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정당가입 7%·무당층 40%… 비정치적인 한국인

자유기업원 / 2009-09-30 / 조회: 2,833       경향신문

ㆍ6부 - 문제는 정치다 (3) 정치로 풀자
ㆍ투표율 최저경신 행진…대의민주주의의 위기
ㆍ시민단체·노조 참여율도 10% 안팎 극히 저조


한국 사회에서 정치 이슈는 항상 뜨겁지만, 유권자 다수는 차갑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의 탈정치화 속도는 눈에 띄게 빨랐다. 2008년 총선 투표율은 유례없이 50%에도 이르지 못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도 40% 이상을 기록한다. 시민단체나 노조활동 참여율도 극히 저조하다. 정치는 일상의 삶과 유리됐다.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꾸준히 하강 중이다. 2007년 12월 제17대 대선에선 63%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였다. 대선 투표율은 첫 직선을 실시한 1987년(89.2%) 이후 81.9%, 80.7%, 70.8%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대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08년 4월 18대 총선 투표율은 46%에 불과했다. 17대(60.6%) 때에 비해 14%포인트 이상 감소한 수치로, 역시 역대 최저다. 투표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이런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작은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더하다. 95년 전면적 지방자치를 내세우면서 시작된 동시지방선거는 1회 68.4%, 2회 52.7%, 3회 48.9%로 줄곧 저조한 투표율을 면치 못했다. 2006년 네 번째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3.7%로, 간신히 절반을 넘겼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직선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5%에 불과했다. 올해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경우 12.3%의 민망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방자치 시행 이후 주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들도 별 반향을 얻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2000년 시작된 주민감사청구제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주민들이 직접 지자체에 대한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대전시와 제주도의 경우 이 제도가 마련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청구 사례가 없었다. 서울시(41건)를 제외하면 다른 시·도 역시 1~12건 정도다.

주민소환제 역시 비슷하다. 2007년 주민소환제 실시 이후, 실제 투표로 이어진 것은 2건에 불과하다. 지난 8월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투표율 미달(11%)로 무산된 것을 포함, 2건 모두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다.

정당 정치는 제기능을 못 하고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지속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당층은 45.4%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21.5%, 20.8%다. 두 거대 정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무당층보다 적다. 지난 1월 한 조사에선 60%를 넘기기도 했다.

정당 당원 활동도 미미하다. 우리 나라 유권자 중 정당에 가입한 이들의 비율은 약 7%다. 이 중 당비를 내는 당원은 11% 정도에 불과하다. 당비 납부자 수도 2006년 54만6300명에서 2007년 41만25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노조 조직률은 지난해 말 기준 10.5%가량, 97년 이래 줄곧 10% 언저리를 오간다. 각종 시민단체 가입률도 11%에 불과하다. 정당정치든 생활정치든, 우리 사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무관심이 극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총체적 정치 무관심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정치 불신’이다. 많은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7월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 가운데 최하위가 정치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유기업원의 여론조사 결과 18대 국회는 국민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의정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60.5%)는 긍정적 평가(4%)의 15배에 달했다. 정부 신뢰도 역시 11%, 세계 최하 수준이다. ‘다수 정치인들이 부패됐다’고 보는 이들도 90%에 이른다.

2005년 국회운영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42%뿐이었고,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마찬가지라는 응답도 68%에 이르렀다.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 혐오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도처에 넘친다.

정치 불신은 정치 무관심을 낳고, 정치 참여에 대한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지반을 무르게 한다. 시민들이 투표와 생활정치에서 멀어질수록 정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된다. 리처드 스위프트는 그의 저서 <민주주의, 약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시민들은 정치 과정에서 멀어지고 있고, 정치를 지배하는 것은 항구적인 정치 계급이다. 돈과 돈을 통제하는 사람들은 쉽게 민주적 정책 결정의 결과를 주조한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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