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사설]보건복지부, 왜 이러나

자유기업원 / 2011-05-18 / 조회: 1,530       경향신문
보건복지부가 보편적 복지를 비판하는 책 250권을 구입해 국실의 사무관 이상에게 의무적으로 읽게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가 쓰고 ‘자유기업원’이 펴낸 이 책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베짱이의 권리만 강조하는 공짜로 비판하고, 심각한 사회적 병증인 양극화에 대해서도 “공정한 경쟁구조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복지를 가족에게 맡기고 국가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강자의 논리’로 쓰여진 책이다. 복지부가 국민 세금으로 국가 복지를 부정하는 책을 사들이고 이를 직원들에게 읽혔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복지부는 다양한 시각을 정책에 참고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군색한 변명이다. 무상급식을 계기로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지난해 이래 복지에 관한 책을 공금으로 단체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시각의 책을 구입할 계획도 물론 없다. 더구나 책 선정과 구입 지시를 대변인이 했다고 한다. 보편적 복지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진수희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진 장관은 지난 1월 세종로국정포럼 특강과 2월 한나라당 의원총회, 3월 국회에서 보편적 무상복지가 현실성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복지를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시혜적인 것으로 보는 편벽된 책을 250권이나 구입한 이유가 적어도 ‘다양한 시각’을 연구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보편적 복지란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고 모두에게 동등한 복지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견줘 우리나라의 담세율은 평균 수준이지만 실질 복지예산 비중은 꼴찌다. 납세자가 낸 만큼 세금이 복지에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에서조차 분배정의와 복지의 확대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겠는가. 복지부의 분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진 장관의 복지부는 보편적 복지를 앞당기기 위해 발버둥쳐도 모자랄 판에 자신들의 존재이유마저 부정하는 책을 사는 데 세금을 낭비했다. 틈새 복지니 맞춤형 복지니 하며 흉내만 낼 뿐 복지를 줄일 궁리만 하는 꼴이다. 복지부는 송구하다고 했지만, 복지확대를 기대해온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복지를 정략적으로만 접근하는 장관이나, 복지부 간판을 단 지 17년이 되도록 ‘복지’를 ‘보건’의 부업쯤으로 여기는 듯한 복지부에 당부할 말은 오직 하나다. 제발 정신 좀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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