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한나라당 잔꾀 부리며 눈치만 살펴”

자유기업원 / 2011-05-29 / 조회: 1,303       주간조선

바른사회시민회의 ‘한나라당에 묻는다’ 토론회 보수학자들 비판 쏟아내
  
 

▲ 지난 5월 19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시국토론회. 한나라당의 문제점에 대해 보수학자들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172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4년째 갈등을 빚어온 한나라당은 지난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30.3%의 정당지지도를 기록, 32.2%를 보인 민주당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이 등을 돌리자 한나라당 내부는 중도쇄신파와 개혁보수파로 갈려 내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를 내걸고 활동하는 지식인의 모임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5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시국토론회 ‘바른사회, 한나라당에 묻는다’를 개최했다. 최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가 사회를 보고, 박효종 서울대 교수(사범대),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영학),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등이 주제를 발표한 이날 토론회에선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지적된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1 잘못된 상황인식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압승했다.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은 ‘우파적’이라기보다 ‘반(反)좌파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논리의 세계에서 ‘부정(否定)의 부정’은 긍정이지만, 정치세계에서 ‘반(反)좌파적’ 선택이 반드시 ‘우파적’ 지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 탄생의 배경을 적확(的確)하게 읽지 못한 이명박 정부에 ‘압도적 승리’는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했다. 500만표 차의 압승에 도취된 나머지, 밑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안일한 상황인식으로 좌파정권 10년 동안 ‘조직화되고 기득권화’된 좌파세력의 존재를 간과했다. 고지(高地)만 바뀌었을 뿐 진지(陣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긴 호흡의 사상전(思想戰)을 통해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하지만 승리에 취한 나머지 소통 및 국민 설득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초기 인수위원회의 인선도 사려 깊지 못했다. 영어 조기교육 등도 인수위원회의 적합한 어젠다(agenda)는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단추는 취임사에서 잘못 끼워졌다. 취임사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5년간 국정운영의 철학과 비전을 밝히는 국민과의 대화이고 역사와의 약속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8539자에 이를 만큼 방대했지만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이념의 시대는 가고 실용의 시대가 왔다”는 취임사는 패착 그 자체였다. 실용은 ‘시대정신’일 수도 ‘국정철학’일 수도 없다. ‘실용주의’는 ‘좌파가 우(右)클릭’할 때 쓰는 용어이다. 좌파의 실용주의 노선인 ‘제3의 길’이 그 사례이다. 소수파가 다수파를 우회하고자 할 때 쓰는 말이다. 홍위병들의 격랑 속에서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를 말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실용을 말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 속에 탄생한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를 말한 것은 최대의 실책이다. “원칙은 아무래도 좋으니,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천민적 속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화려한 수사를 내려놓고, 국민에게 땀과 눈물을 주문했어야 했다. ‘스스로 돕는 개인’을 국가가 돕는 ‘자조정신’을 고무했어야 했다. 집단의 익명성에 숨지 않는 용기 있는 개인을 국가가 무한히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어야 했다. ‘국가개입주의’와 도덕률에 기초한 ‘설계주의’를 지양하고 개인의 창의와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겠다는 약속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파적 이념과 가치’는 취임사 어디에도 없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 정체성 상실

  

정당은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자기네 정책과 노선이 다른 정당보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더 잘살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주장하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집권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당 정체성과 자신들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정책과 노선에 대해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기본가치로 세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다. 보수라는 말을 부끄러워 하고 애국심이라는 말을 거북해 하고, 좌파노선과 구분이 되지 않는 영합주의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정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이며 그 성공의 배경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때문이고, 따라서 대한민국이 강한 나라,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더욱 발달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보수의 정체성이다.
  
   지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이런 정체성 상실과 우왕좌왕 노선의 결과다. 비굴한 패배다. 정체성을 지키는 일관된 주장이 있었다면 지더라도 명예로운 패배이고, 언젠가 한나라당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받는 때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한나라당은 보수의 가치를 등에 업고 집권했으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다수당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보수의 가치를 가꾸지도 않았고, 보수의 가치를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보수의 가치는 재야 보수나 시민단체 및 보수 지식인들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있어 한나라당은 무임승차적 속성을 보여왔다. 미국이나 영국은 정치인들이 나서서 보수의 가치를 만들었는데, 우리의 경우는 그와 반대 양상을 보였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의 대처 수상을 보라.
  
   지금은 한나라당이 보수의 가치를 덜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것을 놓고 치열하게 반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오히려 보수의 가치 탓을 하다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현상이다. 이는 마치 서툰 목수가 연장을 나무라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박효종 서울대 사범대학 교수
   
   
3 원칙도 없고 철학도 없다

   
   이명박 정부는 ‘섬기는 정부’를 표방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초대 내각 인선에 ‘Best of Best(최고 엘리트)’라는 자평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낮은 자세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의 정책사고는 ‘반(反)시장적’이었다. 첫 작품이 행정지도를 통해 통신요금을 내리고 52개 품목의 가격관리를 통해 생활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나 나올 법한 정책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념을 넘어 실용으로 가자”고 해서, 좌파세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 했던 세력, 미선·효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세력,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세력은 그 자리에 엄존하고 있었다. ‘저항세력’으로서의 그들은 쉽게 동화될 수 있는 집단이 아니었다. 기득권화된 좌파세력은 ‘빈틈’만 보이면 언제든지 비집고 나올 태세였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반미, 반FTA, 민감품목, 축산농가, 국민건강’ 등이 중첩된 ‘복합의제’인 쇠고기 수입문제를 너무 쉽게 접근했다. 촛불시위의 ‘기회손실’은 개혁동력의 상실이다. 정권출범 3개월 만의 ‘정권퇴진 운동’은 결코 순수한 저항운동이 아니었다. 촛불이 꺼진 것은 ‘촛불의 무게’를 스스로 이기지 못해서였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의 정책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확신과 철학’은 없었다. 그 기저에는 기업을 독려해 ‘747공약’을 추진하려 했던 ‘실적주의’가 깔려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후 내려놓아야 할 ‘CEO 경제대통령’에 집착했다. ‘친기업’같이 특정 계층에 대한 ‘친(親)’은 여타 계층에 대한 ‘반(反)’을 시사하므로 ‘반시장적’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마켓 프렌들리’ 또는 ‘친시장’처럼 ‘원칙이 선 경제정책(disciplined policy)’으로 정제됐어야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4 기회주의적 태도
  
   최근 취임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의 “세금을 늘려 서민을 살려야 한다”는 첫 발언은 우려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서민을 살리는 길이고 일자리 창출이 최선의 복지라고 했다. 이 당연하고 올바른 입장을 버리고 사실상 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힘들고 고도의 정책능력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힘든 선택과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런 기회주의적 태도는 자신들이 무능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음을 나타낼 뿐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위기에 처해 있다. 차기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는 물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확고한 정체성 확립과 전통적 지지기반의 확대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이와 반대로 비굴하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배의식에 사로잡힐수록 현직 의원들은 국가의 미래나 이념적 정체성보다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영혼이라도 팔 듯이 더욱 비굴하게 행동할 것이다. 이것은 한나라당과 의원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정통 보수세력에 대한 배신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5 정책 실패
  
   2008년 3분기부터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국내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화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2008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 5.6%를 기록했다. 2008년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3%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이명박 정부의 개혁’은 다시금 논쟁에 휩싸였다. 좌파 지식인들은 금융위기를 지렛대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했다. 외형적으로는 강만수 장관에게 포화가 집중됐지만, 실은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개혁과제를 ‘MB악법’으로 고착화시켰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MB악법’이라는 주홍글씨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의 개혁의지는 급속도로 위축됐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책의 실패’였다. 금융위기는 정책실패에 대한 ‘시장의 응징’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이 작동한다”는 증거로 해석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 건전성의 의미를 다시금 강조하는 기회로 삼는 것까지는 문제 없지만, ‘국가 개입’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국가 개입의 발판으로 삼았다. ‘온정적 간섭주의’에 기초한 국가 개입이 이루어진 것이다. 미소금융, 햇살론, 취업조건부 학자금대출 등 ‘친서민정책’은 이렇게 해서 태동되었다.
  
   ‘친서민’으로의 급선회는 ‘실적주의’의 또 다른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인기’라는 실적을 쌓으려 한 것이다. 서민을 위무하는 ‘친서민적 사고’와 ‘친서민 모드’가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원배분을 전제로 하는 ‘친서민 정책’은 신중했어야 한다. 국정지지도를 정권의 성과로 여기면서 ‘포퓰리즘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6 포퓰리즘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은 ‘공정사회’의 정치적 파생상품이다. 동반성장의 또 다른 뿌리는 ‘공동체주의’이다. 최근 좌파서적에 나오는 정의(正義)는 공동체주의와 닿아 있다.
  
   공동체주의는 빗나간 상황인식을 낳는다. 정운찬 위원장의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1970~1980년대에 정부가 시장논리를 뛰어넘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정부가 뒤를 봐주었기 때문에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삼성은 국가가 키운 ‘국민기업’이다. 만약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훌륭한 글로벌 기업을 키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그의 논리대로라면 ‘사회주의 국가’의 기업은 모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어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는 그가 주장한 대로 “시장논리를 뛰어넘는 지원”을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적 사고는 또 다른 인식오류를 범할 수 있다. ‘민주적’으로 경영을 하면 지금의 재벌 일가의 경영성과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누가 경영해도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신비의 장막’ 뒤에 숨지 말고 나와 ‘같이 나누라’는 것이다. ‘나눔경영’ 등 용어가 무엇이든 ‘같이 나누자’는 것은 ‘기업가 정신’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할 뿐이다. 성공한 기업은 나름대로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기업가 정신’은 작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정사회론은 사전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반시장적 정책접근을 낳았다. 동반성장위원회의 탄생이 그것이다. 참여정부의 아이디어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로 하여금 ‘동반성장지수’를 개발하게 하고, 대기업에 대해 동반성장 이행실적을 평가해 이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평가 순위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을 한 줄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뒤에 서게 되는 기업은 동반성장에 별반 관심을 갖지 않은 ‘악덕기업’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반(反)기업정서를 다시 불러들이게 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7 시대역행적 발상
  
   대기업과 협력사의 ‘초과이익 공유제’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우선 주주의 동의는 차치하더라도 초과이윤을 어떻게 정하고 얼마를 ‘토해내라’는 건지 출발부터 불분명하다. 대기업의 이익 중 협력업체의 기여분을 산정하고, 개별업체들의 기여분을 다시 계산해 이익을 배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익공유제가 강제되면 상당수 대기업은 부품업체를 수직계열화하거나 해외조달을 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협력업체가 설 땅은 좁아지게 된다.
  
   ‘이익공유제’는 ‘이익사유화’를 대척점에 놓고 있다. 이익을 ‘공동의 노력’으로 얻은 ‘같이 나누어야 할 공동재원’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이익은 혁신과 시장에서의 위험부담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정당한 대가를 갖지 못하게 하면 시장은 이내 질식 상태가 된다. 기업은 이익이 아닌 성과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에게 물건 값을 할인해 주고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것은 성과를 나누는 한 예이다. 성과를 나누는 것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기초해야 한다. 국가가 개입할 일은 아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진입장벽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시장을 인위적으로 분할해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 역행적이다. 그리고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논리적으로 자가당착이다. 중기 적합업종이 진정 존재한다면 정부 개입은 필요 없다. 업종 특성상 중소기업이 맡는 경우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면 ‘시장의 힘’에 의해 대기업은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논리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중소기업이 퇴출될 수는 없다. 최적자(The Fittest)가 도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퇴출됐다면,중소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에 종사했거나 업종은 적합했지만 기업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제3자가 개입할 이유는 없다. 결국 ‘중기 적합업종’은 작위적인 개념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발언도 적절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이다. 연금을 부담한 것은 근로자와 기업이다. 정부는 1원 하나 보태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위탁 관리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국민 돈’으로 쥐락펴락해서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은 혁신에 대한 이해부족을 드러낼 뿐이다. 혁신은 경쟁의 산물이며 지배구조에는 모범정답이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8 권력다툼에 몰입
  
   한나라당은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되었으나 ‘권력의지’만 강했을 뿐 공동체의 비전이나 공동체를 위한 투철한 비전과 소명의식이 부족했다. 공동체를 어떻게 선진의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지에 대한 고민과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다수당으로서의 3년 동안 국민의 눈에 비친 한나라당은 오로지 ‘권력다툼’에 매몰된, 이른바 ‘두나라당’의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소명의식은커녕 다수당으로서의 책무와 책임의식 또한 턱없이 부족한 채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인해 무기력한 다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3년 동안 다수당으로서 해낸 실적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는지 매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가장 뼈 아픈 실책이자 실패는 ‘다수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를 각오해야 한다. ‘성공학’을 쓰겠다는 안이한 태도보다는 ‘실패학’을 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지방선거 패배나 이번의 재보선 패배는 이에 대한 하나의 전조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히 당명을 바꾸고 당규를 바꾸는 정도로는 멀어진 민심을 돌리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원칙 있는 정당’ ‘원칙을 가진 정당’ ‘원칙을 만들어내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절치부심의 각오 없이 위기극복은 불가능하다. 
   
 박효종 서울대 사범대학 교수
   
   
 9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4·27 재보궐선거에서 진 뒤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그 일성이 법인세·소득세 감세를 철회하고 일부 재원을 더해 ‘10조원’의 복지예산을 서민에게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업난 해소를 위해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지방정부에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소위 ‘44명의 소장파 의원’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이름을 ‘참여한나라당’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대통령과 대통령이 속한 정당 중 한 곳이라도 중심을 잡으면 이념과 가치의 정체성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념과 가치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있어 이심전심의 ‘초점(focal point)’을 갖지 못했다. 오히려 포퓰리즘 경쟁을 했을 뿐이다.
  
   2011년 5월 자유기업원의 ‘18대 국회 의정활동 보고서’는 한나라당의 놀라운 변신을 웅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18대 국회의 기간별·정당별 시장친화지수를 정리한 것으로, 지수 값이 50 이상이면 ‘친시장적’, 50 이하면 ‘반시장적’으로 분류된다. 1기 이후 2기부터 한나라당은 중도우파 정당에서 좌파 정당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3기의 경우, 한나라당의 시장친화지수(29.4%)는 민주당(34.4)과 민주노동당(39.0)에 비해서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비교적 강건하게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신의 실패 이유를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서민에게 다가서지 못했기 때문에, 즉 왼쪽으로 더 다가서지 않았기 때문에 보선에서 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더 좌편향하려 한다. 그들은 유감스럽게도 ‘둥지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돌아갈 정신적 처소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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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1 [방송]MBC 100분토론 - ‘반값등록금‘ 실현되나
최승노 / 2011-05-27
201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