 1970년에 전기가 들어온 마을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는데, 1978년에는 98%까지 늘어났다.

1973~74년 국제유가가 4배이상 급등한 석유파동은 중화학 공업화를 막 시작한 한국경제에 시련을 안겨줬다. 대신에 중동 지역 건설 붐이 일어나 한국의 건설업이 이 지역으로 진출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중동 건설 붐은 한국의 중화학공업화를 발전시키는 토대가 됐고, 국내에 재벌로 불렸던 대기업집단이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1970년대말 26대 기업집단의 계열사는 무려 631개를 헤아렸고, 10대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은 국민총소득의 42%에 달했다.

◆ 성장세 속 구조개혁 미흡 IMF체제 초래 = 전두환 정권은 예산동결, 통화량 관리 등을 통해 물가안정을 이루고, 경상수지 적자 억제정책으로 대외거래 기조를 바꾸어 외채를 줄였다. 국제적으로 ‘저달러, 저금리, 저유가’의 3저 호황이 찾아와 전 정권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8.7%에 달했다. 노태우정권은 전 정권의 호황에 힘입어 연평균 8.5%라는 고속성장을 누렸으나 부동산 투기 등도 극심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김영삼정부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 실명 거래 등 경제개혁 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적극적인 시장개방을 시도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쟁체제에 걸맞은 내부 경제 구조개혁을 등한시했고, 결국 외환위기를 겪으며 IMF체제에 편입됐다.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회사들이 부도 및 경영위기를 맞았고, 대량 해고와 경기 악화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었다.

금융기관과 대기업집단의 ‘대마불사’ 신화가 무너졌으며, IMF의 요구 조건에 따라 고용시장에 자유경쟁체제가 도입돼 평생고용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다.

◆ IMF 극복 이후에도 ‘고용 없는 성장’= 김대중 정부는 건설 지원과 카드 사용 대금의 연말정산 환급 등의 소비 촉진 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성공, 2001년 IMF체제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국난 극복 의지를 보여줬다.

노무현 정권은 기업정책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시행하고 금산분리를 실시했는데, 이것이 반기업 정책으로 받아들여져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었다.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반짝 효과를 본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날이 갈수록 식어갔으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 소득의 양극화로 선진국의 척도인 중산층이 엷어졌고, 고용불안, 실업난이 심화했다. 노 정권은 민간소비를 부양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종합부동산세 등을 도입해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 한국 경제 재도약의 꿈을 향해 = 건국 60년이 되는 해에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한국 경제를 새롭게 부흥시키겠다는 약속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고유가와 미국 쇠고기 파동 등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와 공기업 개혁 등은 망설이면서 금리·환율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등 구태의연한 경제운용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영국의 대처정부가 10년 이상 줄기차게 공기업을 민영화시키고, 정부의 살림을 줄이며, 세금도 줄여 국가의 활력을 다시 찾은 사실은 이명박정부가 벤치마킹할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명박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하지 말고 시장 메커니즘을 신뢰하며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성장 엔진이 살아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 이사장은 “세계경제가 연동하는 시대에는 경제의 내부 구조를 끊임없이 개선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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