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유부남과 여대생의 사랑, 60~70년대에도 ‘막장 드라마 논란’이...

자유기업원 / 2009-07-21 / 조회: 3,744       조선일보

‘TV 드라마의 위기와 발전방향’ 토론회 오명환 교수 발표 

 원조 막장 드라마는 무엇일까?

방송개혁시민연대와 자유기업원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TV 드라마의 위기와 발전방향’ 토론회에서는 급증하는 ‘막장 드라마’에 대한 대책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이날 또 눈길을 끌었던 건, 발제자로 나선 오명환 용인송담대 교수의 ‘막장 드라마의 역사적 발자취’에 대한 발표였다.

오 교수에 따르면, 최초의 불륜 드라마는 1969년 방송된 MBC TV 일일 드라마 ‘개구리 남편’이었다. 이 드라마는 유부남 과장(최불암)과 신입 여사원(주연)의 외도를 그렸다. TV 드라마로는 최초로 불륜을 다뤘다. 오 교수는 “이 드라마는 당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의 격분을 샀다는 얘기가 있으며 그래서 방송사가 앞당겨 종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하자면 드라마에 대한 정부 고위층의 압력 제1호인 셈”이라고 말했다. 


▲ 막장 드라마 논란의 핵심이었던 ‘아내의 유혹‘(위) 그 뒤를 이어 막장 논란 중인 ‘밥줘‘(아래)

1975년 MBC 일일 드라마 ‘안녕’, TBC 일일 드라마 ‘아빠’도 ‘저속, 퇴폐 드라마’로 당시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오교수는 말했다. ‘안녕’은 김수현, ‘아빠’는 나연숙의 작품. 오 교수는 “두 작품은 약속이나 한 듯 여대생과 유부남의 사랑을 취급했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였다”며 “수출 100억불 달성을 전후한 70년대 중반 전 사회적인 ‘증산, 수출, 절약’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던 와중에 이 드라마들은 ‘저속, 퇴폐, 불륜’ 퇴치라는 사회 정화 대상으로 몰려 도중하차했다”고 말했다.

방송사간 드라마 경쟁은 과거에도 다를 바 없었다. 2000년대 접어들며 드라마 제작편수가 부쩍 늘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하지만 1975년 당시에도 MBC와 TBC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드라마 숫자가 갑자기 증가했다. 당시 한 채널 당 일일극이 4~5편씩 방송됐으며 주간 드라마까지 합치면 3개 채널에서 15편이 넘는 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오 교수는 “이런 상황을 우려한 정부가 당시 가족시간대(오후 7~9시)에 ‘국난극복 민족정기’ 드라마를 의무적으로 방송하게 했다”며 “최초의 관제 드라마 시리즈가 이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조선의 화약 발명가 최무선 일대기, 거상 임상옥 전기,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도공의 이야기, 한국 산업발전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꽃피는 팔도강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후 새마을 드라마 ,반공 드라마 등이 정규 편성에 등장하게 된다.

아침 드라마는 과거에도 ‘막장’의 온상이었다. 석유 파동으로 중단된 뒤, 8년만인 1981년 5월 오전 방송이 시작됐는데 MBC 아침 드라마 ‘포옹’이 남녀간 무분별한 애정 행각을 적나라하게 그려 논란을 일으켰다. 오 교수는 “아침 드라마는 80년대에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며 1983년 10월 이후 사라졌다”며 “ ‘영상소설’ 형태로 다시 돌아온 것은 6년만인 1989년 3월”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조엔 편집장 vaida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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