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대체공휴일로 이틀 더 쉰다…직장인·자영업자 희비 엇갈려

자유기업원 / 2011-06-19 / 조회: 1,559       조선비즈

2012년 달력을 보면 직장인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1년의 시작인 1월 1일이 일요일인 탓이다. 구정도 일요일이 끼어 있고, 추석 연휴는 아예 토~월요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아쉬움을 가질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 직전 금요일이나 다음 월요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7~18일 양일에 걸쳐 개최한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핵심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 대체공휴일 도입하면 연평균 2.2일 더 쉰다

대체공휴일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근무 일수가 많기 때문에 대체공휴일 도입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와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은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모든 회원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장시간"이라며 "우리나라도 경제수준과 국격에 걸맞게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공휴일이 내수 진작에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있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대체공휴일제를 시행하면 국내 여행 및 여가활동 확대, 쇼핑활동 증대, 사회편익 향상 등으로 총 35조5092억원의 편익이 생길 것"이라며 "고용유발 효과도 약 10만6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체공휴일로 연간 평균 2.2일의 공휴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관광 등 내수 활동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체공휴일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국회의원들이다. 현재 국회에 입법 계류된 대체공휴일 관련 법안만 7건이나 된다. 이경재 의원(한나라당)은 "여론조사 결과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대해 국민의 70%가 찬성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공휴일 제도의 효과적 개선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노동생산성 증대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체공휴일 도입하면 기업이 부담할 비용 11조원

경제계는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바로 논평을 내고 "대체공휴일제와 같은 실효성 없는 선심성 제도 도입 추진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공휴일이 도입돼도 내수 진작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기업들의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팀장은 "대체공휴일제가 실시돼도 혜택은 정규직만 얻고 임시일용직이나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주 40시간제가 적용되는 중소기업들은 대체휴일제까지 실시되면 10%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휴일수당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추석 등 현행 우리나라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공무원에게만 해당한다. 민간기업이 공휴일에 쉬는 것은 관공서의 휴일에 준해서 자율적으로 휴일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공휴일제가 도입되면 공휴일이 법정 공휴일이 되기 때문에 민간기업들이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예컨대, 지금은 어린이날에 근무하더라도 주중에 대체 휴일을 주면 어린이날 근무에 대해서는 일반수당을 줘도 된다. 하지만 대체공휴일이 실시되면 일반수당의 1.5배인 휴일수당을 줘야 한다. 1년 365일 내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장치산업이나 공휴일에도 근무가 불가피한 유통·서비스업은 휴일수당 지급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무조건 휴일을 늘리려고 하기보다는 현재의 공휴일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경제적인 영향과 기업의 생산에 부담되지 않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민 의견도 분분…자영업자들은 대부분 반대

대체공휴일제에 대해 국민의 의견도 분분하다. 사무직 종사자들은 적극 찬성하는 반면 자영업자와 택시기사 등은 수입이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6.7%가 대체공휴일 도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경총이 택시기사, 자영업자, 임시·일용근로자 1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반대가 85.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무직 종사자들과 달리 자영업자들이 대체휴일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수입이 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경총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59.7%는 ‘대체공휴일 도입 시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휴일보다 평일에 수입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연차 사용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연차는 15~25일이지만, 직장인들은 사용 가능한 연차의 41%만 사용하고 있다. 하상우 경총 팀장은 "대체공휴일로 늘어나는 휴일이 2~4일 정도에 불과한데 연차 사용만 늘려도 이보다 더 쉴 수 있다"며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대체공휴일보다 연차 사용을 늘리도록 장려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vitmani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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