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與野 `무한 포퓰리즘` 경쟁…국민 정신 안 차리면 `공멸`

자유기업원 / 2011-06-20 / 조회: 1,561       매일경제

반값 등록금·무상복지…표심에'흔들'
아르헨·태국등 국가부도 교훈 되새겨야 


◆ 포퓰리즘 감시단 ◆

 

"포퓰리즘(Populism)도 경쟁이더라. 나라가 망하든 말든 선거철이 되면 표를 얻으려는 유혹이 시작된다. 야당이 하면 여당이, 여당이 하면 야당이 안 할 수 없는 경쟁 구조에 놓여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재정학자 출신인 나 의원이 목격 중인 요즘 정치판은 통제 불능의 포퓰리즘 경쟁이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전ㆍ월세상한제, 과학벨트 사업 입지 선정….

정부와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등록금 관련 대학생들의 촛불시위, 타임오프제 폐지, 저축은행 피해 전액 보상 요구에 이르기까지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모두 정부 재정을 매개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전가시킴으로써 혜택을 입는 정책들이다. 가히 포퓰리즘의 대공급이다. 여(與)와 야(野), 진보-보수의 구분도 희미하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나 의원은 "오직 국민이 깨어 있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각성. 매일경제신문이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포퓰리즘 감시단을 가동하는 목적이다.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국가ㆍ범사회적인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어야 포퓰리즘의 퇴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일경제 포퓰리즘 감시단은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과 심도 있는 분석을 위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포퓰리즘은 흔히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정책의 현실성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정치행태'로 규정된다. 대중영합주의, 인기영합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의 불만을 해소해주고, 이를 통해 인기를 얻는 정치행태를 무조건 죄악시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선거나 정치 자체가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구에서는 포퓰리즘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웹스터 사전은 포퓰리즘을 '특권층에 맞선 투쟁에서 일반대중의 권리와 힘을 지지하는 정치원리'라고 담담히 풀이한다. 케임브리지 사전에서의 정의는 '일반인의 욕구와 소망을 대변하려는 정치적 사고나 행동'이다. 일반 대중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포퓰리즘을 국가주의(statism)나 엘리트주의(elitism)의 대칭점에 두는 시각들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 대중의 정치적 의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 이념이라는 얘기다.

포퓰리즘 논란이 벌어지는 주된 영역이 복지 분야라는 점도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복지정책의 강약은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조종타와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는 '포퓰리즘'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 엄청난 폐해 때문이다. 국가경제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파탄내버리고, 서민ㆍ저소득층을 궁극적인 최대 희생자로 몰아 나간다. 역사적으로도 포퓰리즘에 휘둘린 나라와 극복해낸 나라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왔다.

1940년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던 아르헨티나가 후안 페론 집권 이후 '부도국가'로 몰락한 사례를 비롯해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 국민을 분열시켰던 태국의 탁신 전 총리, 고(高)유가에도 불구하고 산유국 베네수엘라를 마이너스 성장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우고 차베스 정권 등의 사례는 한국에도 준엄한 경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포퓰리즘의 극복 여부는 선진국 진입의 시금석 역할을 해왔다고 충고한다. 공통점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확고한 리더십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의 구조개혁 사례, 2000년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추진했던 '어젠더2010(Agenda 2010)', 중도실용주의를 고수함으로써 브라질 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킨 룰라의 사례가 그렇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초반 강력한 안정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1980년대 후반 초고도성장의 밑바탕을 깔았던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사례가 있다.

고(故) 루디거 돈부시 MIT 교수는 "포퓰리즘 정부는 역사적으로 소득불균형 문제를 부각시키고 이 문제를 과도하게 팽창적인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포퓰리스트 정부는 경제균형을 무시해 결국은 저소득 계층을 더욱 황폐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신헌철 기자 / 이재철 기자 /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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