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美·中 사사건건 충돌…동북아 신냉전체제 가속화되나

자유기업원 / 2010-08-07 / 조회: 1,757       뉴스한국

●천안함 사태 이후 군사적 긴장 고조 한미연합훈련 반발
●아세안 안보포럼서 남중국해 영유권 두고 설전
●美 이란제재 본격화 하자 中 “이란과 협력지속” 반기

 

중국 정부가 한미 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한 가운데 미 7함대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지난달 26일 동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에서 미해군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와 한국 대형수송함 독도함 등 함정들이 대열을 형성, 기동하고 있다.(부산 해군작전사 =연합뉴스) 

천안함 폭침 사태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방식을 둘러싸고 외교적 마찰을 빚었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차 군사 외교 경제 등 다방면에서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핵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란을 제재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한국을 끌어들인 것에 반발해 중국은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유지하겠다며 대립각을 노골적으로 돌출시키고 있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6일 한국의 이란제재 동참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방중한 마수드 미르카제미 이란 석유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이란과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평화유지, 안정, 번영을 위한 주요 국제 이슈와 관련한 대화와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부총리는 “이란은 서아시아 및 북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중요한 통상 파트너이자 주요 석유 공급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중국의 자세는 주요 동맹국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경제 재제를 본격화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에 찬물 끼얹는 동시에, 이란제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은 근래들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북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뭉친 6자회담에서 공조체제를 보였던 두 나라는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국제무대에서 자존심을 건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中 “美 항모 서해 훈련 참가 강력 반대”

작전명 ‘불굴의 의지’로 표출된 지난달 말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앞서 중국은 자국 해역에서 독자적으로 전시 해상수송 훈련을 벌이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들은 서울에서 2+2 회의를 갖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는데, 이 회담의 결과를 지켜본 중국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북한의 해외 자금 절반 이상이 홍콩과 중국은행에 예치돼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에 대해 전혀 협력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중국은 한국군이 사정거리 1천500㎞의 순항 미사일인 ‘현무-3C‘의 개발하고 실전배치 계획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반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지난달 1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이 몰래 칼을 갈아온 것이 증명됐다”면서 “한국이 천안함 사건을 핑계로 감히 뛰어들지 못했던 금지구역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도시가 현무-3C의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것을 불쾌하다 못해 강한 적대감으로 받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연히 중국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한미연합훈련과 한국군의 동향에 예민해진 상태이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군사, 외교, 경제 분야 등 여러 각도에서 맞대응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한·미연합훈련을 바라보는 군사적 긴장감은 자국 내 여론조사기관인 <글로벌 풀센터>가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7개 주요도시에서 1천29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중국인 66%는 현재 중국 안보상황이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답했고, 76%가 외국의 군사적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 <글로벌 폴 센터>는 한국과 미국의 동해 합동군사훈련 실시와 남중국해에서 중미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군부 역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두 차례나 실시하는 것에 강경한 대응 자세를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발(發) 보도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동북아 주변 4강이 끼어든 재앙적 싸움판 될 수도

중국이 서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국내 안보전문가들은 “한반도 근해 해상 패권 추구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6일 한국언론재단에서 안보전략연구소와 자유기업원 주최로 열린 ‘긴급 안보현안 세미나’에서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중국이 한반도 근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을 그토록 반대하는 것은 해상패권 추구와 관련이 있고, 중국은 지금 서해에 대한 독점적 해상통제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달 29일 남중국해에서 독자적으로 함정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30일에는 광저우 인근 해역에서 최신예 전투기를 기동하는 등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하는 훈련을 벌였다.(신화통신=연합뉴스) 

이는 중국 해군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통제권을 행사할 전력을 구축했다는 신호이며, 앞으로 서해를 포함한 우리 해역의 대부분이 중국 해군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방증하듯 같은 날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동해 훈련에 이어 9월 서해훈련에도 참가할 것이라는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에 대해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유관부문에 이미 수차례 명확하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며 외교부 홈페이지에 반대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이밖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향후 군사력 긴장감이 표출될 수 있는 지역으로 영유권 분쟁에 휩싸여 있는 남중국해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평화적 해결해야 한다”며 영유권 분쟁에 개입할 뜻을 내비쳤으나 중국은 즉각 “미국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며 정면 반박했다.

미·중 간에 남중국해의 외교적 대립은 사실상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불안에서 빚어진 측면이 짙다.

현재 가중되고 있는 동북아 안보불안은 천안함 사태를 기준으로 한·미 대 북·중, 나아가 북핵 6자회담 참여국인 한·미·일 ‘남방3각’ 동맹에 맞선 북·중·러 ‘북방 3각’ 동맹이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적대적 관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태 이전 냉랭했던 남북관계가 국지적인 안보 불안에 불과했다면 이후의 한반도는 주변 4자 열강이 가세한 동북아 신냉전 체제로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서 미·중 간에 조성되고 있는 신냉전의 한랭전선은 초보적인 핵무장을 완료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국지적인 위협을 주는 단계가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핵강국들이 연습 삼아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재앙적인 싸움판으로 커질 수 있다는 데에 향후 정세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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