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기업 총수들…코리아 브랜드 지구촌에 알렸다
국민들 의식 고취부터 비즈니스 미팅·행사지원까지
마케팅 수단 활용 넘어 국가 홍보대사 역할 톡톡
이종배기자 ljb@sed.co.kr
지난 8일자 월스트리트저널 글로벌 에디션판에는 LG전자의 광고가 한 면을 장식했다. 전세계 글로벌 리더들에게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서울 개최를 널리 알리는 내용이었다.
G20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국내외에서 진행된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유형의 광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들이 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뛰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 삼성그룹은 자사 홈페이지와 대대적인 광고를 이용해 G20 홍보에 적극 나섰다. LG그룹도 ‘사랑해요 코리아, 사랑해요 LG‘ 슬로건을 시작으로 연중 캠페인을 전개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의전 차량 제공 외에 모든 제품의 TV·신문 광고에 G20 공식 엠블럼과 ‘서울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는 문구를 넣어 ‘G20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SK그룹은 국민들에게 G20의 취지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게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나 모두가 +α‘되는 세상을 만든다‘는 SK텔레콤의 알파라이칭 캠페인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7월부터 모든 국제선 탑승권 전면에 G20 정상회의 공식문구를 넣었다.
광고뿐만이 아니다. 주요 기업들은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행사 지원, 비즈니스 미팅 등 직간접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는 지금 이 같은 한국기업들의 행태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참여와 지원이 자발적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에서 보여준 한국 기업들의 맹활약이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디틀레우 엥엘 베스타스윈드시스템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기업들은 G20 회의를 단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성공개최를 위해 다양한 지원과 투자를 벌였다"며 "이런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총수들이 직접 나섰다=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테이블이 열린 지난 11일 서울 워커힐호텔 오찬장. 국내 CEO 중 유일하게 워킹그룹 의장(컨비너)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건배사를 하기 위해 일어섰다. 최 회장이 ‘글로벌‘을 선창하자 글로벌 CEO 120명은 이구동성으로 ‘하모니‘를 외쳤다.
분쟁과 갈등이 끊이질 않는 지구촌을 기업인들의 노력으로 하모니를 이뤄내자는 메시지였다. 비즈니스 서밋의 정신을 함축적으로 담은 최 회장의 건배 제의는 세계 경제계에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오찬 뒤 기념촬영장. 글로벌 CEO 120명이 한데 모였다. 이들이 속한 기업의 매출액을 합치면 4,400조여원. 이들 사이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CEO들이 당당히 자리잡고 있었다.
각 분과별 회의나 만찬 회동 등에도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물론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 총수들이 직접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전세계에서 온 기업인을 안내하고 즉석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벌이며 주최국 기업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근래 들어 국가가 주최하는 글로벌 행사에 이렇게 많은 최고경영진이 한데 모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G20 정상회의라는 역사적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 것 못지 않게 이번 행사 과정에서 보여준 국내 기업들의 지원과 협조는 다른 여느 글로벌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로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G20 회의 성공 위해 전력투구=G20 서울 정상회의를 누구보다 앞서서 알려온 대기업들은 사실 상업적 목표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G20를 홍보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다른 곳에 썼다면 더 많은 매출 증대 효과를 얻었을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국가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의무 중 하나가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G20에 따른 국민들 의식 고취부터 대외 홍보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담당한 역할은 매우 크다. 실제 한국 기업들이 G20 홍보와 직간접적인 지원에 쏟아부은 비용을 환산하면 수조원을 훨씬 넘어 그 규모를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의 노력이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세계의 신뢰를 강화시켜 한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이 됐다고 평가한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G20 성공 이면에는 뛰어난 시민의식, 정부의 치밀한 준비 못지 않게 기업의 역할이 무척 컸다"고 평했다. 김세호 대한상의 국제본부장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기업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 이번 행사에서 한국 기업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근원적인 신뢰와 기대, 즉 국격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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