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MB 집권 중반기 ‘중도실용’, 성공가능성은?

자유기업원 / 2009-08-16 / 조회: 2,851       데일리안

지지율은 반등하나 좌우파 양쪽으로부터 비판 ´넘어야할 산´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4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 '광복의 빛, 더 큰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인 이명박 정부 중반기 핵심 국정운영 철학으로 ‘중도실용’ ‘친서민행보’를 천명했다. 이를 계기로 더욱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건다는 게 이 대통령의 계획이지만 ‘중도실용’이라는 화두에 좌·우파의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론’ 성공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국면전환 ‘중도실용’, 40% 지지율 상승에 기여는 했지만…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을 선언한 것은 지난 6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다. 4.29 재보선 패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 등 국정운영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라디오연설에서 “대증요법보다 근원적 처방”을 주장했던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의 일환으로 내세운 개념이다.

이후 이 대통령은 이문동 골목시장, 원주 마이스터고, 일하는 엄마와의 만남, 농산어촌 기숙형고, 강화군의 쌀국수 생산업체 등 잇따라 현장을 방문했다. 연설문이나 회의상 발언에서도 ‘서민’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았다.

이런 행보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최근 40%대에 근접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7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주보다 5.6%포인트 높은 30.3%로 나타나 30% 선을 돌파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10일 발표한 8월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9.8%를 기록해 전달보다 9.5%포인트 올랐다. 지난 6일 리서치앤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40.5%를 기록해 지난해 미국산 수입 쇠고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그리고 광복 64주년인 8.15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내는 길”로 ‘중도실용’을 선언했고, 그 개념은 “둘로 나누어 보았던 자유와 평등,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복지, 민족과 세계를 모두 상생의 가치로 보자는 것”이라는 것.

또한 중도실용의 실천 과제인 ‘친서민행보’에 있어서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안전 등 ‘국민 민생 5대 지표’도 제시했다.

각 행정부처 너나없이 ‘친서민 정책’ 내놓아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친서민행보’는 말뿐만이 아니다. 각종 정책에서도 ‘서민’을 우선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그 이론적 개념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도실용 세상을 품다(가칭)’라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 각 부처에서도 친서민대책을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해 “돈 없어 대학 못 가는 일 없도록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반영했다. 연간 100만명이 10조원의 장학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맞벌이 부부 보육비용 지원, 기숙형 고교 기숙사비 경감,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비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서민층 무보증 소액 신용대출인 ‘마이크로크레디트’ 네트워크를 전국 200~300곳에 구축하고, 곧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는 투자액의 3~10%만큼 법인세를 깎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내년부터 없앨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복지부, 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서민 위한 정책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파 “원칙없는 포퓰리즘”, 좌파 “무늬만 서민”

하지만 좌·우파의 비판이 적지 않다. 당장 우파 진영에서는 “중국집에서 스파게티 파느냐” “보수의 이름으로 ‘서민정치’를 할 수 없고 친서민행보도 할 수 없느냐” “원칙없는 포퓰리즘”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 등 비판이 쏟아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과 관련,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걸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서민 복지의 핵심이 일자리라면 ‘기업 친화 = 고용 친화’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친서민 정책’이라고 왜 담대하게 국민들에게 호소하지 않느냐”(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서민생활, 복지 및 분배 측면을 강조하고 이를 강화한다는 것이 중도를 의미한다면 이는 그동안의 MB정부 정책이 비서민, 비복지 및 성장편향이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중도실용이라는 구호보다는 MB정부의 출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중도강화론은 보수적 가치에 대한 확신부재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 우파적 가치와 이념에 기초한 정권임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파적 가치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조동근 명지대 교수)고 비판했다.

시장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은 ‘중도강화에 대한 이념적 해석과 정치적 해석’ 보고서를 발표해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도강화 정책은 성장이라는 면에서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분배정책으로 빈곤문제 해결을 못하는 만큼,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민들에 ‘자기 책임의 원칙’을 강조해야 한다. 중도강화를 통해 서민에게 베풀려고 한 혜택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해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과 좌파 진영에서는 “무늬만 서민”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정부 부처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 예산요구안을 보면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으로 무려 8조6000억원이나 차지하는 반면 민생예산은 2조4000억원(1.4%)이나 줄어든다고 한다”며 “민생을 살리겠다고 하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토목사업에만 예산을 증가시키는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진정으로 민생을 살릴 의지가 있는 정부인지 다시 한 번 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과 관련, 참여연대는 “이미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등록금에 대해서는 규제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는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정부의 ‘서민 대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좌우의 비판뿐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재정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올해 재정적자가 51조원에 이르고 내년에도 수십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세수가 늘어날 여지는 점점 주는데 복지 지출만 마냥 늘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도실용 성공위해 ‘첩첩산중’

이 대통령의 구상대로 집권 중반기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청와대 개편과 내각 교체다. ‘고소영’ ‘강부자’ 정권이라는 별명에서 보이듯 인사에서 중도실용을 선보일 참신한 인물이 필요하다. ‘중도실용’ ‘친서민행보’ 선언에 걸맞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타이밍도 중요하다.

하지만 당초 7월말에서 8월초, 8.15전후, 다시 8월말, 9월초까지 미뤄지면서 정치인의 입각 여부, 친박계 인사의 입각 여부 등의 여권 화합 등 요구가 늘어났다. 각 부처 역시 늘어지는 인사로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셈이다.

또한 10월 재보선을 둘러싼 집권여당의 공천 정리도 필요하다. 몇 곳 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친이·친박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미 ‘의리’라는 명분으로 자기 사람을 챙기고 있는 형편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 문제도 아직은 친이·친박간 살얼음판이다.

게다가 장외투쟁에 돌입한 야당과의 소통문제도 있다.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금껏 일관했던 무시전략만으로는 예상치 못할 변수를 통제하기는 어렵다. 대북 관계 역시 여전히 문제다.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석방되었지만 북측에 나포된 우리 선박 ‘연안호’ 문제가 남아있다. 또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미관계가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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